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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신 Mar 27. 2016

할렘? 거기 괜찮아? #1

할렘에 둥지틀기

"엄마, 나 뉴욕으로 이사가."


"오, 그래. 뉴욕 좋지. 뉴욕 어디로 가니?"


"할렘!"


"하.. 할렘? 거... 거기... 괜찮니...?"




3년 간의 필라델피아 생활을 마무리하고 작년 여름 할렘으로 이사 왔다. 

할렘에 이사 온 이유는 단순했다. 새로 진학하게 된 학교가 할렘에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학교 아파트에 입주할 생각이었으나, 집세가 생각보다 비쌌다. 

결국 120번가 학교 근처에 있는 집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할렘의 집세는 결코 싸지 않았다. 스튜디오의 경우는 1600불, 원베드룸의 경우는 2000불 이상이었다. 물론 어퍼 웨스트사이드의 원베드룸이 3500불 대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싼 편이지만, 이건 상상이었다.


입주조건도 까다로웠다. 

대부분의 아파트 회사는 입주 예정자의 크레딧 히스토리와 연수입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아파트 회사들은 보통 한 달치 월세의 40배를 입주 조건으로 요구했다. 가령 할렘에서 원베드룸에 입주하려면 일반적으로 연봉이 80000불 이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다면, 1년 치 집세를 한 번에 내는 방법도 있다. 




80000불의 연수입도, 1년 치 집세도 없던 우리 부부는 여기저기서 퇴짜를 맞다가, 다행히 한 한인 업자를 만나 어렵게 집을 구할 수 있었다.


135번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대형 아파트
아파트 복도



135번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다섯 단지가 붙어있는 초대형 건물로 근처 학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 건물의 작은 스튜디오를 구해 할렘에 둥지를 틀었다. 


웨스트 할렘에 위치한 이 동네는 흑인보다 히스패닉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더 자주 들리는 흥미로운 곳이었다.




"손자, 거기 집세는 낼만허냐?"


"비... 비싸요..."


"얼마나 허는데?"


"한 달에 1700불이요."


"옴마야, 거긴 무슨 성이라니?"


"성 안에 쪼그만 방에 살아요, 할머니..."




동네 풍경



할머니도 내게 신신당부하셨다.


"거기 위험하니까 조심하고, 밤에는 절대로 돌아다니지 마라!"


할렘에 이사오며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는 "거기는 괜찮니?" "밤에 위험하니 집에만 있어라!"였다.


그러나, 할렘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깨끗하고 활기가 넘치는 동네였다. 

물론 낡긴 했다. 그러나  '뉴욕에 낡지 않은 것이 어디 있던가...'


지금도 늦은 밤, 맥주가 한잔 간절해지면 부담 없이 사러 나가곤 한다.


브라더를 외치며 친근하게 인사를 거는 이웃주민들과 "꼬모스타"로 안부를 묻는 델리 주인을 만난다. 그리고 나도 반갑게 인사한다. "브라더~ 하우아유!" 


밤이면 총소리가 들리고, 

낮에도 범죄가 잦다는 막연한 얘기들은 할렘의 일상에 녹아들며, 자연스럽게 사라져갔다.


"할렘? 거기 괜찮아?"

"여기 아주 매력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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