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킨도너츠는 1950년에 설립되어 7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넛 체인점이었다. 던킨도너츠는 ‘(커피에) 적셔 먹는 도넛' 이란 의미로 Dunking의 슬랭 표현인 Dunkin'과 Doughnut의 미국식 철자 Donut을 조합한 것에서 유래했다.
‘커피 & 도너츠’라는 말을 만들어낸 던킨도너츠가 2019년 돌연 던킨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는 주력 판매 제품이었던 ‘도넛’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사업다각화를 꽤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실제 당시 한국 던킨도너츠만 하더라도 해마다 매출이 감소하고 있었다. 2012년 2,171억 원에 달했던 던킨도너츠의 매출은 2017년 1,728억원을 기록했다. 특이한점은 던킨도너츠의 매출에서 도넛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반면 커피의 비중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던킨도너츠는 전체 매출의 60%가 도넛이 아닌 커피 등 음료에서 거둬들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넛’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당연한 얘기) 커피를 마시기 위해 던킨도너츠를 찾는게 아니라 도넛을 사러 갔다 커피를 사는 것처럼 말이다.
던킨도너츠는 생존을 위한 변화로 70년간 지속한 도너츠라는 이름을 스스로 떼어 버렸다. 던킨은 매장에 카페 인테리어를 접목하고 커피 메뉴를 늘림으로써 도넛뿐 아니라 샌드위치 커피 등 다양한 품목들을 판매하는 곳으로 변화하였다.
이런 던킨의 변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2019년 사명 변경 이후 던킨의 매출은 2020년 1627억 원에서 2021년 1815억 원, 2022년 2057억 원으로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당근마켓 역시 서비스명에서 ‘마켓’을 뗏다. 서비스 론칭 8년 만에 ‘당근’(‘당’신 ‘근’처)이라는 새 이름으로 하이퍼로컬 비전에 더 가까이 다가 갔다. (하이퍼로컬 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익숙치가 않는다)
‘당근마켓’이라는 서비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근마켓은 이웃간 중고거래를 추구하며, 이전에 없었던 중고거래라는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켰다. 당근이세요?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생활 깊숙이 들어온 당근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대 중고거래 서비스가 되었다. ‘23년 8월 당근의 누적 가입자 수는 3,500만 명,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800만 명을 넘어선다.
작은 식당을 창업한다고 가정해 보자. 다양한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김밥천국처럼 여러가지 메뉴를 준비하는것과 한가지 메뉴에 집중해 판매하는 것, 어느 방식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아마 자영업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가지 메뉴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단기간에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할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하나의 서비스에 집중해야 이용자를 늘릴 수 있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라는 상품으로 괄목할만한 서비스 성장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렇게 사용자를 확보하고 나면 서비스는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꿈꾼다.
국내에서는 토스가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간편 송금으로 시작한 토스는 계좌조회, 카드발급, 중고차 매매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추가하였고 보험 대리판매, 증권, 은행 지불 결제 등 금융사업을 추가하였다. 토스는 기존 시장에 토스의 강점을 접목 시키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전통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를 떠올리는 마켓이라는 단어를 뗏다. 그리고 지역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시작한 당근마켓은 이제 부동산, 지역광고, 구인구직 등 다양한 지역 상권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해 하이퍼로컬 이라는 비전에 다가가고 있다.
이보다 앞서 당근과 같은 결정을 한 서비스가 있다. 2022년 10월 마켓컬리가 서비스명은 컬리로 바꿧다. 장보기 서비스 ‘마켓컬리’ 이미지를 넘어서, 뷰티 부문을 포괄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다.
컬리는 사명을 변경하면서 “고객에게 식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쇼핑 경험을 드리기 위해 서비스명을 바꿨다”고 공지했다. 컬리는 지난해 뷰티 특화 버티컬 서비스 ‘뷰티컬리’ 출시를 통해 서비스 확대를 예고했다. 사이트 내 뷰티컬리를 별도의 탭으로 출시해 기존 주력 서비스인 식품 서비스와 동일한 수준으로 운영할 것임을 보여줬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옛 당근마켓)’과 새벽배송 업체 ‘컬리(옛 마켓컬리)’는 공교롭게도 모두 서비스명에서 ‘마켓’을 떼버렸다. 서비스명은 말 그대로 서비스의 정체성에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사명을 변경한 이유는 하나다. 바로 절박했기 때문이다.
IPO를 추진하던 컬리는 수익성 개선이라는 어려운 숙제에 직면했다. 매출 규모를 키우고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데,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론 이를 풀어내기 쉽지 않았다. 컬리는 ‘마켓’을 뗀 뒤 재고 관리가 쉽고 단가가 높은 화장품 시장에 진출해 매출과 수익성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을 세우게 되었다.
당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근은 2022년 49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매출 256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영업적자도 늘어났다. 2021년 352억원에서 지난해 564억원으로 61% 증가했다. 적자폭 증가 원인으로는 영업비용이 2021년 608억원에서 2022년 1천64억원으로 증가했다.
거래 플랫폼이라면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데,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결국 당근이 서비스명을 바꾼 건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지역생활 커뮤니티로써의 정체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수익성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당근은 현재 ‘구인·구직’ ‘중고차거래’ ‘부동산 중개’ 등의 신규 서비스를 통해 이익률을 끌어올리겠단 계획이다. 중고거래 이미지가 깊게 쌓인 ‘마켓’을 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비즈니스에 걸맞은 이름으로 바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자는 취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