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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드라운기린아 Sep 12. 2023

녹색방랑, 이미지 여행기 2023

<Lovers, 시선 끝의 연인>

한 무슬람 여인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국립 나비 정원에서 만났다. 말레이 어로는 Taman Rama-rama(보이는 데로 타만 라마라마 라고 읽힌다) 불리는 이 존재 만으로도 사랑스러운 공원에 입장 마감 직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를 떠나기 하루 전날이었고, 어쩐지 나비들을 보고 가지 않으면 후회가 막심할 것 같아 허둥지둥 도착한 터였다.

그녀는 나와 함께 거의 마지막에 입장한 커플이었는데, 그녀의 남자친구는 키가 꽤 크고 호감형의 무슬림이었다. 그들은 말레이 반도에 있는 수도 쿠알라룸푸르로 여행 온 보르네오섬 지역의 말레이 사람이라고 했다. 그녀는 한 손에 연보랏빛 작은 꽃다발을 들고 있었고 샛노란 빛깔의 긴 무슬람식 원피스(바주꾸룽Baju Kurung)와 새하얀 히잡(뚜동)을 온몸에 두르고 있어 이목구비가 또렷한 얼굴에 더욱 눈이 갔다.

우리는 나비 정원의 정원사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어젯밤 갓 태어난 아틀라스 Atlas 나방 한 쌍과 말레이시아 국립 나비 라자 브룩 Rajah Brooke을 운 좋게 어루만져볼 수 있었다. 아직 아기라서 인지 날개의 색이 또렷했고 위협적인 뱀무늬를 닮은 패턴이 아찔하여 아름다운 나방과 나비를 손에 번갈아 얹으며 우리는 함께 웃었다.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무슬람 복장을 하고 있는 여자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연민과 동정심이 들곤 했는데 그것이 내가 머리로만 알고 있던 사회문화종교적 지식으로 인한 자동반사적인 반응이지 않을까 처음으로 회의감이 들었다. 나비를 온몸에 얹고 연인을 향해 수줍은 듯 웃는 그녀가 불행한 사람은 더더욱 아닐뿐더러 행복감에 젖은 한 마리 나비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