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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 Jun 14. 2024

chat GPT 씨와의 대화1

- GPT 씨, 거짓말도 잘 하셔.

알파고가 세상에 생기기 전에도 인공지능은 낯선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컴퓨터의 아버지라 할 튜링은 오펜하이머보다도 계산이 늦은 컴퓨터가 생기기도 전,

단지 아이디어 수준에서부터 인공지능과 그 이후의 세상을 내다보았습니다.

<2019 블레이드 러너>에서 데커드가 혐의자들에게 하는 심문을 '튜링 테스트'라고 하죠.

리플리컨트와 인간을 구분하는 도구로써 앨런 튜링이 고안한 것을 활용하는 장면입니다. 

<2019 블레이드 러너> 스틸컷


디스토피아를 그린 <블레이드 러너>의 2019년도 훌쩍 지나간 2024년, 

우리는 언제쯤 리플리컨트를 만날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이제 곧'이라고 말하겠지만, 저는 '영원히 못 만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리플리컨트를 만드는 일은 경제성이 없으니까요.

아니, 인공지능이 아직 '인간에게 서비스하기 위한 돈벌이 도구'로써 이용되는 동안에는 비슷한 '인형'들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간인지 면밀한 검사가 필요한 정도의 리플리컨트가 가능할 세상일 때,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해 존재할까요?

<특이점이 온다>, 레이커즈 와일


세상에는 수많은 책이 있고, 고전과 명작이 즐비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히 세상의 구조가 보이고, 때로는 놀라운 미래에 대한 통찰을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책은 <특이점이 온다>가 아닐까 합니다. 

원본은 2005년, 국내에 소개된 것은 2007년 벽두였습니다.

이 2년의 차이가 미국과 현재 우리의 인공지능 기술의 격차를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아, 격차가 2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레이 커즈와일이 이 책을 2005년에 썼을까요?

전문지식이 없는 소설가에 불과하지만, 책은 적어도 1년 이상의 임신기간이 필요합니다.

이 책처럼 벽돌 같은 책이라면,

그것도 한 페이지도 허투루 넘기지 않은 책이라면 10년은 품고 있어야 하죠.

레이 커즈와일은 천재이니 그 정도의 기간은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에 대한 전망을 가진 사람이 이 저자 한 사람은 아니죠.

오래 전 상상력이 뛰어난 소설가들의 작품이 아니라

튜링조차 컴퓨터의 탄생과 함께 전망을 가졌으니까요.

1997년 클린턴 행정부의 정보기술 자문위원이었던 빌 조이라는 학자가

미국의 과학잡지 <Wired>에 "왜 미래에 우리는 필요없는 존재가 될 것인가?"를 기고한 것은 2000년 4월입니다.

아주 보수적으로 그때부터를 기점으로 잡는다고 해도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자들은 

이에 대한 통찰을 오래도록 해왔다는 것이고, 

이 논의가 대중.. 까지는 아니어도 업체 사람들 사이에 찬반논란이 있었던 것은 적어도 5년이라는 말입니다.

<특이점이 온다> 국내 판권지

제가 이 책을 읽었던 것이 적어도 10여 년 전,

<특이점이 온다>는 수포자 출신의 소설가가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명작이라거나 고전도 아니었죠.

하지만 책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자 레이 커즈와일은 과학기술에 대한 낙관주의자여서 

인간이 필요없어지는 미래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듯 보였는데, 

덕분에 자신이 바라다보는 미래를  아주 적나라하게, 경쾌하게 자유로이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소설가와 인문학자들이란, 설사 그가 인간을 증오한다 해도 기본적으로 호모 사피엔스 중심이어서 

이런 책들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죠.

그래서 이 책은 singularity라는 어려운 단어만 남길 것이라는 악평을 받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누구를 평할 지식이 없는 사람이었던지라

저자의 적나라한 서술 속에서 그가 말하는 미래를 편견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서술 속에 억지 논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특이점의 미래가 이렇게 빨리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죠.

 

2024년, 저는 오픈AI의 챗 지피티를 사용해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챗지피티의 여러 기능들은 확실히 서비스가 좋습니다.

엑셀이나 서류, 보고서, 요약 등등은 정말 유용하죠.

개인적으로 그림은 별로였습니다.

DALL_E나 미드저니의 그림들은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인공지능이 만든 인간 이미지들도 취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죠.

종종 거짓말을 하지만,

지금 소비자로서 느끼는 인공지능은 좋은 서비스 도구입니다.

다만,

인간이 지금 이 '불'을 갖고 놀아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습니다.

얀 코시에르, <불을 훔치는 프로메테우스> / <터미네이터> 스틸사진                        

새삼, 프로메테우스는 과학기술자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가 인간에게 불을 준 것에 대해 신화는 동정심 따위로 설명을 하는데, 

그는 그저 '인간에게 불을 주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한 실험을 해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올림푸스에도 SCIE 급 논문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어쨌든 순수한 호기심에서요.


<이카루스의 추락>, 브뤼헤

하지만 인간인 저로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의구심.... 걱정은 아닌 것 같아 이렇게 말해보았네요.

걱정할 만큼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주제도 못되니까요.

그저 이 전원시 같은 그림처럼, 공감능력이 손톱의 때만큼도 없는 인간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가 자본에 의해 굴러가는 시대라는 것과

돈의 논리로 인해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도 마다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스티븐 호킹이 유언으로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 말했을 때, 뜬금없다 생각한 사람이 많았겠죠.

사실, 저는 인공지능과 기후라는 두 개의 미사일 중에 어떤 것이 먼저 인간에게 닿을지 궁금합니다.

둘다 자본과 공감능력 부재로

인류 스스로가 만든 미사일이죠.


저는 우리가 어떻게 숨 고를 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챗지피티와 대화를 해보았습니다.

지피티 씨는 거짓말을 잘 해서, 그가 해준 답변이 맞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자본주의 논리를 이용하면 잠시라도 인간이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이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죠.

현재로서는 법이 유일한 무기인데, 헐리우드 작가조합을 빼고는 아무도 나서지를 않더군요.

내용이 너무 길어졌으니,

지피티 씨와의 대화에 대해서는 다음에 두 편 정도의 글로 이어가겠습니다.

챗지피티로 새로 그린 <아테네 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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