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윤맘 Oct 06. 2022

엄마로 보낸 24시간을 부정하고 싶어지는 까닭

왜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지?

드디어 육퇴. 늦은 밤.


아이와 남편이 잠든 안방 문을 살며시 닫고 나온다.

아침 7시부터 요란했던 집은

밤 11시 30분이 돼서야 고요해졌다.

그런데 이렇게 평화가 찾아오면

이내 나의 하루를 부정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루 종일 나는 뭘 한 걸까.


아이에게 100% 집중하며, 잘 돌본 것도 아니고

다양한 음식을 하거나

집을 치우지도 못했으며

그렇다고 일을 하지도 못했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오는

식탁을 가득 채운 온갖 물건들(아이 알림장, 머리핀, 물컵, 장난감, 먹다 남은 우유팩 등)

싱크대 개수대 속 저녁 설거지거리

세탁함 가득히 쌓인 아이들 빨래

거실을 가득 채운 장난감과 동화책

기사 한건 쓰지 못한 채 켜놓은 노트북 문서  


바빴고 정신없었고 쉴틈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모습이다.


그러니

나는 엄마로서 보낸 24시간을 부정하고만 싶다.


다시금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건조기 속 가득한 빨래를 꺼내 개고

식탁 위 어지럽게 널려있는 물건을 정리하고

거실을 점령한 장난감과 책을 제자리에 둔다.


이제야 뭐라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내 조금 서글퍼지는 마음도 함께.

작가의 이전글 2G였던 실행력이 갑자기 LTE 5G가 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