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냥 Oct 05. 2017

똑똑똑

5월의 수요일 : 상처



05.03.


나는 '괜찮다. 괜찮다.'하면서 지내다가도 네 앞에 서면 괜찮지 않은 나를 이야기하게 돼. 그러면 이상하게도 금방 괜찮아지더라. 그러니까 한 동안 너 없이 홀로 괜찮지 않은 날들을 보내야 하더라도, 금방 괜찮을 거야. 그날 너의 맞은편에 내가 앉아있던 우리의 시간이 날 위로할 테니까.




05.10.


똑똑. 날 부르며 노크를 하는 이가 있다. 똑똑 노크 소리에 문을 열어주면 방으로 냉큼 들어온다. 이런저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다 못해, 내 손을 잡아 끈다. 나가자고 한다. 문지방 너머에 서있는 그는 아직 방을 벗어나지 못한 나를 잡아당긴다. 나는 같은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 분명 그의 손을 잡고 있는데, 혼자 있는 듯 외로워진다.

 



05.17.


순간이 그대로 멈추면 좋겠다.


이미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어떤 순간을 회상하며 '그때 그 순간에 멈추어있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고 바라는 비현실적인 마음.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그도 나도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음을 자꾸 깜박한다. 더 나은 곳일지 더 지독한 곳일지는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인데도, 자꾸 뒤를 되돌아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05.24.


우리는 나란히 앉아 있었고, 서로 다른 방향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우리 사이를 오고 가는 것은 바람뿐이었다. 


이 오래된 기억은 '당신을 믿지 못해 스스로 만든 생채기'에 의한 것일까.




05.31.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가볍지 않게. 흔들리지 않도록.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잡은 적 없고, 잡을 수 없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