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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리 Apr 09. 2020

지극히 개인적인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 이야기

배달의민족이 또또 뜨겁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6.5% → 5.5%로 1%p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올렸다고 말한다.


무슨 얘기일까? 해당 업을 이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네이버에 올라오는 기사와 댓글만을 가지고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미 여론은 배달의민족의 잘못으로 결론이 내려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를 말해주는 곳은 찾기가 어렵다.

사업적인 관점에서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 이야기를 바라보려고 한다.



배달의민족에는 두가지 수익 모델이 있다.

하나는 수수료 모델인 '오픈리스트'이고, 하나는 광고료 모델인 '울트라콜' 이다.


이 두 가지 모델은 요금을 부과하는 형태도 다르지만, 앱에 노출되는 영역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는데,

'오픈리스트'를 이용하는 음식점은 앱 최상단에 노출되고, '울트라콜'을 이용하는 음식점은 다음에 노출된다.


자연스럽게 오픈리스트를 이용하는 음식점은 매출이 증가하게 되고, 배달의민족은 두가지 수익 모델의 형평성을 위해 (수수료를 폐지한다는 기조였기도하고..) 오픈리스트 노출 구좌수를 3개로 제한했다. 쉽게 설명해, 배달의민족 앱에서 위에서 3번째까지는 수수료를 내는 음식점이고, 4번째부터는 8.8만 원의 광고료를 내는 음식점인 것이다.


그러던 중 최근 배달의민족이 오픈리스트를 오픈서비스로 변경하고, 오픈서비스를 신청한 음식점이 모두 앱에 노출되도록 정책을 변경하였다. 판매가 많이 되려면 앱 상단에 노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배달의민족이 광고료 모델을 폐지한 것은 아니지만, 수수료 모델을 선택한 업체를 앱 상단에 모두 노출시키게 된다면 업체들은 경쟁을 위해 모두 기존 광고료 모델에서 수수료 모델로 변경할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발표에서 수수료를 6.5% → 5.5%로 1%p 낮췄지만,

결과론적으로 업체들이 모두 수수료 모델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회사의 수익 모델이 수수료 중심으로 개편이 되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배달앱의 주문 중개수수료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2015년 8월 주문 중개 수수료를 폐지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O2O 플랫폼의 수익모델은 수수료 매출이 유일한 수익원으로 여겨졌다. 또한 당시에는 O2O 플랫폼 중 흑자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고생 끝에 이제 막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매출을 포기하고 광고 상품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것을 발표했을 때에는 놀라움과 함께 김봉진 대표에게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그랬던 배달의민족이 새 요금체계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각각의 입장을 살펴보면 이렇다.



배달의민족은

일부 '큰 손'들의 깃발꽂기를 걷어내는 한편

주문이 많은 업주들은 더 많은 수수료를 주문이 적은 업주에게는 더 적은 수수료를 받겠다는 취지이다.

오픈서비스는 돈을 많이 내는 업체가 아니라 주문자와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이 노출되기 때문에 식당업 본연의 맛과 서비스로 경쟁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정액제보다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정률제가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며, 배민이 수수료를 유례없이 폭등시켰다고 지적했다



입장의 차이로 인한 다름일 뿐, 둘 다 맞는 얘기이다.

플랫폼들의 성장에는 수수료와 광고비를 모두 받는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배달의민족처럼 그 대상이 소상공인일 경우는 더욱 심하다.

결국, 특정한 시점이 되면 플랫폼은 고객 또는 공급자의 (여기서는 음식점) 신뢰를 얻기 위해서

자의든 타의든 두 가지 수익 모델 중 한 가지 모델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


2015년에 수수료 폐지를 발표했을 때도 그랬고

2020년도 그렇다.



2020년, 결국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모델을 선택했다.

수수료 모델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 주고 누군가에는 비용을 증가시키게 된다.


그렇다면 배달의민족은 왜, 수수료 모델을 선택했을까?

여기에는 넓게는 이커머스 좁게는 배달주문시장의 성장 속도와 관련이 깊다.


배달의민족에 입점하는 음식점수와
배달의민족을 통해 발생하는 결제액 중
어느 것이 더 가파르게 성장할까?


배달의민족에 입점하는 음식점 수는 '광고비'를 의미한다.

그리고 배달의민족을 통해 발생하는 결제액은 '수수료매출'을 의미한다.


최근에 발표한 기사들을 통해 유추하면,

2019년 배달의민족을 통한 결제액은 약 8.6조이며, 같은 기간 배달의민족에 광고주 수는 약 *20만개 이상이다.

(*언론 자료를 통해 추정한 수치)



이를 광고비 또는 수수료매출로 환산하여 계산해보면

8.6조에 수수료율 5.5%를 계산한다고 가정하면 수수료 매출은 약 4.6천억이고

20만개의 업체가 모두 광고료 8.8만원을 낸다고 가정하면 광고매출은 약 2.1 천억이다 (12개월 기준)

업체수가 40만개라고 가정해도 광고매출이 수수료 매출보다 작다.


단순히 계산만 해보아도 수수료로 발생하는 기대 매출이 광고매출을 훨씬 추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배달의민족의 성장은 배달의민족이 예상했던 시나리오 보다 훨씬 빠른 수준의 성장이었을 것이다.

언젠가 이 결정의 시기가 다시 올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다.

(딜리버리히어로 인수 합병 이슈도 있고...)


또한, 배달의민족을 통해 음식점을 매출이 늘었다고 해도 광고비를 올리는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광고비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면 반발은 이보다 더 컸을 것이다.


누가 옳고 틀렸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배달의민족의 결정은 앞으로 많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의사결정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매번 배달의민족이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대한민국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기업이기에 이는 배달의민족이 짊어져야 할 숙제가 아닌가 생각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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