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폰 케이스가 보호용 소모품, 혹은 취향을 살짝 드러내는 장식품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본래 목적인 스마트폰 보호보다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폰 케이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고 이에 따라 다양한 폰 케이스 브랜드들이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폰 케이스 브랜드를 하나 꼽으라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케이스티파이(CASETiFY)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케이스티파이는 2011년에 웨슬리 응(Wesley Ng)이 홍콩에서 만든 브랜드입니다. 웨슬리 응은 2010년 전후에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가 급성장하면서 사람들이 폰으로 찍은 사진을 개인 SNS에 공유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적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개인의 정체성이 담긴 사진들이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옮겨진다면 매력적인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그 대상을 폰 케이스로 정했습니다. 폰 케이스는 누구나 가지고 있고 매일 손에 쥐고 보는 물건이기 때문에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캔버스였고, 무엇보다 크기가 작아 제작과 배송이 쉽다는 이점이 있어서 초기 사업 아이템으로 다루기에 부담이 적다는 부분도 그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처럼 초기 케이스티파이는 '인스타그램 사진을 선택하면 그대로 폰 케이스로 만들어주는 디지털 프린팅 서비스'에 가까웠고 이러한 서비스 특징을 네이밍에 담아 케이스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인 ‘케이스타그램(Casetagram)’으로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지금의 케이스티파이라는 브랜드 네임은 이후에 변경된 것으로 케이스(Case)와 ’-ify(~화하다, ~하게 만들다)’를 결합한 이름입니다. 이는 브랜드 초창기의 “폰 케이스로 개성을 표현한다”는 정체성을 더욱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폰 케이스를 단순히 기기를 보호하는 도구를 넘어 개성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스타 피드의 사진들이 폰 케이스로 구현되면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 웨슬리 응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폰 케이스가 씌워진 휴대폰을 들고 찍은 셀카를 다시 SNS에 올렸고, 그 사진을 본 다른 사용자가 “이거 어디서 샀어?”라고 묻는 UGC(User Generated Content) 확산 루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짐으로써 케이스티파이의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인 사진 기반 커스터마이징’ 콘셉트는 얼마 안 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모든 사람이 사진을 프린팅 하고 싶어 하지 않고, 각 사진의 퀄리티 편차가 크다는 점, 그리고 개인 사진을 기반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케이스티파이’라는 브랜드를 인지시키기에는 제약이 있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인식한 케이스티파이는 ‘커스터마이징+디자인 큐레이션’으로 전략을 변경했습니다. 자체 디자인 스튜디오 강화, 아티스트&일러스트레이터 협업, 스트리트 패션/팝 컬처/아트 IP와 콜라보 등 다양한 액션을 통해 ‘내 사진을 넣는 케이스’에서 ‘갖고 싶은 디자인 브랜드’로 인식 전환에 성공했고 매출 또한 퀀텀 점프를 하게 됐습니다.
케이스티파이는 2022년 기준 글로벌 매출 약 3억 달러(약 4,000억 원)를 기록했고 지난 5년간 연평균 70%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특히 2020년 1억 2,500만 달러에서 2년 만에 2.5배 매출 성장을 하는 등 ‘폰 케이스’를 취급하는 브랜드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괄목할만한 매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케이스티파이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제품군이 무엇인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휴대폰 케이스는 본질적으로 보조품이고, 없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케이스티파이는 이 보조품에 ‘정체성, 참여, 문화’를 결합했고 그 결과, 얼마든지 대체 가능했던 상품이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재탄생하게 됐습니다. 오히려 요즘에는 스마트폰이 어떤 브랜드의 제품인지보다 폰 케이스가 케이스티파이라는 사실에 더 관심을 가질 정도죠.
혹시 제품군이 매력적이지 않아서 내 브랜드가 매력이 없다고 변명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폰 케이스로 폰보다 매력적이고 눈에 띄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케이스티파이를 떠올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