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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포 Nov 12. 2022

회사, 보여주는 일기 (2)

2021.09.03. 스트레스

한 주 동안 너무 많은 말을 했다.

고객과는 전화로, 

팀원들과는 메신저로, 

팀장들에게는 이메일로 회신도 해야 한다. 

집에서도 아이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한다. 

아이들은 요구사항이 지나치게 많다. 

자신들의 아빠에게는 그렇게 요구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으면서 엄마에게는 요구하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평상시에 해주던 것들을 어떤 이유에서 해주지 않으면 치사하다고 불평이라도 하면, 꼭 엄마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 역할은 이미 정해져 있고, 내 의무는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푸시당하는 기분이다. 


남편이 재택을 한다고 해서 아침도 차려주지 않고 집을 뛰쳐나왔다. 

본인이 쉬는 날에도 원래 내가 하던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본인이 쉬는 날에 깨지 않고 늦잠을 자고 싶은 것은 이해하나, 나는 일하는 날에도 쉬는 날에도 늘 아침을 차린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나도 아침 차리는 일을 쉬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런 생각이 들자 오늘은 무시해야지 라는 결론을 내렸다. 

가혹하게도 모든 의무 조항에는 내가 포함되어 있는 느낌이다. 


이른 출근을 가장하여 지하철 역 근처의 스타벅스로 왔다. 

금요일은 아침에 회사에서 간단하게 제공되기에 돌체 블랙밀크티와 더블 치즈 베이글 칩을 골라 자리에 앉았다.

출퇴근 사간에 읽는 책을 꺼내어 몇 장 읽어 본다. 

이게 머라고...

이렇게 혼자 있으니 마음이 편해진다. 

해독하는 기분이랄까...?

그간 마음 안에 쌓아놓은 독소를 가만히 내버려 둠으로써 치유하는 기분이다. 


그래, 나는 이런 인간이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인간. 

친구의 말대로 결혼한 것이 실수인 인간. 

어떤 사람은 혼자 있기 싫어서 결혼을 한다고 하는데, 

같이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같이 있어도 성향에 따라 충분히 외로울 수 있다. 

옆에 누군가가 있더라도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외로움의 종류는 다를지 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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