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핵심
누군가 이야기한 것 같다.
“빅뱅 이후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로운 것은 편집일 뿐이다”
“아이디어는 기존에 있던 생각들의 조합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면서 놓치는 부분이 있다.
‘융합’에 대한 의미다.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말그대로
‘기술도입’이다.
바람직한 융합은 기존에 있던 기술과 시스템, 맥락을,
기존에 있던 기술과 시스템, 맥락끼리 잘 조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융합은 아주 멀고 어려운 발상이 아니다.
혁신은 이러한 이미 존재하는 점들을 여러 개, 여러 방향으로 이어보는 융합 사고에서 출발한다.
점들을 잇는 융합 과정에서 대략 두 가지의 혁신이 발생한다.
1. 기존에 있던 분야를 잘 접목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혁신
2. 기존에 있던 분야들끼리 닮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결과물을 창출하는 혁신
먼저, 최근 화두가 된 ‘미디어 커머스’를 보면,
‘미디어’와 ‘커머스’는 각각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것이다.
미디어는 여러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채널이고, 커머스는 물건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판이다.
심지어, 각각 아닌 ‘미디어+커머스’도 원래 존재했다.
홈쇼핑의 경우, 방송사업자를 통한 TV채널(미디어)을 매개로, 전화주문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미디어 커머스다. 카탈로그 판매도, 카탈로그라는 아날로그 미디어를 통해 주문을 받는 미디어 커머스다.
즉,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보다 조금 더 진보된 케이스가 있다.
‘콘텐츠 커머스’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의 경우, 콘텐츠 파워를 먼저 검증하고 이후 커머스를 접목했다.
→ 누구나 모바일로 손쉽게 영상을 즐긴다 →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재미있는 영상 콘텐츠로 눈길을 모은다 → 시간이 지나면 상당한 이용자 트래픽을 획득하게 된다 → 영상과 콘텐츠가 주는 재미에서 해답을 얻었다 → 재미있게 상품을 소구하고, 논리적인 실험, 리뷰 영상으로 설득력을 얻는다 → 콘텐츠를 접한 이용자들은 그 상품을 구매할 수도, 좋아요/공유 등의 참여활동으로 콘텐츠를 이슈화할 수도 있다.
어떠한 융합일까. ‘콘텐츠’와 ‘커머스’의 융합인 것이다.
잘 구축된 미디어 채널로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다(≠미디어 커머스).
제품이 소셜미디어에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남녀노소 이용자를 다이렉트로 만난다.
제품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이용자와 소통하는 구조다. 여기서 트래픽은 중요하지 않다.
물건을 얼마나 많은 이용자들에게 설명하고 피드백을 받았는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랭크는 영상 회사도, 유통 회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개념으로 정의 내리기 힘든 융합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은 영상이라는 콘텐츠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입니다. 영상으로 소비자를 찾아가 일일이 설득하는 작업을 하는 방식이죠. 그래서 저희 스스로 ‘디지털 방문판매’ 회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블랭크코퍼레이션 남대광 CEO,
비즈한국 인터뷰 중 발췌
CJ ENM이 주도하는 ‘DADA studio’도, 카카오의 '카카오메이커스'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브랜드를 소개하거나 잘 구축된 온라인몰로 안내하지 않는다. 개별 제품이 주는 기능에서 유머를 찾고, 설득 논리를 만든다. 제품 자체가 콘텐츠가 되어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는다. 굳이 유명인사가 아니어도, 일반인, 회사원들이 출연하더라도 눈길을 끈다.
‘미디어 커머스’와 ‘콘텐츠 커머스’는 바로 1. 기존에 있던 분야를 잘 접목해 새로운 것을 창출한 융합 혁신이다.
두번째는 엄청난 기술 굴기를 자랑하는 ‘신유통’ 사례다.
특히, 중국의 기술진보, 혁신의 속도가 거세지며 ‘신유통’이라는 키워드가 연일 눈길을 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은 ‘무인화’, ‘자동화’, 인공지능(AI), 스마트 물류시스템 같은 기술혁신이다.
조금 더 들어가면, ‘알리페이’ 등 핀테크를 통한 간편결제, 온라인-오프라인의 융합이다.
끝까지 깊숙이 파고들면, 결국 "온라인 사업자들의 오프라인 저변확대다"
신기술의 도입은 그것이 좋기에 무턱대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먼저, 혁신이 필요한 영역과 수요를 분석하고 실험의 과정을 거친다.
지금 겉으로 보여지는 신유통의 모습은 종착지가 아닌 융합의 실험장이다.
이들의 융합은,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장점을, 오프라인을 온라인의 장점을 취하며,
서로 닮아가면서 경계를 허문다.
신유통을 이끄는 중국의 B-A-T, 미국의 아마존… 결국, 모든 온라인 커머스(전자상거래)가 그리는 목표는 ▲온라인 환경에서도 오프라인과 같은 즉각적인 경험을 일으키는 것과 ▲온라인에서 체득한 데이터기반의 사고 및 기술적 편의성을 오프라인에도 접목하는 것이다.
글로벌 최대기업인 미국의 월마트, 대한민국의 대표 유통기업인 신세계, 이마트 등 원조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온라인 환경조성에 여념이 없다. ▲안정적인 체인과 물류, 인지도와 접근성을 갖춘 오프라인 사업장을 튼실한 기반으로, 온라인 플랫폼 적용 및 배송, 서비스 테크를 접목하며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서로 혁신 분야는 갖지만 혁신의 성격이 다르다.
한쪽은 자신들의 온라인적 강점에 유통망 확대, 물류 시스템 구축을 더해 오프라인 경험을 창출하려고 한다.
다른 한 쪽은 견고한 유통망, 시스템을 바탕으로 간편주문, 결제, 배송 등 온라인 서비스의 편의성을 접목하려 한다.
‘신유통’은 2. 기존에 있던 분야들끼리 닮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결과물을 창출하는 융합 혁신이다.
커머스와 온라인, 오프라인 등 분야에 한정해 정의했지만, 융합이 있는 어떤 영역이든 위 두 가지 범주에 부합한다. 일례로, 최근 인플루언서, 왕홍의 영향력으로 막강해진 소셜미디어 판에서 즉시 커머스를 일으키는 ‘D2C(Direct To Consumer)’전략이 뜨고 있다. 간략히 말해, 유명인사가 입은 브랜드의 제품을 유명인사의 콘텐츠 혹은 채널에서 바로 확인하고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다.
용어가 새로울 뿐이지, ‘제휴’, ‘커머스’ 등 기존에 있던 분야들의 융합이다.
‘Online Only’, ‘o2o’ 등등 모든 것이 같다.
즉, 중요한 것은 용어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융합’은 실생활에서 찾을 수 있고, 실행하다보면 이루어질 수 있다.
"크으~신유통 사업을 해야겠어, AI인재를 영입하자"
"콘텐츠커머스 창업을 해야지, 콘텐츠 잘 만드는 사람이랑 커머스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겠군"
"o2o 서비스를 해야지! 어떤 오프라인들을 이어볼까, 오프라인부터 찾자!!"
같은 발상을 경계해야 한다. 쉽게 바라보고 접근했기에 지금의 기술과 트렌드 생태계가 일어났다.
이 간단한 정의가 ‘융합’이라는 큰 단어에 매몰돼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 혹은 비즈니스를 정의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