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노브랜드커피'를 출시하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고, 배달의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 됐다. 때로는 발칙한 상상이 현실이 된다.
스타벅스가 한국에 들어온 지 20년이 되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신세계와 스타벅스가 1999년에 각각 100억을 출자해 설립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절반은 신세계가 주인인 셈이다. 스타벅스가 국내에 진출한 지 20년, 스타벅스는 한국의 커피 산업뿐 아니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변화시켰다.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스타벅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신세계와 스타벅스가 각각 100억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는 20년이 되던 해인 2019년에 1조 87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1년 251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19년간 매출이 약... 70배 정도 상승했다. 이는 투썸, 이디아, 할리스, 커피빈, 빽다방 등 국내에 있는 모든 커피프랜차이즈 매출을 합친 매출보다 높다. 스타벅스의 M/S(Market Share)를 보면 커피의 가격과 품질로 경쟁할 수 있는 영역을 넘을 독주체제 시기라는 생각마저 든다.
외국기업이 국내 진출할 때 국내 기업과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스타벅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타벅스는 한국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고, 동시에 재무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에서 유통시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오프라인 지점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신세계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바뀔 시간이다. 이들이 처음 생각했던 협력은 현재도 유효할까?
물론 신세계가 있었기에 지금의 스타벅스가 있었지만, 스타벅스가 잘되도 너무 잘되었다. 1조 8700억이라니 워렌버핏도 성지순례할 정도의 성장률이다. 내가 스타벅스 CEO라면 하루라도 빨리 신세계의 지분을 정리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던 스타벅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최근 신세계와 스타벅스의 결별설이 돌았다. 신세계와 스타벅스 사이에 맺어진 20년짜리 계약이 올해 하반기 종료되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계기업 중 합작법인 형태로 국내 진출 후, 판매/영업망이 갖춰지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게 되면 통상 지분관계를 정리하곤 한다. 물론, 스타벅스코리아가 49:51의 합작법인이 아닌 50:50의 지분 관계인만큼 아무리 스타벅스라 할지라도 신세계 측이 보유한 지분을 50%를 강제로 빼앗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신세계에도 스타벅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에 결별을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스타벅스가 나머지 50%의 지분을 얼마에 사냐 돈의 문제이다
물론, 계약이 연장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신세계는 스타벅스와의 결별을 반기지만은 않을 것이다. 스타벅스는 매년 20%의 성장률을 유지하면서도 몸집만 키운게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크게 개선했다. 2018년에는 1조 5천억 원의 매출액과 1,428억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19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3,560억으로 전년 4,628억 원 대비 23%가 감소했다. 이마트의 매출을 스타벅스의 10배가 넘지만 영업이익 두~세배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신세계에게 스타벅스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만 스타벅스와 신세계의 결별설을 말하기는 이르다.
과연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날까? 무엇이 시장을 의심하게 만들었을까?
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스타벅스코리아 본사는 2005년부터 신세계 소유인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소공동점) 지하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최근 스타벅스코리아가 본사를 다른 장소로 옮기는 방안을 두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소유인 웨스틴조선호텔을 떠나는 시기가 계약 종료 시기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② 13년 스타벅스 이석구 대표의 사임
지난해 신세계그룹 출신이면서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자리를 11년가량 지켜오던 이석구 전 대표가 물러나고 미국 스타벅스 본사 측 송호섭 신임 대표가 취임을 했다. 합작법인 설립 이후 오랫동안 이석구 대표 체제에서 운영된 데다 그동안 큰 성장을 이뤄왔음에도 대표가 교체된 것에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③ 과도한 로열티
스타벅스코리아는 상표와 기술 사요 계약을 통해 매출의 5%가량을 로열티로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난해 로열티는 2018년 780원에 달한다. 이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영업이익에 절반에 가까운 수준인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스타벅스가 신세계와 결별을 하든 말든 스타벅스에서 언제나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에' 비즈니스 관점에서 신세계와 스타벅스가 결별하게 된다면 그 이후는 어떤 모습일까?
스타벅스가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직접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신세계는 자체적으로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인 신세계가 SSG.COM을 출범하고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오프라인 업체들의 몰락을 지켜보던 신세계는 의기 의식을 느끼고 유통의 미래가 이커머스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유통에서 신세계가 산업을 리딩 하는 기업일지는 몰라도, 이커머스 업계에서 신세계는 스타트업? 수준이다.
쿠팡은 지난해 7조 153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로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빅 3’ 중 한 곳인 롯데마트의 지난해 매출 (6조 3300억 원)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그러나 쿠팡이 이렇게 성장한 데에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배후에 있었다. 쿠팡의 누적 적자는 1조 7000억 원으로 배송과 물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그동안 엄청난 금액의 투자를 진행했다.
신세계가 지난해 SSG.COM을 출범하면서 내건 목표는 4년 후 매출 10조 원이다. 이커머스 후발주자인 신세계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건립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기존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신세계는 이를 위해 이미 1조 원가량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보이나 회사의 미래를 이커머스에 걸은 만큼 장기적으로 현금이 지속 필요할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신세계는 유통업계의 절대 강자이다.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통해 오프라인 시장에서 롯데와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신세계에서 유통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게다가 신세계는 스타벅스와 함께 지내온 시간 동안 단순히 돈만 번 것이 아니다. 스타벅스를 명실상부 대한민국 커피 산업의 1위로 만들기까지 상권분석부터 매장 운영까지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 전반에 대한 수준 높은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마트24를 통해 가맹사업에 대한 경험까지 체득하고 있다.
신세계가 이커머스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겠지만, 어느 기업에게나 신규 사업에 대한 니즈 즉, 새로운 캐시카우가 필요하다. 기업에서 신규 사업을 검토할 때 사용하는 가장 일반적인 접근 방법은 두 가지다. ①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인지와 ②기존 산업과의 시너지가 나는지이다. 이러한 접근 방법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은 신세계가 가장 잘 아는 영역이자 잘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무엇보다 커피 산업은 지속 성장하는 산업이며, 장기적으로 금융 등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대가 가능한 잠재성이 있기 때문에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은 신세계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일 것이다.
바로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은 신세계가 보유하고 있는 비즈니스와 여러 면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먼저 신세계가 보유하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매장을 확장시킬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스타벅스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디저트류를 신세계푸드에서 유통하는 것처럼 원두뿐 아니라 빵, 케이크, 샌드위치 등을 신세계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를 통해 제공할 수 있고, 커피류는 매장뿐 아니라 이마트24를 활용해 유통 채널을 확대할 수도 있다.
신세계의 노브랜드버거가 가성비와 입소문을 앞세워 30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식품유통 및 제조사업의 노하우를 활용해 합리적인 가격의 버거를 판매한다는 전략이 통한 것이다.
다음은 노브랜드커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