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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윤맘 Nov 15. 2022

둘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둘째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아리다. 마음이 아린 이유는 미안함 때문이다.


첫째는 4년간 혼자서 듬뿍 사랑 받으며, 먹는 것, 입는 것, 보는 것, 모든 것들에 열과 성을 다했다. 모유수유도 15개월동안 했고, 어린이집도 30개월에서야 다녔다. 문화센터며, 촉감놀이며 그 나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놀이를 해주고, 늘 첫째를 1순위에 둔 삶이었다.

반면,둘째는 1순위인 삶을 주지 못하고 있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첫째 눈치 보느라, 사랑 표현에도 인색했고, 추운 날에도 어쩔 수 없이 옷을 입혀 첫째 등하원에 동행 시켰다.


모유수유도 갑자기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엉겹결에 10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급하게 중단했다. 늘 누나 일정에 맞춰야 하다보니 문화센터에 가서 그 흔한 촉감놀이 한번을 하지 못했다. 그저 둘째는 늘 유모차에 앉아 놀이터에서 누나 노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집에 들어오는 일상이었다.


그래서일까. 둘째는 좀 아픈 손가락 같은 마음이 든다. 일단 감기(중이염)를 달고 산다. 며칠 전 카드승인내역을 보니 둘째가 한달에 한번 병원에 갔다. 그만큼 자주 아팠다는 것. 코감기는 어김없이 중이염으로 이어지는데 지금까지 먹은 항생제만 얼마인가 모른다.


모든게 나의 사랑 혹은 나의 보살핌이 부족해서인게 아닐까 싶어 마음이 아린다.


그 와중 둘째가 어린이집을 다니게 됐다. 첫째는 30개월에 시작한 사회생활 둘째는 1년 반이나 빠른 17개월에 시작한 것.

사실 마음은 더 집에서 가정보육을 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어린이집에 자리가 생겼다는 말에 이때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았다. 첫째가 내년부터는 유치원에 가다보니 누나와 함께 어린이집을 다니는게 아무래도 적응도 잘하고, 덜 외로울 것 같아서 몇달이라도 함께 보내는 게 나을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3월에 보낼거 몇달 먼저 보내는 게 뭐 어쩌랴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 나의 체력이 첫째때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체력이 안되는데 아이와 온종일 집에 있으려니 이도저도 아닌 보육이 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나로, 나 자체로 온전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심이 스믈스믈 올라오던 참이였다. 이런 이유들로 둘째는 17개월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비슷한 개월수 친구 2명과 담임쌤과 함께 각종 교구와 장난감이 가득한 곳, 그러나 엄마는 없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온다.


아직 말을 못하니 어린이집에 가는 게 좋은지 싫은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어린이집 문 앞에만 도착하면 뛰어서 교실로 들어가고 선생님께 포옥 안기는 걸 보면 다행히 싫지는 않은 듯 하다.


지금은 적응기간이라 1시간 있다가 오기도 하고, 점심 먹고 오기도 한다. 며칠 전엔 점심 먹다가 조는 통에 선생님이 토닥토닥 해주니 이내 잠이 들어(?)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고 오기도 했다.


다행히 잘 지내주고 있어 고맙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든다. 뭐랄까.


둘째의 숙명을 받아들인건가 싶어서다.


짠한 둘째. 오늘도 누런 콧물을 흘리고 있다. 내일 또 병원에 가면 중이염 진단과 함께 쓰고 독한 항생제를 받아올 듯 하다.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주기를. 부족함을 느끼지 않기를. 충만한 삶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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