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가 넘었고 냉동피자를 데웠다
미쳤네 미쳤어를 연발하며 먹는 나란 여자
아이들이 늦게 잤고 남편은 늦게 왔다
고로 나의 육퇴 밤 12시. 어질러진 거실을 대충 정리하고 나니 허기가 진다. 저녁을 먹었나 생각해보니 5시쯤 비빔밥(비빔밥이라 하기엔 좀 초라한 계란, 고추장 밥 비빔)을 입안에 욱여넣고 아이들이 남긴 요플레를 먹었다. 허기가 질만한 메뉴였고 또 육퇴가 늦은 것에 대한 보상이 필요한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남편이 내가 좋아할 거 같아서 사 왔다는 불닭 마요 소스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눈덩이 커지듯 커졌다.
그래. 나 먹어야겠다. 다짐하고는 냉동실에 있는 냉동피자 한 조각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데우고 불닭 마요 소스를 뿌렸다.
한입 두입 세입 먹는데
미쳤네 미쳤어 이걸 지금 이 시간에 먹고 있다니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노릇. 새벽 1시에 냉동피자 한 조각을 다 먹었다. 불닭 마요 소스까지 야무지게 발라서.
맛있게 먹긴 했다만
이 후회와 죄책감과 더부룩함은 어쩐단말이냐
또 이 와중에 맥주까지 먹고 싶은 마음은 또 뭐란가.
참자 참아야 한다
22. 8. 25일 새벽
그나저나 처서가 지나니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낀다
바람이 서늘해졌다. 열어둔 창문으로 가을바람이 후욱 들어오네. 올 가을도 찬란하게 눈물겹도록 아름답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