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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a Sep 07. 2018

두 발로 터벅 터벅, 엄마와 딸의 산티아고 #4

Mamma Mia! 맘마미아!


Mamma Mia! 맘마미아!

산티아고순례길 3일째가 되었다.


이 날은 사리아(Sarria)부터 산티아고(Santiago)까지 118km 5일 일정 중 30.5km의 가장 긴 코스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날 밤 부터 두두두두 쏟아지던 폭우는 아침까지 이어졌고, 엄마와 나는 한국이었으면 비가 온다며 집 안에 앉아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고 있었겠지만 산티아고 길 위에 선 핑크색 노란색 판초, 우비를 뒤집어 쓰고는 종종 걸음으로 서둘러 중간 목적지 멜리데(Melide)에 도착했다.


산티아고 순례자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져 유명한 멜리데(Melide)의 오래된 맛집에서 엄마와 나도 와글와글 북적이는 순례자들 틈에 섞여 유명한 ‘뽈뽀(Pulpo 문어)’와 레드와인을 하나 시켰는데, 와인을 늘 반주삼는 유럽에서는 와인은 술이 아니라 음료수 정도? 인듯 글쎄 당당히 ‘한 병’ 이 나와버렸다;

뭐 애주가인 나야 땡큐지만 ^_^

그래도 점심 먹은 후 다음 마을 아르수아(Arzua)까지 앞으로 갈 길이 먼지라 와인을 조금씩 홀짝이며 마시고 있는데 옆에서 시끌벅적 이태리 아주머니들이 앉았다.


아주머니들은 메뉴를 이것 저것 보시더니 우리가 먹는 게 뭔지 얼마인지 물어보시기에 뽈뽀(Pulpo 문어)만 시키라고 우리에게 와인 한 병은 너무 많으니 이거 드시라고 건내 드렸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린 와인 하나로 금세 친구가 되었고 영어와 이테리어의 뒤죽박죽 토크 타임이 시작되었다! 이게 산티아고 순례길의 즐거움이자 순례자들의 인연 아니겠는가!


나에게 질문 '한 방'을 남기고 떠나신 리디아(Lidia)아주머니


서로가 웃으며 각자 소개하며 인사하고 있는데 순간  ‘딩’ 하고 머리를 울리는 리디아(Lidia) 아주머니의 질문


- Are you peregrino(순례자) or  tourist(여행자)?

엥? 산티아고길을 걸으면 모두 순례자(Peregrino) 아닌가? 이게 무슨 소리지? 하고 어벙벙하고 있는데, 리디아(Lidia) 아주머니는 당연하다는듯이 자신들은 이태리 밀라노 옆 작은 마을에 사는데 오랜친구들, 올케, 동서 6명이 모여 사리아(sarria) 부터 산티아고(santiago)까지 5일 동안 118km만 걷는 여행자(tourist)라고 소개를 했다.

아, 그럼 나도 여행자(tourist);;!!

까미노 40일 800km 풀코스를 걷지 않고 5일 100km 단코스를 걷고는 자신이 순례자(Peregrino)라고 생각하면 너무 오만한 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순간 겸허해졌다.

이후 산티아고순례길을 걸으면서도 머리를 멤돌던 저 질문에 엄마는


'산티아고는 걷는 '거리'보다 걷는자의 '마음'이 더 중요한 거야.  

짧은 5일이지만 스스로 깨닫고 느끼며 '신'을 생각하는 깊이가 더 중요한 거야' 


라며 나를 응원해주었지만 까미노를 걷는 동안 내겐 꽤나 강력한 질문으로 남았던 한 방이었다.


이날 이태리 아주머니들의 특유의 유쾌함, 장난, 즐거운 에너지와 스페인의 달콤한 와인 덕분에 먹는 것 보다 분위기에 취해 한참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똑같은 길을 같은 날 걸어도 출발 시간과 걷는 속도, 중간에 점심 먹고 쉬는 시간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한 번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는 일도 드물었는데, 놀랍게도 2일 후 산티아고(Santiago)에 도착해서도 다음날 피스테라(Fistera, 0km) 방문 후에도 계속 재회했더랬다.


산티아고(Santiago) 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이태리 아주머니들


그때마다 이테리 아주머니들과 우리는 서로 볼 인사와 허그를 오가며 아주머니들이 이태리말로 얼마나 많은 좋은?말들을 나와 엄마에게 해주셨는지 모른다.^^


물론 이태리말을 전혀 모르지만 아주머니들의 따뜻한 눈빛과 말투, 행동에서 충분히 무슨 말인지 한국말로 자동번역되었다. 이 또한 순례길의 놀라운 기적 중에 하나가 아닐런지.


어쨌든 엄마와 나는 이분들을 볼 때마다 외쳤고! 지금도 그들을 추억하며 부른다!

Oh! Mamma Mia!!


머리를 흔들고 춤을 추셨던 흥 많은 이태리 아주머니들과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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