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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Jan 02. 2018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2018년 1월 1일 밤,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을 향한 글을 남깁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2017년 한 해가 끝났고, 2018년의 첫 하루도 벌써 끝나갑니다. 아마 이 글을 다 쓰고 난 뒤 '발행'을 하는 시점이자, 여러분이 이 글을 볼 수 있게 될 쯤은 새해의 두 번째 새벽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여러분에겐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2017년 연말을 맞아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과 함께 정리도 하고, 또 2018년의 계획들도 세우셨나요? 어찌 보면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인데,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해가 온다는 것은 마치 한 권 책의 이야기를 다 읽고, 새 책을 펼치는 느낌이 듭니다. 지금 새롭게 펼치는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가득 차게 될지 기대와 설렘을 조금 품어봅니다. 해가 바뀐다고 우리의 일상이 순식간에 새로워질 일은 드물 테니, 기대와 설렘은 조금만 품어봅니다. 괜한 실망 대신 평범한 일상을 무난히 살아내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한 해 제게는 크고 작은 변화가 내내 이어졌습니다. 익숙한 공간을 떠났고, 사람들과의 헤어짐을 종종 마주해야 했습니다. 제겐 새로운 변화가 적응이라는 과제가 되었고, 때때로 견디고 버텨내야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또 종종 헤어짐의 크기보다 큰 외로움과 그리움을 품고 있는 것조차 벅찬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2018년이 된 지금도 2017년에 쓰기로 마음먹었던 글들이 무한 대기 중인 상황입니다.


이런 혼란 가운데, 기대치 않았으나 감사하게도 제 글을 구독하시는 분들이 200명을 넘었습니다. 종종 브런치에 로그인을 하고 들어올 때마다 알림 아이콘 옆에 표시된 청록색 점(dot)이 반가웠습니다. 새 글을 쓰기보다 여러분이 '좋아요'하고 하트 아이콘을 눌러둔 글을 따라 읽는 날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를 쓴 글이었기 때문일까요? 몇 가지 안 되는 비슷한 감정이 담긴 글을 읽으며 공감했습니다. 오늘과 비슷한 어제의 감정, 지난달의 감정. 그렇게 스스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지난 한 해를 잘 견디고 버텨올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 여러분의 하트가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광고 문구 같아 살짝 부끄럽기도 하지만, 사실입니다. '힘들어 말고, 이 글이나 읽어봐'하고 이야기해주는 듯했습니다. 홀로 걸어 다녀도 외롭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올해도 지난 한 해 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얼마 전 제가 다니는 회사 종무식에는 두 개의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withstand(버티다, 견디다)와 growth(성장)입니다. 버티고 견뎌내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성장으로 나아가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괜찮은 듯하다 금방 괜찮지 않아지는, 어제 겪은 어려움이 오늘 처음인 것 같아 힘들었던 지난 순간들이 떠올라 울컥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잘 끝나서 다행이다' 싶었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난 힘든 시간이 이제 곧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리라 믿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해를 의미하는 숫자 하나가 바뀐다고 힘든 시간이 칼 같이 끝나는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여전히 진행 중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한 해의 끝'이란 이름을 붙이면 힘든 시간이 진짜 끝 날 것 같은 바람에 조금 더 큰 기대를 걸어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잠시 쉼표 정도를 찍고 가는 것도 괜찮을 테니까요. 이쯤에서 '수고했다'라고 '정말 고생했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봅니다.


여러분에게도 전해봅니다. 지난 한 해 모두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올 한 해는 지난해보다 부지런히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제가 글을 읽고 스스로 힘을 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셨던 많은 분들에게 먼저 다가가도록 하겠습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잠시나마 공감의 대상이 되길, 그리하여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기를 바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2018년 1월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마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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