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아이디어가 까이는 일이 다반사이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회사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합을 맞춰 더 큰 꿈을 향해 가기 위한 곳이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고 다독이지만, 그래도 내 아이디어가 까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고 순간적으로 “왜?”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일 테다.
아이디어가 까이는 과정에서 충분한 납득을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아이디어가 반려당할 때도 있다. 그렇게 납득을 했던, 하지 못했던 까인 아이디어가 수백 가지를 넘어갈 즈음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게 안된다고? 좋아. 그렇게 말해준다면 내가 혼자라도 해서 된다는 걸 보여주지!’, ‘내가 이 까인 아이디어들을 당근마켓에 팔아서 까일만한 아이이디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지!’.
이런 마음이 쌓여가던 어느 날, 회사의 동료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마음을 흔드는 한 마디를 던졌다. “우리 같이 모여서 뭐든 하나 해보지 않을래요?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그렇게 우리의 급작스러운 모임은 시작되었다.
대망의 첫 모임에서 우리는 이 모임에서 무엇을 얻어가고 싶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적어도 이 일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서 하자고 모인 것이니, 서로가 하나 정도는 원하는 것을 얻어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그 대화 과정에서 우리는 이러한 공통점을 내뱉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에서는 하지 못하는 일들을 이 모임을 통해서라도 해보고 싶다.”
그렇게 우리가 이 모임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취지를 다진 후, 그렇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벽을 마주하게 된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정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려 한 달 동안.
매주 모여서 얘기는 나누지만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하던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결판을 내자는 마음으로 모임 시작 후 한 달이 되던 날 다시 모였다. 거기서 또 우리는 무엇을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갈피를 못 잡고, 또다시 모임의 취지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가, 다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가를 반복했지만 뚜렷하게 ‘이거 해보자’라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로써도 너무 답답한 일이었다. 그때 동료가 갑자기 우리에게 물었다. “다들 MBTI가 뭐예요.”
거기서 우리는 답을 찾아냈다. 우리는 모두 지독한 계획주의자들이었고, 그래서 완벽한 계획 초안이 나오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아챈 동료가 말했다. “으휴 이러니까 진도가 안 나가지. 어떻게 하나같이 다 계획주의예요! 다들 이제 완벽주의 버려! 일단 시작! 자 일단 뭐가 됐든 그냥 인스타부터 파버려요!”
실제로 갑자기 판 인스타에 처음으로 올린 게시물. 이걸 올릴때도 책상을 치워하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고갔다.
그렇게 우리는 한 달간 정하지 못했던 모임명과 활동계획을 단 10분 만에 휘리릭 정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우리의 모임명과 모임 규칙
완벽을 주의하자 [완벽주의]
- 규칙1) 완벽한 건 없다. JUST DO IT
- 규칙2) 완벽하게 하지 마라. DO NOT PERFECT
이렇게 지독한 계획형 완벽주의자 4명의 직장인이 모여 비로소 ‘회사에서는 하지 못하는 일’을 하기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