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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Yoo May 22. 2022

보드게임 개발에서 놓치면 안 되는 3가지

휴식 수집가 보드게임


휴식 수집가 보드게임 개발과정





보드게임 개발에서 놓치면 안 되는
3가지 요소



보드게임의 제작은 게임의 플레이 과정 전체, 즉 플레이 경험을 설계하는 작업과 가까워요. 상자 하나에 담긴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인 거죠. 세계관을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작업 과정이 조금 더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면에, 출시 후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꽤 길고 지루한(?)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 흔들리는 룰 수정 과정 속에서 창작자가 잃지 말아야 하는 핵심 룰과 메시지가 존재한다는 점과 같이 보드게임을 제작할 때 놓치면 안 되는 점들을, 저의 경험과 함께 소개해봅니다.





① 출시 후 수정이 불가능한 보드게임,

정말 길고 긴 테스트 과정을 거친답니다


보드게임은 온라인 게임과 달리, 출시 이후에 수정이나 업데이트가 불가능해서 보통 테스트 & 수정 과정이 엄청 긴 편이에요. 사용자의 피드백을 듣는 시간이 기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지루하고 힘든 테스트의 언덕을 넘어야 하죠. 약 7개월이 넘는 테스트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을 수집하게 되는데요.



보통 플레이 후, 피드백을 달라고 하면

애써 좋았던 점을 찾거나,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억지로 찾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드백은 이런 방식으로 수집하는 것이 더 좋아요.


              게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Wow Point'를 놓치지 않고 기록해두어요.→ 이 과정은 보통 이 보드게임에서 가장 핵심 장면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절대로 빼서는 안 되는 장면이죠.            

              플레이어들이 플레이 과정에서 자꾸 잊어버리는 룰이 있다면, 그 룰은 꼭 다시 복기하며, 불필요한 룰이 아닌지 점검해요.→ 이렇게 점검이 필요한 룰은 혹시 창작자의 욕심으로 들어간 '잔룰'이 아닌지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과감하게 그 룰을 삭제하거나, 단계를 줄이는 방식으로 수정해요.            




② 보드게임의 히든 메시지를

명확히 잡는 일이 중요해요



보통의 게임은 승리 전략을 만들어 게임의 '최종 승자'가 되는 것이 목표잖아요. 제가 만든 #휴식수집가보드게임 과 같은 게임은, 게임 안의 히든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교육용 게임'이나 '기능성 게임'에 가까운데요. 게이머를 위한 게임들과는 달리 게임의 목표가 '승리'에 있지 않아요. 그래서 게임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히든 메시지'를 잘 설정해서, 게임이 끝난 후 자연스럽게 룰 안에서 플레이어가 그 메시지를 학습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죠.



게임의 테스트 과정에서 아무리 간결하게 룰을 바꾸거나, 게임의 시스템을 바꾸더라도, 이 핵심 메시지의 전달이 흔들릴 정도의 '핵심'이 수정되고 있지 않은지 점검이 필요해요.




휴식 수집가 보드게임의 히든 메시지는 두 가지였는데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감각과 정서를 알아야 좋은 휴식을 찾을 수 있다            

              좋은 휴식을 실행하는 일은 나에게 정확한 사랑을 허락하는 일이다            




보드게임의 틀을 잡아가는 일은 이 두 가지 메시지를 게임을 통해 학습하도록, 경험을 설계하는 일에 가까웠어요. 메시지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요소를 남기고, 나머지 불필요한 과정은 모두 덜어내는 작업을 반복했어요.






③ 플레이어가 자꾸 리플레이(replay)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두어야 해요.



보드게임은 일단 창작자의 손을 떠나면, 게임을 시작하고, 즐기고, 마무리하는 모든 과정을 플레이어에게 맡기게 되어요. 플레이어 앞에는 온전히 상자 하나가 주어지고, 룰북에 의존해 게임의 현장이 만들게 되죠.



플레이어가 아무리 룰북을 잘 이해한다고 해도, 창작자가 직접 설명하고, 모더레이팅을 해주는 현장보다는 게임을 잘 작동시키기는 어렵겠죠. 그래서 최대한 섬세하게 게임을 설계하되, 손을 떠난 게임은 플레이어의 몫으로 남겨두는 '포기'의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플레이어가 더 쉽게 룰을 이해할 수 있도록 창작자의 욕심을 버리고 룰을 덜어내는 작업이 제일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룰이 복잡하고, 게임의 과정에 너무 많은 콘텐츠가 담겨 있다면, 그 게임은 리플레이(replay)를 진행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죠. 더 쉽게, 더 자주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작업을 해야 좋은 게임이 나올 수 있어요!




이런 게임이 리플레이 요소를 가져요.


              룰은 쉽지만, 게임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많은 방법이 필요한 게임 → 플레이 과정 자체는 단순하지만, 게임의 최종 목표를 이루는 요소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플레이어가 그 과정을 창작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게임은 자꾸 반복 플레이하게 되는 감각을 이끌어요.

기능성/교육용 게임의 경우, 시기마다 스스로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요소를 넣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휴식 수집가 보드게임의 경우, 매 시기마다, '자신이 원하는 휴식의 모습이 변한다'는 점을 강조해, 계속 연속 플레이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어요. (*또 이 게임에서는 여러 번 플레이할 때마다 주어지는 각각의 보상을 만들었어요. 계속 게임을 지속해야 할 작은 재미요소를 만들어두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어요.)





1년 3개월 간의
기획, 개발, 디자인 과정을 소개합니다





보드게임의 첫 제작은 2021년 3월에 시작이 되었어요. 이때부터 1년 3개월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게임이 완성되었는지 소개합니다.



✅ 프린터로 뚝딱뚝딱 - 인쇄해서 만든 첫 프로토타입

-1차 프로토타입 제작 및 테스트 플레이 과정(2021년 3월~6월)


보드게임 제작과정은 종이로 인쇄한 가벼운 버전의 프로토타입 제작과 테스트 플레이의 연속이에요. 일단 '이미지 카드를 가지고 좋아하는 장면을 골라보면 좋겠다'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장면은 찾아서, 프린터로 인쇄해보는 작업이 1번이었어요! 그 이미지들을 가지고,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뚝딱, 테스트 플레이를 해봤어요.




다양한 직업군/연령대와 함께 한 프로토타입 플레이 워크숍

- 2차 프로토타입 제작 및 테스트 플레이 과정(2021년 7월~10월)


1차 프로토타입 버전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해서, '프로토타입 플레이 워크숍'을 열었어요. 1차 프로토타입은 주로 친구, 동료들과 진행했다면, 2차 프로토타입 플레이는 조금 더 대중에 가까운 일반인과 함께 진행했어요.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대의 플레이어와 게임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이야기나 감정을 꺼내기 힘든 사람들도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게 되었어요. 이 과정에서 '질문 가이드'라는 컴포넌트가 만들어졌어요!




아이들도 할 수 있는 게임 - 키즈 룰의 개발

- 프로토타입 플레이를 통한 피드백 반영 및 수정 과정 (2021년 8월~11월)


일반인과 진행한 플레이 과정을 통해 수집된 피드백을 반영해 룰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보드게임 기획 초반에는 룰이 정말 복잡하고,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들이 많았는데요. 이 과정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수정을 했어요.


이 과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보드게임 플레이' 과정이 유의미했어요. 좋은 기회에 가족단위로 아이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워크숍 기회가 생겨서,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도 할 수 있는 '키즈 룰'을 만들었는데요. 이 룰이 아이들에게도 작동하는 것을 보면서, 이후 룰을 '키즈 룰'에 맞춘 버전으로 수정해서 최종 룰을 만들게 되었어요. '아이들도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이 이 게임의 허들을 낮추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 보드게임의 놀이적 요소와 문구의 기록의 요소를 결합한 디자인

- 디자인 및 샘플 제작 과정 (2021년 12월~ 2022년 4월)


룰이 거의 완성된 시점부터 약 4개월 이상의 디자인 과정을 거쳤어요. 보드게임은 일반 문구나 툴킷과는 다르게, 컴포넌트의 종류가 많고, 여러 번의 플레이를 해도 사용감이 좋도록 사용성을 고려해야 하는 품목이에요. 그래서 디자이너 님과 이 부분을 효율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집요하게(?) 논의하며, 디자인 작업을 완성해나갔어요.


보드게임이라는 놀이적 요소와 문구/툴킷이라는 기록/수집에 초점을 둔 요소를 동시에 녹일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TMI 토크]
이 게임은 세 명의 덕후가 함께 만들었어요

게임의 콘텐츠 전반을 기획한 일명 #휴식덕후 저와 (ㅋㅋ) , 보드게임의 룰과 개발을 맡은 저의 남편 #보드게임 덕후 주봉환 작가, 라이프컬러링의 브랜딩과 모든 툴킷 디자인 & 제작을 총괄하고 하고 있는 #문구덕후 박유진 디자이너를 소개합니다.



[기획]

 휴식박사과정을 운영하는 '휴식 덕후, 유보라’

나다운 일상과 휴식을 돕는 브랜드, 라이프컬러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휴식 리스트 만들기>, <휴식박사과정> 워크숍을 운영하며, 지난 2년간 500명 이상의 참가자들과 휴식에 대한 영감을 나눴습니다. 휴식 수집가 보드게임을 통해 나에게 필요한 휴식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개발]

 독일 보드게임 박람회에서 게임을 출시한 ‘보드게임 덕후, 주봉환’

해외 보드게임 출시를 비롯해, 각종 보드게임 공모전 수상이력을 가진 주봉환 작가가 기획과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휴식을 발견하는 과정에 게임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게임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규칙을 설계하고 밸런스를 잡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디자인]

 도구와 문구에 진심인 ’문구 덕후, 박유진’

IT 스타트업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사용자가 더 나은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문제를 찾고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휴식, 기록, 문구에 관심이 많아 라이프컬러링의 브랜딩과 <컬러루틴키트> 디자인 기획 및 제작 진행을 함께 해왔으며, <휴식 수집가 보드게임>에서는 라이프컬러링 제품이 가져야 할, 마음이 편해지는 부드러운 면모를 가지면서도 동시에 보드게임만이 가질 수 있는 재미와 생동감을 담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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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umblbug.com/restboard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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