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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경호 ho May 12. 2018

[논픽션] 대중화의 딜레마

힙합과 스타트업! 내맘대로 뜯어보기


유독 귀찮음을 무릅쓰고 손수 찾아가면서 히스토리를 섭렵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힙합 디스전이다.

최근에도 하나 있었다. '저스디스'라는 아티스트와 'VMC'라는 힙합 레이블이 맞붙은 것.


이번 디스전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키워드는 "쇼미더머니 출연", "방송출연" 그리고 "그럴거면 연예인이나 해!"다.

이를 내뱉는 측은 항상 "방송출연=연예인=힙합 진정성의 훼손"을 주장하곤 한다.


힙합(흑인음악)은 멋스럽게 패턴화된 리듬(비트)위에 빠르게 메시지를 내뱉는(래핑)것이 주요한 정체성으로 보인다.

흥얼 거릴 수는 있으나, 누구나 쉽게 따라부를 수 없는 것! 또 붐뱁, 트랩 등등 고유한 스타일이 있으며이러한 스타일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존재한다는 것!

결국, 이 문화콘텐츠는 깊게 접속하는 자만이 두루섭렵할 수 있는 마니아 문화다.


(1)하지만, 힙합을 전공(?)하는 아티스트들 대부분의 궁극적인 목표는 "힙합의 대중화"다. 그들은 공개적인 인터뷰를 통해 항상 이야기한다. 힙합 음악을 널리 알리면서 특유의 불건전함을 덜어내고,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대중음악의 범주로 끌어내겠다고....


(2)하지만 막상 홍대 이름난 클럽에서 공연을 하면서 소위 "언더"에서 명망있는 아티스트로 활동해야, 전통을 계승하는 힙합전사로 거듭나는 듯 하다. 일부 기획사의 힘과 탄력을 받아 성공하는 아이돌 그룹 내 래퍼와 방송에 출연하는 래퍼들을 비난하는 행태를 보면 말이다.


(엥?)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까?


이해가 되는 대목도 분명 있다. 나의 경험을 미루어볼 때,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영화배경음악을 주름잡던 브릿팝과 얼터네이티브 락, 모던팝을 즐겼다. 이에 해당 하는 명곡들을 엠피쓰리 플레이어에 꾹꾹담아놓고, "나의 이런 소울을 알아주는" 특정 친구와만 공유했다. 이런 보물 같은 음악이 담긴 엠피쓰리를 다른 친구가 듣는 것은 마치 "뭣도 모르면서 감히?"라는 생각을 끌어냈고, 이런 보물 같은 음악이 예능방송 혹은 생필품광고 등에 실리면서 세상에 나올 때에는, 나의 고귀함을 잃은 듯 한 감정에 휩쌓였다. 미천한 방송 프로그램과 스타일리시 하지 못한 광고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게 만들었다.

이런 보물 같은 음악은 콘서트를 찾아다니거나 클래식하게 음반을 모으거나 한 오랜기간 해당 분야만을 섭렵해 온 마니아그룹들에게만 허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부 힙합 아티스트들은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때로는 반사회적이지만 그 안에는 억눌린 체제에 대한 호소, 물질적 정신적 승리를 거둔 자신들의 성공담, 다소 의기양양한 자신감과 자랑이 담긴....... 이러한 요소들은 적어도 진정성과 고귀함을 알아주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회자되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를 축적하고 성공을 거둬서 더 회자되기 위해서는 각종 공개된 음원사이트를 정복하고, 지상파-종편-케이블 방송에 공연실황이 동반되어야 가능할 듯 하다. 그리고 어디든 자주 노출되어야 우리들 머릿속에 각인 시키거나, 접했을 때의 반가움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주구장창 풀어 내느라 주제 등장이 늦었다.

나는 이것이 바로 "대중화의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부와 저명도에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해서는 대중화가 필요하다. 어느정도 진정성의 훼손이 동반되고,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게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대중화가 정답이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는 경우도 적지않을 듯 하다.


기업환경에서도 마찬가지다.

투자은행, 벤처캐피탈, 투자운용사들은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성공 종착지는 "기업공개(IPO/상장)"라는 척도를 만들어냈다.

결국은 주식시장에 편승되어야 성공한 기업이 된다는 발상이다. 이는 명백한 대중화가 맞다. 기업공개가 끝나면, 주식시장에 접근이 가능한 모든 사람들이 회사의 재무상황과 사업비전을 들어다보며 회사의 성장을 응원할 수도, 성장을 이용해 차익을 실현할 수도 있게 된다. 관련 분야에 능통하지 않더라도, 뭐 하는 회사인지 많은 정보가 없더라도, 저마다 "뇌피셜(본인이 우기는 정보)"을 공유하고 회자하며, 지분을 살수도 팔수도 있다. 그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몰라도 가치에 대해 논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업 대중화를 거치면, 기업은 다소 달라진다. 기업경영방침에 "주주가치 제고"라는 항목이 끼어들면서 진정성 있던 사업이 훼손될 수도 있다. 또 각종 짜여진 규제에 알맞게 기업의 방향을 틀어야 할 수도 있다. "대중화의 딜레마"를 수용하는 과정인 셈이다.


잘 살펴보니 "대중화의 딜레마"를 겪는 힙합이나 기업이나...욕을 덜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한결같음", 둘째 "준비된 수순"이다.

즉, 본인이 추구하고자 했던 핵심비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본인이 언더에서부터 이루고자 했던 성공이든, 마니아들과 공유하고자 했던 문화든, 본인이 부르짖던 목표에 대해서는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급격해서는 아니된다. 나아갈 방향에 대한 수순이 잘 준비되어야 한다. 기본기없이 내실을 다지지 않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 가차없다. 힙합이라는 성격을 띄면서 기술없이 피처링할 때에는 비난받을 일이 커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저 대중화를 통해 "큰 기업"으로만 가겠다고 하면 그 안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외면하게 된다. 또 고유함을 사랑하는 고객을 뒷전에 앉히게 된다. 바깥소리에 사로잡혀 추구하던 핵심에서 벗어나게 되거나, 준비되지 않은 사업을 론칭하는 날엔 일이 커진다...


(내맘대로 뜯어보기 결론)

(1)보니까 오히려, 그들만의 리그에서 더욱 빛날 수도 있다. 때론 마니아들 사이에서 고루 회자되면서 더욱 알맹이 꽉찬 콘텐츠를 쏟아낼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세상에 더 큰 울림을 전할 수도 있다.  딜레마를 겪지 않고도, 위인전기와 같은 대중화를 이룩할 수도 있다.


(2)보니까 어쩌면, 대중화를 통해 숨겨진 재능을 발굴해낼 수도 있다. 원했던 성공을 이루면서 동시에 더 가치있는 콘텐츠를 더 넓은 범위에 수 놓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00아티스트 or 00코퍼레이션) 한결같은 방향으로 준비된 수순을 거쳐 "대중화의 딜레마"를 마주한다면 덜 디스하기를 바란다.

또 "대중화의 딜레마"를 수용하는 과정을 겪어내는 당사자는 덜 흔들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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