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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신 Mar 28. 2016

125번가에 가면: 아담 클레이튼 파월 주니어 #2

할렘에서 쇼핑하고 영화보기

할렘에는 인상적인 거리 이름들이 많다.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 아담 클레이튼 파월.


이들은 모두 흑인 인권운동에 기여한 활동가들이다. 


125번 브로드웨이에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대로를 따라 동쪽으로 향하다 보면, 아주 특별한 인물을 만날 수 있다. 할렘 번화가에 우뚝 선 이 사람은 연방 국회의원을 지낸 아담 클레이튼 파월 주니어다. 



역사학자인 찰스 헤밀턴은 아담 클레이튼 파월 주니어를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1940년대 이곳에는 목소리를 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많은 흑인들은 북부의 리버럴들이 국회에 가서 분리주의에 맞서지 않는 것에 분노했다.

파월은 분명하게 약속했다.

자신은 꼭 분리주의에 맞서겠노라고.


말콤 엑스가 백인 사회로의 편입 자체를 거부하며 흑인 민족주의를 내세웠고, 마틴 루터 킹이 흑인 운동을 조직하여 시민사회에서 아래로 부터의 변화를 꽤 했다면, 아담 클레이튼 파월 주니어는 제도권 정치에서 흑인들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정책적인 변화들을 모색했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흑인들의 출입을 금하거나 식수대를 분리하여 사용하게 하거나, 흑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을 배정한 흑백분리정책 (Jim Crow)를 철폐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인 입법활동으로는 흑인들에 대한 린치를 연방법으로 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남부에서 흑인들이 참정권을 행사할 때 매기던 인두세를 철폐하였다. 


당시 린든 존슨 행정부가 추진했던 최저임금제도나 메디케이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는데도 힘을 보탰다.


할렘 지역구에서 배출한 최초의 선출직 흑인 국회의원은 당시 흑인들에겐 국회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가 있다는 자부심과 희망의 상징이었으며, 흑인들의 백인 중심의 민주주의 제도에서 합법적인 개혁을 통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다.


물론 후에 아담 클레이튼 파월 주니어는 여러 스캔들로 좋지 못한 모습으로 실망을 주기도 했지만, 리즈시절 그가 보여준 의정활동과 흑인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란 상징성은 여전히 역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125번가에 남아있다.


침례교 목사이자 흑인 민권운동가이기도 했던 그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하나님께 부여받은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야 말로 블랙 파워(Black Power)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아담 클레이튼 파월 주니어 동상 아래서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흑인들의 권리 운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당시 흑인들의 존엄과 권리를 요구한 운동의 슬로건이 "블랙 파워 (Black Power)" 였다면, 오늘은 그 운동이 "흑인들의 삶은 중요하다 (Black Lives Matter)"로 계승되었다.




"흑인들의 삶은 중요하다 (Black Lives Matter)" 운동은 흑인들을 향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촉발되었다. 단지 밤에 후드티를 입고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는 이유로 흑인 소년이 강도로 오인받아 경찰의 총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흑인들을 타겟팅한 경찰의 폭력은 전국단위에서 자행되었고, 이는 뉴욕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흑인 청년 에릭 거너는 마약을 판매한다는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는데, 호흡기 지병이 있던 그는 "숨을 쉴 수 없어요"라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그 말을 무시하고 목을 조르며 그를 연행하려 했고, 결국 에릭 거너는 사망하고 만다. 뉴욕 곳곳에는 "숨을 쉴 수 없어요"라는 구호를 들고 거리에 사람들이 눕는 저항 퍼포먼스가 일어나기도 했다.





125번가에서 경찰의 인종주의적 폭력에 희생된 희생자들의 사진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아담 클레이튼 파월 주니어 의원 이후로, 미국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를 배출하기도 했지만, 흑인들에 대한 폭력과 차별은 여전하다.


흑인들의 삶은 중요하다







무거운 역사를 잠시 뒤로하고, 아담 클레이튼 파월 주니어 동상 건너편에 있는 영화관을 찾았다. 전공 영어 외에는 여전히 알아듣기가 버거운지라,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를 예약하고 근처 쇼핑몰들을 돌아보았다. 125번가의 장점은 나름 유명 브랜드의 옷을 50%-7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아웃렛들이 많다는 것!




나는 주로 GAP이나 Banana Republic을 이용한다. 옷의 질도 좋고, 할인가로 구매하면 유니클로나 H&M에서 사는 것 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필요한 의류를 구입할 수 있다. Banana Republic 에선 학생증을 보여주면, 기존의 할인 가격에서 추가로 학생 할인을 해준다.


이 근방에는 옷가게뿐 아니라 신발가게, 악세사리점 등도 늘어서있다. 유명한 공연장인 APOLLO 근처로는 재즈와 블루스 시디를  쌓아놓고 파는 노점상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거리는 경쾌한 재즈와 블루스가 뒤섞이며 할렘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저녁시간이 다되어 배가 고파졌다.


영화관 맞은편에 있는 피자집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피자는 빵부터, 치즈, 토핑까지 디테일하게 골라서 주문해야 한다. 


3가지 토핑을 선택할 수 있는 피자가 8불이라는 점. 

비건을 위한 비건 피자치즈를 구비해놨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맛과 가격, 비건을 위한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음료수와 갈릭 스틱, 샐러드, 피자를 주문했는데, 14불이 나왔다. 

나는 비건 치즈에 토마토소스와 올리브, 양파, 버섯, 바질을 선택했다.


뉴욕에서 이 퀄리티에 이 정도 가격이면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125번가에 가면, 

아담 클레이튼 파월 주니어가 있다. 


재즈와 블루스가 있고, 

최신 영화들을 상영하는 영화관이 있다. 


의류 아웃렛이 있고, 

맛있는 피자 가게가 있다.


그리고 흑인들의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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