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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Oct 15. 2016

그리고 나는 다시 가을을 맞는다.

나를 위한 가을을....



여름이 물러날 때 부터 

이상한 바람처럼 내 마음앓이가 시작되었다.

비어버린 둥지에 남은 

깃털 하나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허무한 가을앓이가 깊어졌다.



외로웠다는 표현보다는

절절하게 고독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의 나이를 시작하면서 

나는 순한귀를 갖지 못하고

맵고 독한 시선으로 내면을 들여다 보고

또 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삶의 작은 결산은 내게 밑진 장사를 한것처럼 허망한 손실표를 보여주는 듯 했다.


그 속에서 남은 것은

긴 세월 살아오는 동안 내게 박힌 굳은살과

굳지 못하고 더욱 여려진 유리같은 멘탈이 신음하는 소리 뿐인 듯 했다.

잠못 이루는 밤에 깨어 내내 떠 올린것은

왠지 억울하다는 느낌과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흘러가버린 60년의 세월이 남긴 흔적 뿐이었다.


옳다 여기며 살아 온 것들이

정신 차리고 보니 허상이었던 것 처럼 허무하던 무수한 밤..

최초로 라스베거스를 찾던 어느 날 밤의 불빛처럼 삶은 현란할 줄 알았다.

무지개빛을 띤 음악소리에 맞춘 물보라가 흩어지던 분수대 앞에서의 격정처럼

신기루로 다가 올 줄 알았는데....

밤을 지내고 아침에 커피 한 잔을 찾으러 거리에 나섰을 때의 그 황망함처럼....

라스베가스의 아침은 참으로 허망했었던 그 기억처럼

나는 내 삶이 자꾸만 억울했던 것이다.


시월 앞에서 나는 '국화 옆에서'를 떠 올렸다.

그리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이 되어야 한다고 내게 외쳤다.

그리고 나는 간신히 돌아왔다.



긴 울음 그친 후의 아이처럼

나는 이제 나를 바라본다.

충혈된 눈빛의 그녀를 바라보며

쓰담쓰담해 준다.


그리고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었다고 위로한다.


내 안의 내가 희미하게 웃는다.



이제 그만하자고 ......

일상에 대하여 겸허하자고....

나의 하루는 내가 만든것이 아니라 신이 주신 것이라고...

그리고 그저 얻은 시간 앞에서 겸손하자고...

그동안 수선 떨어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그리고

나는 다시 가을을 맞는다.

나를 위한 가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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