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금요일 : 돌아가다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단호히 대답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무척이나 행복했던 과거의 어느 순간도 영원하지 않았고, 이미 지나온 힘겨운 시간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예외적인 감정을 느낀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 조금이라도 어렸던 날들로. 세상을 몰라 겁이 없던 때로. 그냥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할 수 있었던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날을 그리워하는 미련함.
숱한 다짐들을 한순간에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는 어리석음.
어림짐작으로 느끼고 있던 현실의 낯빛을 느꼈다. 차갑고 따가웠다. 불안함을 달래려 옆을 바라보고 물었다.
우리 괜찮겠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괜찮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미래의 어느 날 무진장 그리워하게 될 것 같아서 미리 눈물이 났다. 쉽사리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이별의 말을 머금고 있는 사람과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사람 사이에 어중간한 내가 있다. '우리'라 부를 수 있는 '우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과 '우리'가 끝내 '우리'로서 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 또 그것이 현실이라 아팠다.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오늘을 다독이며 다가오는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다. 눈물이 왈칵, 또 났다.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