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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떠나기

縱浪大化中종랑대화중 zòng làng dà huà zhōng     

不喜亦不懼 불희역불구  bù xǐ yì bù jù

應盡便須盡 응진편수진 yīng jìn biàn xū jìn

無復獨多慮 무복독다려  wú fù dú duō lǜ


커다란 변화의 한 가운데에서 자연의 순리에 자신을 맡기고,

기뻐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노라.

끝날 때가 되면 끝나야 하리니

다시는 홀로 많은 염려 말 것이다.


- 陶渊明 도연명, ' 神释'(신석)에서


옛날의 그 집 

박경리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 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 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任重道遠 임중도원

rèn zhòng dào yuǎn

책임이 매우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다

论语“曾子曰:‘士不可以不弘毅,任重而道远。仁以为己任,不亦重乎?死而后已,不亦远乎?’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 

                                 

  이 숲이 누구 숲인지 알 것도 같다. 

  허나 그의 집은 마을에 있으니 

  내가 자기 숲에 눈 쌓이는 걸 보려고 

  여기 서 있음을 알지 못하리.(...) 

  다른 소리라곤 스치고 지나는 

  바람소리와 솜털 같은 눈송이뿐.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 

  하지만 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다.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Robert Frost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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