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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Dongyoon Nov 03. 2016

#20. CUBA, 다른 세상, 같은 세상 #1

Posted by DONGYOON_HAN / 2014년 11월 중

Seamos Todos nosotros Realistas, Pero tengamos un sueño imposible en nuestro corazón.

 - Ernesto Guevara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가보고 싶던 국가.

평전을 읽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 그리고 그가 만들고자 한 이상향이 숨 쉬는 나라. 

세계의 몇 안 되는 사회주의 국가. 

문화 예술, 그리고 야구로 유명한 나라. 

무엇보다 '낯선' 국가.


쿠바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슴속에 낯설고 새롭고, 또한 겁나고 흥분되는 느낌을 받았다. 냉전시대에 가장 큰 아픔을 겪은 한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쿠바에 대해서 언론을 통해 얻을 수 있던 내용들은 부지기수가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우리의 우방국을 위협하는 나라, 북한과 수교하면서 이상하고 나쁜 국가, 소중한(?) 민주 자유주의를 망치려 하는 나쁜 나라.

아바나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진과 문구, '모두 함께 혁명을!'

대학에 입학한 뒤, 정부가 검증하는 교과서 이외의 더 넓은 세상을 공부하면서 그간 가지고 있었던 공산주의, 사회주의에 대한 개념이 바뀔 수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쿠바를 바라보는 시각도 자연스럽게 바꿨다. 제국주의의 선봉에 서는 미국에 대항해서 쿠바의 혁명과 독립을 위해서 끊임없이 투쟁하고 민중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으며 스스로를 희생한 Ernesto Guevara, 체 게바라 또한 쿠바를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거리 곳곳에서 Che 를 쉽게 볼 수 있다

체 게바라의 평전을 읽고 그를 본받고 싶었다. 그 무엇보다도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촌음을 아끼며 열심히 살아간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갔던 삶의 방향 또한 자기희생이 뒷받침되었고, 결국 쿠바는 소수의 자본가와 권력가가 큰 힘을 가지는 불평등한 사회보다는, 의료 복지와 평등을 앞세운 나라로 국가 기조를 설정하게 된다.

화려한 색으로 건물을 도배하는 쿠바의 길거리, 그리고 거리의 악사들

그러나 올 해부터 다시 미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진다는 협정이 이루어지면서, 얼마 남지 않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지역 중 하나였던 카리브 해안의 냉전 기류는 이제 완전히 사라지는 분위기이다. 사실 내가 여행했던 2014년의 쿠바는 공산주의의 단점과 자본주의의 장점이 이미 일반 대중에게도 스며들어있었다. 그런 만큼 내가 상상했던 공산국가로서의 쿠바는 많이 퇴색했고, 관광지에 있는 지역 주민 대부분은 여행자들로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인 여행자들도 유럽과 북미 국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수도 적잖게 많았다.

내가 기대했던 쿠바의 민중들은 사실 이러한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또한 나의 왜곡된 기대심리였다. 세상이 바뀌는데 쿠바 민중들만큼은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오히려 더욱 제국주의스러운 생각을 하진 않았는지. 이미 역사의 결과로써 알 수 있는 공산주의 체제의 실패에 대해서 근거 없는 호기심과 희망을 가졌던 건 아닌지 모른다. 이미 쿠바 민중들은 정부의 규제와 한정된 정부지원 이외에 자본주의 시장이 암묵적으로 형성되어있었다. 

오 이런 자본주의여, 꽃뱀을 따라서 가던 도중 발견한 멋진 자동차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쿠바는 항공사 선택이 극히 제한적이었고, 때문에 처음으로 아바나 항공을 이용했다. 섬나라인 쿠바는 가장 가까운 미국에서 왕래하는 비행기가 (당시에는) 없었기 때문에 멕시코 칸쿤을 통해서 입국했다.

쿠바라는 나라의 특성상, 비행기는 입국과 출국이 명확히 나와 있어야 발권이. 입국이 가능했다. 그래서 쿠바에 입국 전에 결정한 것 중 하나가 아바나 대학교의 3주 코스의 어학당을 등록한 것이다. 앞으로 최소한 5개월 이상 스페인어 국가를 여행해야 하는 일정상 스페인어가 필요할 것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3주간 머물 곳도 학교에서 저렴한 가격에 알맞은 장소를 연결해주었고 아침저녁 식사와 숙박을 포함해서 하루에  USD 15 정도로 머물 수 있었다. (정확히는 15 CUC)

아바나 대학교에서 3주간 스페인어 어학당 생활, 남녀노소의 각국수강생들

하지만 그 어떠한 남미 국가들 보다도, 특히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수교를 하지 않고, 또한 국가 내부적으로도 외부에서 얻는 정보를 차단하는 경우가 많은 쿠바의 특성상,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1% 채 되지 않았다(택시 기사를 제외하고 영어로 대화하는 쿠바 사람의 많은 수는 사기꾼이다). 그래서 미국을 출발해서 밤늦게 아바나 공항에 도착한 뒤에 내가 느낀 감정은 '와우.. 이거 큰일인데..'였다. 아무도 말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꾸역꾸역 주소를 보고 찾아간, 아바나 대학교 어학당에서 연결해 준 민박집 할머니 역시 단 한마디의 영어도 모르셨기 때문에 손짓 발짓 의성어 의태어를 남발하면서 첫날밤을 보낼 수 있었다.

앞으로의 쿠바는 미국과의 수교를 통해서 자본주의가 급격히 스며들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여행하면서는 수교 전이기 때문에, '공산품'의 가격은 일반 소비재 중에서 높은 가격층을 자랑했다. 공산품이라는 것의 대표적인 것들은 페트병에 든 물, 맥주, 칫솔, 신발, 사전 등이 있었다. 하지만 쿠바의 민중속으로 들어가서 좋은 점은 화학 비료 공장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농산물이 유기농이라는 것, 커피와 오렌지, 사탕수수 등으로 만든 주스, 길거리 음식들은 한화 100원, 2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점이다(맥주 한 캔에 1,500원 정도 하는데, 현지 물가를 반영하면 비싼 편이다. 하지만 국내 맥주보다 훨씬 맛있다).

입맛 없을 때는 피자, 한화 600원 정도의 가격이나 맛은 별로다
한화 150원 정도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모두가 화학 인공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농수산물

토마 피케티는 현대의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으로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빠르게 되면서, 빈부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쿠바의 민중들도 이제 자본주의가 스며들면서 많은 부분에 발전이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가 지금까지 보았던 불평등으로 시작되는 자본주의의 폐혜들도 나타날것이다.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가 꿈꾸었던 민중을 위한 선택,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에 대한 봉쇄가 결과적으로 잘못되었는지, 혹은 더 나은 선택이었는지는 역사가 말 해주겠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끝까지 아껴두었던 마지막 카드 한 장을 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보자마자 돈 달라고 달려들던 아이들

그냥 나는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세상에서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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