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기 전 종종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날도 퇴근을 해 집으로 가려는데 우리 반 아이들이 나를 불렀다.
“어? 선생님이다! 선생님! 저희랑 같이 피구 해요!”
“그래!”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누어 피구를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지유가 제일 먼저 공에 맞아 아웃이 되었다. 지유는 자신이 키도 작고 운동도 못한다며 체육시간에 속상해하는 일이 잦은 아이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오늘은 투덜대지 않고 조용히 스탠드에 가서 앉았다. ‘평소 같았으면 짜증 부리고 떼를 썼을 텐데, 이상하네?’ 나는 의아했지만 일단 게임을 계속했다.
그렇게 5분쯤 흘렀을 때, 스탠드를 확인한 나는 지유가 사라진 걸 발견했다.
“얘들아, 선생님 잠깐만!”
나는 피구를 그대로 진행시키고 지유를 찾으러 갔다. 다행히 지유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화단에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지유야, 여기서 뭐해?”
나는 지유에게로 다가가 물었다.
“개미 봐요.”
지유는 자신이 보던 개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개미가 있네? 지유 개미 좋아해?”
“네, 귀여워요.”
나는 속으로, 네가 더 귀엽네요, 이 사람아.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지유가 말을 이었다.
“개미도 저처럼 작아서 속상할 것 같아요. 나도 속상한데......”
오늘은 왜 떼쓰지 않나 했더니, 개미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며 위로를 받고 있던 모양이었다. 지유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아이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괜찮아요 선생님, 가요!”
지유가 내 손을 잡았다.
“그래, 씩씩하다 우리 지유!”
나는 지유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는 지유와 함께 다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얘들아! 지유 왔다. 게임 다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