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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Oct 02. 2017

잡은 적 없고, 잡을 수 없는

5월의 화요일 : 인연



05.02.


'우리는 어떤 인연일까. 지나가게 될까, 남게 될까. 난 왜 우리의 끝을 벌써 보는 걸까.'

만나면서도 끝을 떠올렸던,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흔들렸던, 여전히 지나가고 있는, 이제 그만 보내줘야 하는 인연.




05.09.


'이젠 보내줄게'하고 말했다. 평범한 헤어짐의 인사였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그 한 마디에 담은 나의 감정을.


그는 짧게 답했다. '슬프다.'라고.




05.16.


이야기가 다 끝나고, 종종 홀로 앉아있곤 하는 테라스를 다시 찾았다. 참았던 울음이 터졌다.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이 교차하는 지점이었고 버거웠다. 밉다가 미안하고 서운하다 슬프고 억울하다 힘들고, 한참을 그러다 자리를 일어섰다...(중략)... 눈물을 꾹 참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가던 길에 멈춰 서서 주저앉아 펑펑 한바탕 우는 장면이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을 찾아온다. 못 본 척한다. 이것도 다 지나가리라 하고 내버려두면 되나. 내버려둘 수 있는 일인가. 내버려두어도 되는 일인가.

- 이유 모를 불안감이 만든 마지막 사진을 앞에 두고, 2017.05.16.


어떻게 슬퍼하지 않을 수 있는 일인지, 어떻게 해야 슬퍼하지 않을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눈물만 나던 날.

최악의 상황도 '괜찮을 거야'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나서야 평범한 일상처럼 보일 수 있던 날.




05.23.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그가 없는 세상에 허전함이 드는 오늘.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그녀의 책을 기다리는 설렘이 좋은 오늘.


본 적 없이 드는 감정.

본 적 없어도 휘몰아치는 감정.




05. 30.


한 장, 한 장 명함 속 이름을 오래 바라보았다. 한 손에 쥐어진 명함들을 그만 가방 속에 넣었다. 이제 '안녕' 하고 보내줘야 하면서도 간직하고 싶어서 그랬다. 셋이 마주 앉은 소파 위의 시간이 언제든 그리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마지막 자리의 끝 즈음이 되어서도 아무 말이나 했다. 언제든 그리워할 시간이었다. 지금 충분히 슬퍼해야 할 만큼 아무 생각 없이 좋았던 날들이었다.


나만의.

우리들의.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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