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ra Yoo Dec 10. 2020

매일의 나를 돌아보는 다정한 작업, 루틴컬러링


매일의 나를 돌아보는 다정한 작업, 데이컬러링


밑미와 함께 컬러루틴키트를 가지고 매일의 나를 돌아보는 온라인 리추얼 프로그램을 같이 하고 있다. 매일 아침 5분간 어제 있었던 일들을 컬러 루틴으로 복원해보는 작업. 하루의 아침을 단정한 자기돌봄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제일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정신없이 나라는 스위치를 켜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리추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매일 매일 나를 그려보면서 좋았던 것들을 떠올려본다.


내가 좋아하는 사소하고 중요한 순간들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마음,

하루하루 컬러루틴을 완성해나간다는 작은 성취감,

아침 5분 잠깐 나를 돌아보며, 나에게 작은 응원을 보내는 것.


나에 대한 응원을 미루지 말아야지.

매일 조금씩 꺼내어 해줘야지.





WEEK 1


Day 1

첫 날 어제의 일들을 그려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활동을 따로 표시해보았다.


Day 2

하루 종일 정신 없는 와중에도 짧은 산책이 있었다는 게 위로가 되었다. 쌀쌀한데 따뜻하게 껴입고 운동성에 몸을 맡기는 느낌이 좋았고, 골목 구비구비 걷는 느낌도 좋았다. 저녁에는 일에 집중이 잘 안되었는데 어떻게든 해보려고 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더니 스트레스를 좀 받았던 것 같았다. 하루종일 틈틈이 일했던 양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계속 밀어부쳤던게 이유였던 것 같다. 오늘은 속도를 보면서 마음 상태를 확인해가며, 일해보고 싶다.



Day 3

하루 종일 업무가 많은 날이었지만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았다. 원하면 언제든 멈춰 나를 돌볼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게 좋았다. 점심에 나갔던 산책에서 남편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햇빛을 받으면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역시 저녁 늦게 하는 작업은 잘 집중이 되지 않는다. 저녁에는 졸려하는 나를 위해서 업무를 줄여주고 싶다.


Day 4

어제 저녁에 친구와 나눈 대화로 마음에 다정함을 느꼈다. 솔직한 대화가 주는 힘, 서로를 보아주고 기다려주는 관계를 계속 연습하고 있는 것 같다. 


Day 5

어제는 오랜만에 오전에 천천히 쉬며 그 동안 미뤄왔던 일들을 했는데 기분이 평온하고 좋았다. 어제 햇살이 유독 따뜻했던 영향도 있었던 것 같고, 시간을 느리게 마음대로 쓰고 있다는 감각도 좋았던 것 같다. 추위를 많이 타는 식물들을 집 안 쪽으로 옮기고 커튼도 빨아서 다시 걸어줬는데 그게 뭐라고 기분이 이렇게 산뜻할까. 싶었다. 또 하나 작은 즐거움은, 최근 좋아하는 향의 샴푸를 큰 맘(?) 먹고 샀는데 머리 감을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나는 향에 민감하구나. 감각이 열렸을 때 이런 향도 더 기분좋게 느껴지는 구나 싶었다. 조금씩 더 많이 내가 좋아하는 감각을 수집해보고 느껴보고 싶었다.



Day 6

어제 하루는 너무 바빠서 온종일 이동만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의도적으로 산책을 시도했고, 이번주에 바쁜 것에 비해 산책시간이 꽤 길었다는 점이 인지되었다. 4일정도 연속으로 아침에 그리는 것을 시도해보니, 내가 좋았던 시간이 더 수면위로 올라와 잘 상기되는 느낌이다. 물론 여전히 눈의 피로감을 인지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스마트폰을 보거나, 마음이 온전히 쉬지 못하고 어영부영 보내는 시간도 많다. 스마트폰 없이 쉬어보는 시간이 산책이라 내가 산책을 좋아하나. 하는 생각도 문득든다.



Day 7

일주일을 돌아보며, 나는 아무리 일을 좋아해도 일을 일로 구분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에게는 모든 스위치를 off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그 시간이 모든 역할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 존재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시간을 나에게 휴식이라 정의하는 것 같다. 지난 주에 압도적으로 휴식으로 느꼈던 시간은 산책과 대화였다. 이동성, 내려놓기, 새로운 영감 탐색, 스위치 끄기, 감정해소하기와 같은 감정과 욕구가 나에게 필요했던 것 같다.


다음 주 계획 세워보기

오늘 아침에 제이님이 하신 것 보고 완전 영감을 받아 각 카테고리마다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이런 역할을 해보겠다, 이입하며 시도하는 마음을 가져보려고 한다. 잠도, 일도, 먹는 것도. 이번주는 영감을 받으면서 쉬는 것에 집중해보고 싶다. 아침마다 데이컬러링하기, 좋아하는 책 읽기, 저녁에 스트레칭하기를 넣어주었다. 책읽기는 어제 계획해놓은 것 바로 실패(?)했지만, 이번주에 시간날 때 짬짬이 해보고 싶다. 



WEEK 2


Day 1 / Day 2

이번 주를 그리다보니 내가 하는 휴식이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좋아하지만 의무감이 섞여있는 일: 집안일/ 집안 정비, 단순노동 과 같은 일 

2) 영감 받는 일: 새로운 자극이나 순수한 재미를 느끼는 일. 지금은 데이컬러링, 책 읽기 가 여기에 속하는데 더 확장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3) 머리가 쉬는 일: 그야 말로 업무 생각 스위치가 살짝 off 되는 일인데, 산책이나 누워있기, 보드게임하기가 그런 일인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일은 영감받기 라고 느껴진다. 순간 반짝 집중하는 느낌이 좋은데, 그 느낌을 오래 지속할 수는 없으니 나에게 머리를 쉬게하고, 단순노동을 하는 것도 또 다른 기쁨이 있다.



Day 3

하루 종일 밖에 있다가 늦게 들어와서 이제야 루틴을 그려본다. 어제는 하루 종일 업무를 하다가 하루가 갔다. 책 읽는 루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자기 직전에야 겨우 책을 드는 내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하루에 봐야할 활자량을 초과했기 때문인건지, 책 읽는 욕구가 지금 내 욕구에 맞닿지 않은건지 머물러 생각해본다. 왜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지부터 돌아봐야겠다 싶다.



Day 4

어제는 날씨 때문인지 하루종일 졸립고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철에서 꿀잠을 자고 일어나서 저녁에 수육+막걸리를 먹었는데, 기분이 좋아지고 컨디션도 좋아져서 집에 와서 오랜만에 편한자세로 유튜브를 맘껏 보았다. 이렇게 낄낄 대며 편한 마음으로 기꺼이 컨텐츠를 소비한 게 얼마만이었을까 싶었다.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 얼마나 꾸준하고 오래 지속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이 순간 내가 즐겁냐도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무엇을 하든 나를 위해 기꺼이, 만끽하며 해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Day 5

요즘 소비가 늘었다. 어제 택배가 온 걸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불안할 때 무언가를 더 많이 사고 싶어하는 나. 요즘의 나는 무엇을 채우고 싶어했나. 완전 바쁜 것도, 완전 쉬는 것도 아닌 상태를 힘들어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제 밤의 글쓰기가 좋았다. 오후에 나는 대화들이 정리되면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그런식의 글쓰기는 나에게 영감이 되어준다. 나를 다독여주는 영감이 섞인 휴식의 순간을 더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




Day 6

집안일을 휴식으로 생각하는 나. 단순노동이 주는 기쁨이 있다. 특히 식물에 물주기하는 날에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돌보고 살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좋다. ‘살림’의 어원이 정말 무언가를 살리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의미로 이 일을 내가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누군가를 도울 때 나를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제는 오래 기다려왔던 팬데믹 레거시 보드게임 모임이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웃었는데, 내 안의 근심 스위치가 잠깐 꺼치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몰입의 기분을 휴식이라고 부르고 싶다.


Day 7

단순 노동을 좋아하는 나. 머라가 쉬는 일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나. 나는 확실히 머리 속에서 돌아가는 스위치를 잠깐 꺼 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 모든 시간들을 합쳐서 내가 휴식이라고 부르나보다. 이런 시간들을 얼마나 더 나에게 다정하고, 천천히 확보해줄 수 있을지가 나의 새로운 실험이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라이프컬러링<컬러루틴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