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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준 Sep 18. 2020

쓰레기통이 프랑스에선 사람이름이라고?

쓰레기통에서도 확인되는 프랑스인들의 혁명DNA

사진 제공 : Wikimedia Commons


    사람들은 프랑스의 황금기를 La Belle Epoque(벨에포크, 1871-1914)라 부른다. '아름다운 시대'라는 뜻이다. 사실, 아름다움은 황금기 이전에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다. 1853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세는 '파리 대개조 사업'을 계획한다. 이 계획에 의해 파리는 새단장을 하게 되고, 이때부터 깨끗해진 도시의 모습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오게 되는데, 이렇게 깨끗해진 데에는 상하수도 설치의 공이 제일 컸다고 한다. 대개조 사업 당시, 파리 시장직을 맡은 Georges-Eugène Haussmann(오스만, 1809-1891)은 전임지에서도 수도망 설치에 큰 성과를 냈던 정치인이었다. 황제와의 인연으로 시장이 되었다지만, 인맥이 다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이 사업은 결국, 자본가들에 의해 본래 의도와는 달리 변형되고 왜곡되지만, 위생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상하수도를 설치했다고 모든 게 다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파리는 벨에포크에도 여전히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오스만 시장은 1870년 나폴레옹 3세의 몰락과 함께 시장직을 내려놓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어느새 1883년이 되었다. 새롭게 시장으로 선출된 Eugène Poubelle(1831-1907)은 그해 11월, 포고문을 통해 파리 집주인들로 하여금 임차인들에게 쓰레기 봉지(혹은 용기)를 각각 공급할 것을 명령한다. 또한 이렇게 모은 쓰레기들을 담아낼 수거장을 지정하게 되는데, 수거장은 거리마다 설치되었으며 설치된 곳에는 분리수거가 가능하게끔 각각 3개의 쓰레기통이 배치되었다. 분리방법은 종이부터 시작해 도자기, 굴 껍데기까지 분리해야 할 정도로 제법 까다로웠다. 이제 성과를 기다릴 차례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일부 언론을 통해 어느 날부터 시장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4만 명의 빈민들 : 정말 쓰레기통에 넣어야 할 것은 Poubelle의 포고문이다. 가능하다면,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같이 넣었으면 한다. […] 쓰레기는 분명 우리의 것이다. 식량은 식량대로, 종이는 종이대로 분리만 잘한다면 이 쓰레기는 분명 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이 쓰레기들을 잡화상들에게 넘기길 원한다.
1884년 1월 23일 자 L'intransigeant 

 

   아마 파리엔 4만 명 정도의 잡화상이 살고 있었나 보다. 잡화상이 주로 취급하는 물건들이 쓰레기통으로(다시 말해 정부에게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자, 불만을 터트린 것이다. 시민들이 발생시키는 쓰레기는 그들에겐 생계수단과 같았다. 어느 70세의 잡화상은 한 언론을 통해 도지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잡화상입니다. 이제 일흔이고, 60년째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젠 시력도 떨어질 만큼 떨어졌고, 뼈도 더 이상 제 몸을 지탱하질 못합니다. 그런데 이젠 비참해 죽을 지경입니다. 저는 이제 뭘 해야 할까요? Poubelle이 발표하기 전까진 그래도 살만 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1884년 2월  La Croix   


     이렇게 시장을 향한 비판은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이 비판은 조롱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신문 Le Figaro에서는 이 쓰레기통을 두고 'Poubelle 상자'라는 이름을 붙여주는가 하면 시장을 조롱하는 노래도 탄생하게 된다.

    그를 싫어하는 것은 잡화상뿐만이 아니었다. 집주인들도 그를 달갑게 볼 수 없었다. 쓰레기통 설치부터 수거까지 필요한 모든 비용의 일부는 결국 그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Poubelle의 제안은 문제없이 통과될 수 있었고, 점차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난은 끊이지 않았나 보다. 법령이 선포된 지 7년 만인 1890년 시장의 이름인 Poubelle은 ‘쓰레기통’이란 의미로 프랑스 표준어 사전에 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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