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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r 17. 2024

0311-0317 편지 주기(週記)

지난주의 나에게.

그런 때가 있지 않습니까. 뭘 해도 잘 되지 않을 때.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아무 쓸모없이 느껴질 때.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때. 그런 한 주였습니다.  여러 가지 일이 뒤엉킨 결과입니다. 하나하나는 작은 돌멩이 정도의 일들인데, 그게 한꺼번에 떨어지니깐 후두두두둑 피할 곳도 없이 돌을 맞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겁니다. 돌멩이 하나를 던진 사람은 그다지 큰 생각 없이 한 일일 텐데 말이지요.


아무도 돌을 던지지 않으면 참 좋겠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상대를 배려한다는 건 그만큼 그 상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거겠지요. 사회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나를 중요하게 여길 순 없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나는 내일 먹을 점심 메뉴보다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존재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요.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겁니다. 인정한다고 타격을 받지 않는 건 아닙니다. 특히 일에 있어서 존중받지 못하는 건 더욱 힘듭니다. 사적인 관계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건 차라리 아무렇지 않은데 말입니다. 뭐랄까. 사적인 관계에서의 존중은 그저 내가 저 사람의 취향이 아니었다는 것뿐이지만 일에 있어서는.... 그렇죠. 내가 만들어내는 것들, 나의 노동의 산물이 상대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함께 인정해야 합니다. 괴로움 두 배. 플러스로 내가 ~이었다면 - 하는 가정문이 따라붙는 자기모멸 첨부.


나도 누군가에게 돌멩이를 던지겠지요. 그렇겠지요. 그러니깐 이 모든 건 업보라고 생각하고 견딥니다. 나도 깨닫지 못한 카르마 속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라쿤이 되어서 또 한 주를 견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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