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나에게.
10여 년간 사용한 컴퓨터가 망가졌습니다. 자리는 꽤나 차지하지만 3번 이사를 하는 동안 버티던 듬직한 데스크톱이었지요. 심지어 한 번은 이삿짐센터에서 분류를 잘못해서 던졌는데도 말입니다. 그동안 잘 버텼다는 인사와 함께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이전부터 이젠 제발 날 놓아달라고 하소연하듯이 갑자기 꺼진다거나 파워가 들어오지 않는다거나 했거든요. 그러다 조용히, 아예 켜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전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편입니다. 가족 모두가 그런 편입니다. 재작년까지 부모님이 사용하던 전자레인지에는 ‘금성’ 마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딱히 물건에 애착이 있다거나 엄청난 절약 정신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다들 쇼핑을 귀찮아하기 때문입니다. 가전제품은 어쨌든 실물을 봐야 한다 - 는 묘한 고집을 가진 탓에 가전 하나를 바꿀 때마다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그게 참…. 귀찮은 것입니다. 궁극의 귀차니즘이 환경을 보호한다는 농담은 이런 점에서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지도요.
또 데스크톱을 구입할지 노트북으로 옮길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노트북으로 정했습니다. 데스크톱을 이용했던 건 동영상 편집 외주와 온라인 게임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둘 다 하지 않으니깐요. 가끔 하는 스팀 게임이야 노트북에서도 무리 없이 돌아갈 테고.
사용하던 물건을 바꾼다는 건 삶의 변화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구나,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