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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디 Jan 10. 2023

화려하거나 쓸쓸하거나

고아, 인도



고아는 남인도의 최대 휴양지였다. 과거 히피들의 천국이라는 명성에 궁금증이 일었다. 고아에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도 기대됐다. 인도에서 강이나 호수는 접했지만 바다는 처음이었기에. 함피와는 또 다른 설레는 마음으로 고아로 향했다.




고아의 바다는 다채로운 모습이었다. 어느 곳은 우리나라 서해안 같이 쓸쓸한 느낌을 전해주었고 어느 곳은 통영이나 부산 같이 오밀조밀 귀엽지만 조잡한 통통배들이 정착한 항구 도시 같았고, 또 어느 곳은 고운 해변에 잔잔히 깔린 파스텔톤 일몰은 고급스럽게 아름다워서 화려한 느낌을 주었다.






고아에선 스쿠터를 빌려 쏘다녔다. 야자수를 끼고 해안가를 달리며 바람을 맞았다. 한참을 달리다 소박한 풍경이 보이면 멈추고 눈과 카메라에 지긋이 담고 떠났다. 아무런 조건없이 행복하게 해주는 건 자연 뿐이었다.


행복이  다른  아니었구나


달리는 것만으로,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 벅찬 행복감을 주었다.


고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가 아니다. 스페인이 점령했던 지역이라 곳곳에 성당이 보인다. 기독교인들이 많고 심지어 소고기 패티가 들어간 수제버거도 먹을 수 있다. 인도의 동남아 같은 이곳엔 여러모로 자유분방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해변가에 줄지은 식당은 모래사장에까지 테이블과 의자를 끌고 나와 호객행위를 했다. 바닷가 위에서 바다를 보며 요리를 먹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해변에서 직접 잡은 듯한 물고기를 구워주었다. 물고기를 감싼 포일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났다. 보드라운 생선 속살이 혀를 녹였다. 풍경과 분위기 탓인지 갓잡은 고기라 맛있는 건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편안한 누군가와 아름다운 곳에서 먹음직스런 음식을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풍경도 사람도 요리도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낯섦 속에서 약간의 긴장감이 돌았지만 어둠이 깔리면서 부드러운 바다의 공기와 기운이 나를 감싸는 게 느껴졌다.






고아에서 열리는 안주나 플리마켓은 정말 규모가 크고 물건들도 다채롭다. 눈요기할 것이 잔뜩이었다. 짐이 많아 사가지 못한 것들이 눈에 밟혔다. 인도 여행이 끝나가는 즈음이라 기념품 몇 가질 사기로 했다. 벼르던 드림캐쳐를 드디어 샀고 만다라가 대문짝만 하게 박혀있는 보자기도 두 개나 구매했다. 그리고 노래하는 그릇 싱잉볼까지.


요즘 한국에도 명상과 요가가 인기라 싱잉볼을 아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무척 생소한 물건이었다. 유용해보이지도 않고 도통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까지 구매하기에 이르자, 같이 여행했던 동행이 쇼핑에 정신 팔린 나를 걱정스럽게 볼 정도였다. 쇼핑할 때가 제일 신나! 여행은 쇼핑이지! 레에서 만난 오빠가 그랬다. 굶더라도 쇼핑은 해야 한다고.


이제 나의 인도 친구 루다를 만나러 벵갈루루로 가야 한다. 북인도에서 남인도를 함께 내려오며 동행했던 이와 헤어지기로 했다. 좋은 시간이었지만 헤어짐은 늘 애잔한 감정을 남긴다. 한국에서 보기로 기약하며 벵갈루루로 가는 버스 안에 몸을 싣었다.


고아에서 나는 화려하거나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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