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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Yoo Feb 17. 2021

[봤지] 철인왕후

내가 이 궁궐의 미친년이다





[봤지] 철인왕후



일단 됐고, 신혜선이 너무 웃기다. 한복 입고 아저씨처럼 다리를 떨고, 군대 갔다 온 얘기를 늘어놓고, 개다리소반 위에 앉고, 남의 시선 신경 안 쓰고 궁궐을 이리저리 뒤집어 놓고 다니는 행색 자체가 웃기다. 20화를 하는 동안 매주 주말 9시를 내가 애타게 기다렸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비밀의 숲에서 참한 검사로 나왔었고, 이전 작품에서도 주로 단아한 이미지로 나왔던 신혜선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었다. 내면의 아저씨력을 엿보며, 실제 모습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런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것도 응원하고 싶은 포인트였다.


극 중반까지 신혜선 속마음 내레이션을 최진혁 목소리로 한 것도 재미있었다. 한복 곱게 차려입은 신혜선 얼굴에서, 저음이다 못해 너무 마초적이어서 거슬리는 남자 목소리가 오버랩되니까 몰입도가 확 올라갔다.


'아무 생각 없이 유희만 있는 영화를 보는 게 좋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철인왕후를 보면서 유희만 있는 드라마를 보는 게 이런 느낌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좀 정신없이 깔깔깔 하다 보면 드라마가 끝나 있는 매직. 생각해보면 깔깔깔 영상을 만드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유희만 있는 영화 리스트가 어디 있다면 꼭 찾아서 저장하고 싶다. (그런 드라마나 영화를 알고 있다면 추천 좀 해줘요.)



드라마 '시간'으로 논란과 연기력을 동시에 몰고 온 김정현의 연기도 좋았다. 잔잔하다가 터지는 감정연기가 진짜 대단. 역시 연기를 진짜 잘한다. '사랑의 불시착'으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면, 이 드라마로 인기와 대중성을 순탄하게 회복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김정현이 하는 다음 작품은 꼭 찾아보고 싶은 마음.


연기 얘기를 하면 역시 최상궁을 빼놓고 갈 수 없다. 사실 나는 차청화를 '사랑의 불시착'에서 처음 봤는데 그때도 북한식 유머 연기를 하는 게 단연 독보적이라 생각했다. 철인왕후에서는 과장된 코민연기가 진짜 재미있었다. (이런 과정도 다 계산된 거라고 생각함.) 얼굴 근육 하나하나 저렇게 쓰다니.. 싶었다. (ㅋㅋ)


철인왕후는 19%를 찍고 종영했다. 20부작 내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한 거 보면 깔깔깔 포인트가 사람들에게 정말 통한 것 같다. 영혼이 바뀌고, 조선으로 타임슬립 하면 믿고 거르자. 하는 마음이 싹 바뀐 드라마. 이런 코믹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깔깔깔이 필요해.



#철인왕후 #데드라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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