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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송이 Nov 15. 2018

#33화 어른이죠?

 요즘 학교가 끝나면 나는 피아노 학원으로 간다. 어릴 적 배우다 그만둔 게 아쉬워 다시 배워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걸어가기 쉬운 곳을 찾다 보니 학교 근처에 있는 학원을 택한 것이 함정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나는 모르지만 그들은 나를 알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의 관심대상이 되었다. 하루는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아이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야, 맞아. 3반 선생님 맞는 것 같아.”

 “아니야. 그냥 좀 닮은 사람 아니야?”

 “선생님이 여기 올 리가 없잖아.”

 “아닌데, 저 옷 맞는 것 같은데.”


 아이들은 내가 과연 그들이 알고 있는 그 선생님이 맞는지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모른 척 피아노를 치고 있던 내가 휙 뒤를 돌아보았다.


 “흐익!”


 아이들이 부리나케 흩어져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런 일은 며칠간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6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은 후다닥 도망가던데, 이 아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나는 으레 어른들이 그러듯 아이에게 물었다.

 “안녕? 너 몇 살이니?”

 그러자 꼬마는 대답도 않고 내게 되물었다.

 “어른이죠?”

 나는 갑자기 날아온 어려운 질문에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 어른인가? 음, 법적으로는 성인이지. 그런데 진짜 어른이 맞긴 한가? 아직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진짜 어른이란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

 혼자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나는 아이가 질문한 의도를 생각하며 대답했다.

 “응, 어른이지.”

 “그런데 왜 피아노 배워요?”

 아이는 날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이 아이에게는 내가 피아노 학원에서 처음 본 '어른 학생'이었나 보다. 적당히 대답을 해주고 아이를 돌려보낸 후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얼마 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어른이란 무엇인지 써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이렇게 적었다.

 ‘어른이란, 꿈을 포기하는 것.’

 아이들이 보기에 어른은 꿈꾸는 사람이 아니었다. 꿈이 있어 배우고, 배우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건 단지 아이들의 특권이었다. 내가 어릴 때 배우던 태권도, 피아노, 그림 등을 다시 배워보기 위해 여러 학원을 돌아다닐 때 숱하게 들은 말이 있다.


 “아 저희는 성인 반은 없어서요.”

 “입시하시게요? 여기는 다 입시하는 애들이에요.”

 “취미반은 수요가 별로 없어서 폐지했어요.”


 언제부터 어른이 일만 하는 존재가 되었을까? 꿈을 꾸고 배우고 싶은 걸 배워보는 건 왜 어린이들에게만 이렇게 관대한 것일까. 어린이인 시간보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더 많을 텐데...... 어른이 배울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사람은 모두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자체에서 사람은 행복을 느낀다. 배움을 멈추지 않을 때 사람은 희망이 생기고, 희망이 있어야 사람은 살아갈 힘이 생긴다. 이 세상이 어른도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른도 배울 기회가 많고 꿈꿀 시간이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훗날, 아이들에게 어른이란 무엇인지 써보라고 했을 때,

 ‘어른은 나와 함께 꿈꾸는 사람.’이라는 글이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 꼭 그럴 수 있길 꿈꾼다.  


- 행복한 어른이 되어가길 꿈꾸던 어느 봄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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