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보낸 24시간을 부정하고 싶어지는 까닭
왜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지?
드디어 육퇴. 늦은 밤.
아이와 남편이 잠든 안방 문을 살며시 닫고 나온다.
아침 7시부터 요란했던 집은
밤 11시 30분이 돼서야 고요해졌다.
그런데 이렇게 평화가 찾아오면
이내 나의 하루를 부정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루 종일 나는 뭘 한 걸까.
아이에게 100% 집중하며, 잘 돌본 것도 아니고
다양한 음식을 하거나
집을 치우지도 못했으며
그렇다고 일을 하지도 못했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오는
식탁을 가득 채운 온갖 물건들(아이 알림장, 머리핀, 물컵, 장난감, 먹다 남은 우유팩 등)
싱크대 개수대 속 저녁 설거지거리
세탁함 가득히 쌓인 아이들 빨래
거실을 가득 채운 장난감과 동화책
기사 한건 쓰지 못한 채 켜놓은 노트북 문서
바빴고 정신없었고 쉴틈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모습이다.
그러니
나는 엄마로서 보낸 24시간을 부정하고만 싶다.
다시금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건조기 속 가득한 빨래를 꺼내 개고
식탁 위 어지럽게 널려있는 물건을 정리하고
거실을 점령한 장난감과 책을 제자리에 둔다.
이제야 뭐라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내 조금 서글퍼지는 마음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