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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디 Jan 02. 2023

이상한 워크캠프

당신의 환상과 편견을 깨어줄 101일간의 좌충우돌 인도, 네팔 여행기


인도 워크캠프를 환불받은 이후 이번 생에 다시는 워크캠프를 쳐다보지도 않으려 했으나 이 먼 곳까지 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아쉬운 것이었다. 워크캠프 본래의 취지인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현지인들을 도와주면서 현지 문화를 체험하는 것 말이다.



속없는 나는 지금으로부터 신청 가능한 워크캠프를 살펴보던 중 네팔의 한 워크캠프가 눈에 띄었다.



 'Agriculture Camp'



재배한 농작물들을 근처 마을 사람들이나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활동이었다.  



넵에게서 도망치듯 게스트하우스를 나온 나는 우여곡절 끝에 캠프 리더와 연락이 닿았다. 캠프 리더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픽업하러 왔고 나는 그와 함께 2주간의 시간을 보낼 캠프 사이트로 향했다.



픽업 수단은 다름 아닌 오토바이였다. 앞뒤로 큰 배낭을 메고 있던 나는 난감했다. 이걸 타고 캠프 사이트로 간다고? 캠프 리더 나빈은 문제없다는 듯, 내가 앞으로 멘 배낭을 가져다가 자신의 앞가슴에 메고 나를 태웠다.



대로변이 아닌 비포장도로는 흙이 패인 부분이나 공사 중인 곳이 많았다. 무서울 정도로 큰 나빈의 검정 오토바이는 물웅덩이도 흙이 파여 있는 구덩이도 우습게 지나쳤다. 물론 그때마다 내 몸이 느끼는 엄청난 반동은 어쩔 수 없었지만.      







캠프 사이트는 카트만두 근처 산 중턱에 위치한 한 작은 마을이었다. 경사진 언덕을 오를 때마다 무거운 배낭을 멘 내 몸이 뒤로 쏠렸다.


‘나 오토바이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오토바이가 마을에 진입하면서 나빈의 마을 주민들이 나타났다. 주민들과 상인들이 나빈에게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넸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 동시에 정겨운 곳에 왔다는 생각에 불안이 다소 가시고 이곳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그의 오토바이를 타고 캠프 사이트에 도착했을 무렵, 또 다른 캠프 리더 마헤시가 나를 반겼다. 나빈은 적당한 살집에 키가 큰 건장한 체격이라면 마헤시는 땅딸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몸집이 옆으로 살짝 넓은 아저씨 같은 인상이었다. 성격도 나빈은 젠틀하고 친절해 군더더기 없는 성격이라면, 마헤시는 뺀질뺀질 능청을 잘 부리면서도 넉살 좋은 타입이었다. 두 사람은 실제 매우 친하기도 했고 일과 생활을 함께하기에 붙어 있는 일이 많았는데 그 투샷을 보자면 서로 다른 오묘한 조합에 괜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나빈과 마헤시의 안내를 받아 캠프 사이트 메인 건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커다란 태극기가 눈에 띄었다. 그 벽에는 커다란 크기의 태극기와 함께 이전 워크캠프 지원자들의 행복해 보이는 사진과 아쉬움이 담긴 편지들이 다닥다닥 붙여 있었다. 오토바이로 픽업하러 온 첫인상에, 웬 농가처럼 생긴 을씨년스러운 캠프사이트 건물까지 뭔가 불안했는데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편지와 사진들을 보니 그제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캠프 사이트 안에 지원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나빈에게 물어보니 며칠 뒤 일본인과 프랑스인이 올 거라고 했다. 의뭉스러운 마음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지만 나는 다국적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렜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일본인과 프랑스인은 오지 않았다. 중간에 캐나다 국적의 한 부부가 잠시 캠프 사이트를 둘러보겠다고 방문했지만 그들도 결국 오지 않았다. 지원자들은 코빼기도 안보였다.



다른 지원자들은 오지 않는다 쳐도 엄연히 참가비를 냈는데 프로그램은 운영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하도 심심하다고 하자 기껏해야 시킨 것이 잡초 뽑기였으니. 게다가 너무 열심히 하지 말란다. 누가 봐도 할 일 없어서 시킨 게 너무 분명했다. 그래도 워크캠프에서 처음 주어진 임무에 재미있다고 신나서 열심히 뽑았는데 마헤시는 계속 내게 쉬엄쉬엄 뽑으라고 당부하더니 결국 잡초를 뽑는 동안 사라져 있었다. 알고 보니 내가 갔던 시기는 이미 한차례 농작물을 거둔 이후라 수확할 농작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기꾼들 같으니라고’


내가 낸 돈 환불해달라고 하고 싶었으나 이미 나의 참가비는 그들 손에 들어갔다.


‘아니 얘네 둘, 워크캠프를 빌미로 붙어서 놀고먹는 거 아니야?’


속으로 미세한 분노가 끓었다.


네팔 워크캠프도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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