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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리 Apr 29. 2020

IF ② 라인(LINE)이 애니메이션사를 인수한다면?

예측 불가능한 미래.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고, 배달의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 됐다.
때로는 발칙한 상상이 현실이 된다.



세계 캐릭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캐릭터/라이선스 시장 규모는 약 1,805억 달러(약 214조 원)로 추정하고 있으며, 일본과 미국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헬로키티, 포켓몬스터, 도라에몽, 건담, 드래곤볼 등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는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일본 캐릭터 산업을 대표하는 헬로키는 현재 세계 130여 개국에서 5만여 종에 달하는 상품 판매 및 라이선스 수입 등으로 연간 1조~2조 원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에는 미국의 디즈니가 활발하게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이렇다 할 새로운 캐릭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그리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라인 프렌즈’이다.


라인, 캐릭터에 성격과 이야기를 입히다


라인프렌즈는 2011년 출시된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캐릭터이자. 해당 캐릭터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현재 라인프렌즈(LINE FRIENDS)라는 브랜드로 여러 가지 상품이 개발 및 판매되고 있다. 라인은 원래 텍스트 메시지 전송만이 가능한 메신저였다. 여기에 라인의 개발자들은 텍스트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재밌게 메시지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글자가 아닌 그림으로 전하는 메시지들을 고안해냈다. 2011년 10월 현 라인프렌즈의 원형인 ‘라인 캐릭터 스티커(이하 라인스티커)’는 그렇게 탄생했다. 라인스티커는 일본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고, 라인은 각 캐릭터들마다 독특한 성격과 이야기를 입혀 하나의 캐릭터 브랜드를 만들었다. 


라인프렌즈, 일본 캐릭터 산업의 주류가 되다


2019년 3월 17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는 아침부터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 스토어 앞에서 시작된 줄이 약 1km 떨어진 오모테산도 역까지 이어지며 하라주쿠 전역이 인산인해를 이룬 것이다.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콜라보도, 나이키의 한정판 신발 판매도 아니었다. 이곳은 라인프렌즈의 100번째 글로벌 스토어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하라주쿠점이다.


라인프렌즈는 지난해 약 2000억의 매출을 올렸다. 불과 5년 만에 매출은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와 유사하게 한국에서는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 전무'님의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최근에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함) 칫솔, 골프공, 볼펜 라전무님이 손만 대면 모든 게 사랑스러워지고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 된다. 한국에서의 카카오프렌즈의 인기를 생각한다면, 라인프렌즈가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덜 익숙할 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카카오IX, 라인프렌즈의 5개년 매출 추이


아마도 라인프렌즈는 메신저에서 종속되지 않고, 콘텐츠 기업으로써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 나가려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라인프렌즈는 앞으로 얼마큼이나 성장할 수 있을까? 지금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 만으로 키티나 도라에몽처럼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혹시 또 다른 소셜미디어의 출현으로 라인프렌즈 캐릭터들의 경쟁력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해답을 디즈니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미키마우스 탄생 100주년


미키마우스가 태어난 지 100년이 다 되더어가는 지금까지도 디즈니는 어른과 아이들 할 것 없이 언제나 동일한 웃음과 감동을 준다. 미키마우스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었지만, 미키마우스는 늙지 않았다. 미키마우스는 우리 부모님에게 또 우리 다음 세대에게도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도 겪은 미키마우스가 이끄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 (The Walt Disney Company)는 그렇게 지난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그룹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월트 디즈니, M&A로 세계 최고의 미디어 기업이 되다


디즈니의 콘텐츠는 한 때 ‘스타워즈’에 밀려 70% 가까이 주식이 하락했지만, 2006년부터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갖추게 된다. 바로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등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PIXAR(픽사)'를 인수하게 된 것인데, 당시 픽사를 인수한 금액은 74억 달러 약 8조 원에 가깝다. 


이후 디즈니는 연이어 대규모 M&A를 통해 전례 없는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2009년에는 스파이더맨, 엑스맨, 헐크 등 캐릭터 5000여 종을 보유한 만화 전문 출판회사인 ‘MARVEL ENTERTAINMENT(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약 4.5조 원에 인수하면서 세계 최고의 미디어 기업이 되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서막인 아이언맨이 개봉한 시기가 바로 2008년이다)


2012년에는 한 때 디즈니를 나락으로 몰고 갔던 스타워즈를 제작한 루카스필름을 약 5조 원에 인수하였고, 2017년에는 21세기 폭스를 713억 달러 (약 75조 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디즈니는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디즈니 왕국!


디즈니의 M&A에 투입한 자금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모두 회수했을 정도로 독보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디즈니의 M&A 히스토리를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디즈니가 ‘왜? M&A라는 방법을 선택했을까’이디즈니는 한차례 콘텐츠 경쟁에서 폐했던 경험이 있다. 이후 디즈니는 콘텐츠 기업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결국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콘텐츠 기업의 경쟁력은 '콘텐츠의 지속적인 생산'


라인프렌즈는 콘텐츠 기업이다. 라인프렌즈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메신저를 벗어나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콘텐츠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우리가 마블에 열광하는 이유도 결국 스토리와 스토리들을 연결시키는 세계관이다.


라인프렌즈도 새로운 콘텐츠의 생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라인프렌즈는 2017년부터 BT21 제품을 선보였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BT21 세계관과 캐릭터 제작에 적극 참여했다. 'BT21 유니버스'라는 이름 하에 세계관과 스토리를 계속 확장 중이다. BT21은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글로벌 캐릭터로 급성장했다.



2018년에는 중국 아이돌 왕위웬과 손잡고 ROY6를 론칭했다. 현지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진출을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BTS와의 협업을 통한 성공 경험을 이식한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핀란드 게임 개발사 슈퍼셀과 손잡고 이 회사의 IP ‘브롤스타즈’를 활용한 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브롤스타즈는 출시 반년 만에 전 세계 1억 다운로드를, 지난해 한국 모바일 앱 시장 게임 카테고리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게임이다. 


라인프렌즈의 성장의 한계


라인프렌즈는 이 외에도 다양한 콜라보 활동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여기에 동남아 국가에서 라인(LINE) 메신저가 차지하는 위상을 더해 일본뿐 아니라 태국, 인도네이사,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로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라인프렌즈는 사업적으로 성공했지만, 그 기반에는 분명 라인이라는 메신저가 있었다. 콘텐츠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기존의 라인이 갖고 있는 캐릭터로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라인,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인수하다


콘텐츠 기업에게는 새로운 스토리와 캐릭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만약에, 라인프렌즈가 콘텐츠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인수한다면 어떨까? 


애니메이션사 인수로 새로운 캐릭터의 제작 및 배급을 하다


콘텐츠 기업에게는 새로운 스토리와 캐릭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캐릭터를 만들고 거기에 스토리를 입힌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때 비로소 콘텐츠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콘텐츠가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로 디자인 및 스토리 등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갖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하루에도 수백 번 사용하는 라인 메신저는 라인프렌즈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키기 위한 최고의 조건인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 탄생할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풀기에 메신저라는 공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이란, 캐릭터와 스토리의 생산뿐 아니라 이를 배포(배급)하는 역할까지를 말한다. 디즈니 캐릭터가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과 스토리, 그리고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이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2시간이라는 시간은 사람들이 캐릭터와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한 시간인 것이다.


일본은 애니메이션의 나라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영세하다. 반면 일본은 애니메이션의 나라다. 일본은 지브라 스튜디오처럼 몇몇 대규모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수많은 중소규모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있다. 이처럼 산업 구조가 튼튼하다 보니  2018년 일본 애니메이션 전체 시장 규모는 2017년보다 190억 엔 늘어난 2조 1814억 엔 (약 23조 3643억 원)으로, 6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같은 기간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국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처음으로 1조 엔 (약 10조) 대를 돌파해 매출의 절반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제 일본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고 해외로 뻗어 나가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지브리스튜디오'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사는 아직 까지는 없다.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라인에게 일본 애니메이션사 인수는 라인플러스의 콘텐츠 비즈니스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에 충분하다.


애니메이션 → 라인 메신저 → 테마파크


디즈니가 우리에게 언제나 감동을 주는 이유는 디즈니의 캐릭터들을 비단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인형, 게임, 테마파크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많은 영역들에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테마파크는 사람들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공간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상품을 사는 이유는 상상 속에만 있었던 캐릭터들을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은 사람들로 하여금 캐릭터를 상상하게 만들고 테마파크는 이를 현실로 만들어 준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디즈니랜드


테마파크는 사업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모델이다. 테마파크만의 실적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디즈니는 지난해 2019년 1분기 매출액은 약 17.5조를 기록했으며, 이 중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 상품 부문에서 약 7.3조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화 부문에서는 약 2.5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영화는 개봉 시점에 따라 매출이 결정되는데, 테마파크가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것이다.


라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인수와 라인 메신저와의 시너지는 궁극적으로 테마파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고려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만약'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지만, 테마파크는 라인프렌즈가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여 그 지역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디즈니'는 '라인'이 될 수 없지만,
'라인'은 '디즈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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