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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Sep 19. 2020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_1편

졸업을 앞둔 대학생의 속마음.

나의 짧은, 그러나 다사다난한 인생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글은 참 신기하다. 나의 감정들을 꾹꾹 눌러담다보면 정갈한 글 속에 나의 진심과 나도 몰랐던 정답을 찾게 된다. 그래서 난 불안할 때, 힘들 때마다 글을 찾는다. 내가 몰랐던 나의 진심과 정답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평일에 고된 인턴 근무를 마치고 주말 오후가 되기 전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블로그 이웃 새 글을 확인하였다. 여러 정보들을 얻기 위해 이웃추가 해 놓긴 했지만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이웃들이 많아 가끔 일상글들도 보곤 했다. 오늘 일어나 본 한 이웃은 나와 비슷한 나이에 취직준비를 하고 있었다.


취직 준비를 하기 위해 여러 온라인 박람회를 시청하고 자기소개서를 준비하고 있는 글이었는데 갑자기 무서워졌다. 나는 졸업 후 대학원에 입학할 예정이었지만 대학원 입학 후 학업과 취직 준비를 병행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취직 준비는 나에게 남일이 아니었다.


내가 취직 준비를 위해 한 일을 생각해 보았다. 대외활동, 공모전에 한 번도 지원해 보지 않았고 남들 다 한다는 그 흔한 토익도 준비하지 않아 4학년인데도 토익점수도 없었다.

누군가 날 볼 때 한심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내 자신이 날 한심하게 보고 있으니. 갑자기 회의감이 밀려왔다. 

회의감은 후회가 되었고 이어서 두려움과 공포가 날 에워쌌다.


'어떡하지? 난 취업 준비를 하나도 안 했는데..? 날 뽑아줄 회사가 있을까?'


사람인이라는 구직사이트를 찾아봤다. 내가 원하는 직무가 있어 모집 공고에 들어가고선 더 우울해졌다.

나에겐 그 흔한 포토폴리오 하나 없고, 토익 점수도, 컴활 자격증도, 공모전 스펙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까지 뭐 했지, 나?' 


방탕하게 놀았던 대학교 신입생활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어쩌면 알고 있었다.

언젠가 지금처럼 후회할 것이라는 걸. 하지만 그 후회는 과거의 나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실에 문을 닫고 지냈다. '언젠가 미래의 내가 하겠지..' 그 '언젠가'가 지금인 것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봤다. 내가 뭘 했을 때 가장 행복했을까? 

나는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좋아했다. 대학 시절 총학생회때도 행사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을 곧잘 했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에서도 뭔가를 운영하는 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의 전공은 '법학'이다. 어쩌면 활동적인 기획과는 전혀 다른 길이다. 

내가 법학에 소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높은 학점은 아니지만 현재 대학원 진학을 고려 중일 정도로 난 법학을 좋아한다. 법학에 있어서 한 번도 내가 이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다.


하지만 졸업을 앞둔 지금 깨달았다. 나는 기획을 좋아한다는 것을. 

갑자기 혼란이 욌다. 지금에 와서 기획쪽으로 직무를 바꾸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었다.


'아 어른들이 말하는 어릴때 뭐든지 할 수 있다는게 이런거구나.' 

'내가 지금 대학교 신입생, 아니 고등학교 시절 학과 선택부터 다시 할 수 있다면 어땠을까?'


법학과 기획, 둘은 너무 상이한 분야고 접점이 없기 때문에 양자택일의 상황이 찾아왔다. 

나는 과거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고, 이 감정은 후회로 바뀌었다. 


'그때 학과선택을 잘 할걸, 아니 편입할 때 학과를 바꿀 걸, 아니 스펙관리를 잘 할 걸.'


곧이어 이 감정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에서 나오는 두려움과 공포가 되었다.


'그럼 나 어떡하지? 조금 있으면 졸업인데. 법학으로 대학원까지 가기로 해놓고 왜 이제와서 기획을 하고 싶은거야.. 그냥 법학으로 갈까? 그래도 기획을 하고 싶은데..'

'근데 기획쪽은 준비해 놓은 게 없는데 어떡하지? 토익부터 준비해야 하나? 어떤 공모전에 나가야 하지? 혼자 공모전 나가면 힘든데..' 


아직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해 대답할 정답을 정리하지 못했다.

일기를 쓰며 어느 정도 답을 찾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로 정리하지 못하겠다.


글은 그렇다. 내 생각에 내 자신이 확신하지 못하면 그 감정들이 글로 나타난다. 마치 지금처럼.

딱딱한 글에서 느껴오는 소용돌이같은 감정들, 뒤죽박죽인 내용들은 글쓴이가 어떤 상태인지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난 항상 내 마음이 정리되고 모든 일이 지나갔을 때 과거에 대한 회상형식으로 글을 적어내려간다.

하지만 현재 겪고 있는 감정들에 대한 기록도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적었다.


언젠간 내가 던진 질문들에 난 답을 하기 위해 2편을 써내려 가겠지.


그 답을 찾기 위해 열심히 또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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