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를 하다 보면 온갖 물건이 필요하다. 마당에서 필요한 의자나 테이블 같은 것은 아파트 재활용장에 버려진 중고 가구를 활용하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어제 아침, 리스 만들기 수업에 가려고 아파트 1층에 내려가니 시골에 갖다 놓고 쓸만한 라탄 의자 두 개가 재활용장에 나와 있었다. 이리저리 보아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앉아 보아도 편했다.
시골집의 데크 위에 놓고 쓰면 알맞을 것 같아 오후에 돌아와서도 그대로 있으면 집으로 가져갈 작정을 하고 리스 수업에 갔다. 도시 생활의 편리 중 하나가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모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리스는 손재주 없는 사람도 만들면 그럴듯하다는 강사의 말대로 썩 근사했다. 만든 리스와 촛대는 근처 딸 집으로 가져가 달아주었다.
똥손으로 만들어도 예쁘다.
캔들센터피스
아파트로 돌아와서 재활용장을 보니 의자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라탄이라 가볍기도 해서 차례로 두 개를 집으로 가져왔다. 몇 년 전에 역시 아파트 재활용장에서 주워 갖다 놓은 의자는 딱딱해서 쿠션을 깔고 앉아도 불편했는데 라탄 의자는 상당히 편했다. 생각지도 않게 시골 생활에 필요한 야외 의자를 집어 오고 보니 자랑이 하고 싶어서 귀촌 카페에 의자 사진을 올리고 사연을 썼다.
나처럼 시골집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주워다가 갖다 놓은 사람들의 축하 댓글이 이어졌다. 항아리에서부터 온갖 잡동사니들이 시골에 가면 꼭 필요한 물건으로 대접받기에 아파트 재활용장은 시골 살림의 보물창고인 셈이다. 새 물건을 사서 써도 될 것을 시골 살림은 이상하게 돈을 주고 장만하게 되지 않는다. 야외에서 쓰다 보면 금방 낡아지기도 하고 햇빛과 바람에 견디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쓰다가 수명을 다하면 탕탕 쪼개 불구덩이에 넣어도 되는 나무여서 이걸 버려준 이웃이 누군지 고맙고 꿈도 안 꾸었는데 횡재한 기분이 든다.
데크 위에는 평상이 있지만 농작물을 다듬거나 호미 같은 걸 얹어 놓기는 좋아도 앉아서 차를 마시려면 의자가 필요했다. 편한 의자에 앉아 오전에는 책을 읽고, 저녁에는 오카리나를 불며 한가롭게 보내는 시간이 시골 생활의 큰 즐거움이어서 야외용 라탄 의자가 소원이었는데 돈 들이지 않고 버리는 걸 재활용하니 이렇게 좋을 수 없다.
귀촌 카페에 시골 생활이 몇 년 되었다는 어떤 회원이 올린 시골집 사진을 봤다. 부지런하고 손재주 있는 분이어서 시골 살이의 로망을 아기자기하게 이루고 있었는데 흔들 그네, 흔들의자, 가마솥 아궁이, 해먹, 벽난로, 연못, 꽃밭 등 마당 곳곳에 정성껏 가꾼 손길이 보였다. 주인이 하기 나름인 시골집은 잘 가꾸면 이렇게 살림에 윤기가 나고 누가 봐도 감탄스럽다.
의자 두 개를 주워다 놨을 뿐인데 내년 봄에는 남부럽지 않은 마당을 꾸며볼 생각에 지금부터 꿈에 부풀어 있다. 뒷마당에 벽돌을 쌓아 불 피울 화덕을 만들고, 좀씀바귀로 뒤덮인 땅에는 보도블록을 깔아 풀을 막아보는 등 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친다. 구석구석 손 봐야 할 곳은 많지만 상주하지 않는 이상 내버려 두기만 했는데 내년 봄에는 깔끔하기로 소문난 지인이 옆 밭에 집을 짓는다. 그러니 새 집과 새 마당에 비교해서 낡은 우리 집도 새롭게 단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