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
여러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할 갈 수 있는 결정권이 주어져 있다.
내 생각에 그 길들은 하나 같이 너무 길어서 끝에 도달하기까지 몇 년은 걸릴 것 같다.
결국 길의 끝이 낭떠러지 일지, 금은보화가 있는 동굴 일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일종의 도박을 걸어야 한다.
일단 어떤 길을 갈지 선택을 하면, 양 옆의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 고된 여행을 하면서 내 앞으로도, 뒤로도, 나와 같은 선택을 한 자들이 줄을 이루고 있다.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라서 기쁘지만, 그들에게 내쳐지지 않게 점점 사그라드는 나 자신이 힘들다.
이 길을 걸어가면서 끊임없이 좌절했다. 이제 익숙해졌다 싶을 때, 전과 다른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다.
성취와 성장의 기쁨보단 거친 길을 걸어가면서 발에 느껴지는 통증 밖엔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성취 자체에서 느끼는 기쁨보단, 성취로 인해 고통을 잠시나마 덜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면서 느끼는 고통만큼이나, 다른 이에게 주어진 더 좋고, 더 짧고, 더 행복한 길을 바라보며 느끼는 고통도 만만치 않다. 내가 아등바등 노력하고 있을 때, 그들은 이미 길을 끝내고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듯이 행복하게 웃고 있다. 그들은 소수이기 하지만, 그들의 위치에서 멀리 떨어진 내가 피나는 발로 그들의 미소를 바라볼 때만큼 내 처지가 처량하게 느껴질 때가 없다.
이렇게 남과 나를 비교할 때.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너무 힘들 때 글을 쓴다. 글을 쓸수록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우울해질 때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정리되는 것이, 그것이 날 안정시켜 준다. 길 위의 동행자들에게 내쳐지지 않게 내내 미소를 지어야 했던 나에게 언젠간 네가 원하는 표정을 지어도 된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 묘한 위로감을 받는다. 현실을 인정하게 만들어 날 더 지치게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게 만들어 나를 한편으로 북돋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이 글이다. 내가 쓰는 글이다. 날 위해 쓰는 글이다.
누군가 이런 힘든 길을 걷고 있다면, 너무 힘들어 쓰러져 다 포기하고 싶다면, 기운을 내고 싶어도 다른 이들처럼 마치 새로 시작하는 것같이 기운을 낼 수 없다면, 힘드면 힘든 대로 현실을 인정하길 바란다. 자신이 고통받아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절대 앞으로 다가올 고통을 피하지도, 지금까지 쌓인 고통을 떨쳐내지도 말라. 다만 결국엔 쌓인 고통의 높이만큼 높은 곳에서 길의 끝을 맞이할 것을 생각하길.
길의 끝에서 행복을 맞이하려면 길의 위에서 고통받는 방법밖에 없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미래의 나를 위해, 미래의 당신을 위해 과거의 당신이, 과거의 당신을 밟고 서 있는 현재의 당신이 조금만 더 고통받길. 조금만 더 힘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