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몇해 전, 취업을 준비하다가 한 스타트업의 대표님과 만난 적이 있다. 채용을 목적으로 그 분과 두번을 만났고 만날 때마다 1시간 이상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에 오퍼를 받기는 했으나 오퍼를 받기 직전에 나에게 했던 그 분의 멘트가 기억에 남는다.
'주어진 일을 하기 보단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혁진님이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때만 해도 나는 비씨카드를 퇴사한지 5년쯤 되었고 그 사이에 월간서른이라는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고 2년간 운영하면서 배달의민족, CGV, 퍼블리, 폴인과 협업을 해왔고 카카오와도 제휴를 맺기도 했다. 비씨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퇴사하고 나서 내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나름 의미있는 경험들을 해왔다. 그런데 그 분은 왜 나에게 저런 이야기를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두번이나 만났지만 그 두번의 만남동안 대화의 지분의 약 95%가 그분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질문은 아예 없었던 걸로 기억나고 본인의 경험과 꿈, 생각에 대해 나에게 이야기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니 정말 두번을 만나고도 나에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얘기를 들은 적이 없으니 그럴 수 밖에. 딱히 질문하지 않으니 나도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잘 들어드리기만 했다. 참 자기 얘기를 좋아하는 분이시구나 생각했다.
조직이 겪는 문제 중 하나는 소통 문제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모든 문제는 소통의 문제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복지는 '동료'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복지제도가 있어도 좋은 동료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좋은 동료들과 지내는 것도 다 소통이 잘 될 때 이야기다.
그만큼 중요한 소통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누구 탓일까? 특히 '상하 간 소통의 문제'가 생기다면 그것 100% 리더 탓이라고 한다. 내 얘기가 아니다. 아래 블로그에 인터뷰 한 박재현 작가의 말이다.
https://m.blog.naver.com/businessinsight/222534654197
박태현 작가는 상하간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서는 리더가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 자리로 부르기 보단 직원 자리에 직접 가서 보고 받는다
· 직원과 일대일로 가까운 카페나 공원에서 대화를 나눈다
· 직원의 말을 경청하고, 절대로 중간에 끊지 않는다
·직원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 있을 땐 확인하기 보단 다시 한번 일러준다
특히 원온원을 할 때 신경써야 할 것들이 있다고 한다. 그 중 첫째가 경청이라는 것이다.
첫째, 경청을 해야 한다. 둘이 만나 리더가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최대한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게 중요하다.
코칭을 배우면서 가장 힘든 것이 경청하는 것이었다. 코칭에서 요구하는 경청은 일상에서 흔히 하는 경청의 수준을 넘어선다. 훨씬 밀도있고 적극적이며 상대를 고려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 경청이다. 아직 훌륭한 코치가 지녀야 할 경청의 수준을 내가 가지고 있지는 못한 것 같지만 코칭을 수련하며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더 잘 들으려고 노력하고 더 잘 들으려는 방법을 고민한다.
이번 아티클을 읽으면서도 몇 해전, 본인의 이야기를 오래토록 꺼내놓으셨던 그 분이 떠올랐다. 그 분은 이 아티클도, 내 브런치 글도 읽지 못하시겠지만 꼭 한번 그 분께도 코칭을 배울 수 있는 경험이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