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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인 Oct 15. 2018

마미손 소년점프는 올해 최고의 마케팅 브랜딩 사례???

오케이 계획대로되고이써

얼마 전부터 유튜브에 들어가면 왠 이상한 놈이 핑크색 두건을 뒤집어 쓰고 있는 영상 하나가 추천되고는 했다. 그냥 흔해빠진 병맛이겠거니하고 지나치다가 영상이 올라온지 한달이 지나서야 뒤늦게 올 한 해 최고의 히트 영상이 될 뮤직비디오 한 편을 보고야 말았다. 마미손이라는 힙합 가수의 '소년점프'라는 뮤직비디오. 그리고 현시간 기준으로 조회수 2천 1백만을 돌파하였는데 그 중 조회 수 30 정도는 내가 기여한 것 같다. 단 하루만에. (영상 2개만 올리고 구독자가 30만명이 넘다니..)


https://www.youtube.com/watch?v=D3ZFtSoWtRc



처음 이 음악을 듣고, 충격 그 자체였다. 단순히 병맛의 최정점이라서가 아닌, 나도 음악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러한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가능할 수 있는지, 어마어마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도대체 이 괴물 같은 놈은 누구인지 정체를 찾기 시작했다. 한 때 매드클라운 노래를 즐겨들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만큼 그 둘의 음악 스타일과 감성은 전혀 달랐다. (아 물론 그렇다고 마미손이 매드클라운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종일 마미손에게 빠져 검색도 해보고 수많은 패러디 영상도 보다보니, 단순히 가요계/힙합계에서만 센세이셔널한 사례가 아닌, 마케팅과 브랜드 업계에서도 충격적이고 벤치마킹을 해야할만한 사례가 아닌가 싶었다. 아니, 그전까지 어느 누가 감히 마미손처럼 TV방송 미디어와 SNS 채널을 넘나들며 이러한 채널들을 혼자서 쥐락펴락 갖고 놀았던 사례가 있던가? 그렇게 돈도 많고 거대한 구글도, 애플도, 삼성도 못하던 것을 매드...아니 마미손이 해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이 마케터나 브랜드 관리자에게 어떠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 크게 3가지 관점(브랜드 관점, 채널 관점, 콘텐츠 관점)에서 살펴보겠다. 



1) 브랜드 전략 관점

매드클라운의 기존 음악 색깔은 그의 주요 히트곡들을 살펴보면 어둡고 비참하고 찌질한 느낌이 강했다. 힙합계의 임창정 같은 느낌이랄까. 그의 독특한 보이스와 이러한 컨셉이 잘 맞아 떨어져 나름 해당 포지션에서는 독보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보여주고 싶었던 음악 범주가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 틀을 깨고 싶어서였는지 1년 전 앨범에서는 다양한 가수들과 피처링을 하며 평소 그의 음악과 다른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특히 그 중에서 볼빨간사춘기가 피처링한 '우리집을 못찾겠군요'라는 곡은 무척 좋아했던 곡이다. 우선 너무나 볼빨간사춘기 스타일과 비슷한 곡이어서 매드클라운이 작곡을 했다고는 미처 생각도 못했었고, 가사도 너무나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그의 더 다양한 음악 범주를 매번 피처링하며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이러다가 기존 자신의 음악 색깔마저 잃어버릴 수도 있고. 그리고 피처링이 아닌 자신의 본연의 음악을 보여줬을 때, 이제는 예전만큼 대중의 관심을 크게 받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최근 1년간 음원 상위권에서 매드클라운을 찾아보기는 어려웠고, 조금씩 대중에게 잊혀져 가는 한 때 몇 번 히트했었던 힙합 가수가 되는건가 싶었다. 


즉 이제 매드클라운이라는 브랜드는 노후화되어 대중의 관심을 받기 힘들고, 피처링을 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심지어 이번에 그가 대중에게 새롭게 보여주고 싶은 컨셉은 병맛이었다!!!



'소년점프'라는 곡을 매드클라운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곡의 컨셉은 너무나 강력해서 이전에 쌓아온 매드클라운이라는 컨셉 마저도 훼손시킬 우려가 농후했다. 결국 노후화된 매드클라운이라는 브랜드에 Freshness도 살릴 수 있으며, 기존 브랜드 자산의 훼손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Sub-brand를 출시하는 것이다. 


Sub-brand는 기존 브랜드의 타겟과 포지셔닝 한계를 넓히는 시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모태가 되는 브랜드에  활력을 주고, 기존보다 더 넓은 커버리지를 가져가고자 하는 전략이다. 즉, 마미손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결국 매드클라운이라는 기존 브랜드가 다시 활성화되고 더 많은 타겟 고객을 끌어들여 그 수명을 늘려주는 전략이다. 하이트 맥주가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서브브랜드 'd'를 출시하거나 해외 명품브랜드가 매스티지용 서브브랜드를 출시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여기에서 쓰러질 것 같냐, 인생은 길고 내 음악도 길어. 모험은 시작됐어"



2) 채널 전략 관점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종횡무진하며 자유자재로 쥐락펴락하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우선 그는 쇼미더머니에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핑크색 두건을 쓰고 출연한다. 물론 그의 독특한 보이스로 모두가 이내 그 정체를 알아차리고, 프로 유명 랩퍼인만큼 상위 랭크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그는 실수를 하며 초반에 탈락하고 만다. 그리고 CJ E&M은 이게 왠 떡이냐며 그 모습을 아주 상세하고 자극적으로 연출한다. 그런데 왠걸. 마미손이 떨어지는 방송이 나오자마자 유튜브 채널에 마미손의 '소년점프'라는 뮤비가 올라온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가기 일주일전, 이미 매드클라운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계획대로되고있어"라며 '소년점프' 노래의 후렴구 가사를 의미심장하게 남겨놓았었다. 그러자 대중은 그가 쇼미더머니에서 실수한 것부터가 모두 의도한 것이었냐며 열광하게 된다. 


사람들은 방송과 뮤비를 보고 매드클라운 인스타그램에 찾아가 마미손이 맞지않냐며 수많은 글을 남겼고 여기에 매드클라운은 기분 나쁘다며 자신과 엮지 말라며 손사래치자 사람들은 이를 패러디하며 바이럴은 더욱 확산이 된다. (그래놓고 댓글에 마미손 태그를 하는 그 치밀함까지)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급격한 조회수를 기록하며 '소년점프'와 마미손이 관심을 받고 있으나 그는 해당 곡의 음원을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 중독성 쩌는 노래를 계속 듣기 위해 유튜브에서 반복해서 뮤비를 보게 되고 결국 업로드 1달만에 조회수 2천만을 달성하기에 이른다.(그리고 해당 노래는 2018년 수능 금지곡 1순위가 되었고, 마미손은 수능전날에는 해당 뮤비 영상을 잠시 내려놓겠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노래를 빨리 음원을 출시해서 음원수익을 얻어야겠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는 한, 두수 앞을 더 본 것이다. 유튜브 채널 한 곳에서만 노출을 집중시키자 결국 바이럴이 극대화되고, 지금은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마미손은 모두가 알게 된 상태가 되었다. 심지어 그가 선택한 채널은 요즘 가장 핫하며, 특히 10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는 유튜브 채널을 점령해버린 것이다.  


즉,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그는 방송 미디어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다양한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였을 뿐만 아니라 킬러 콘텐츠는 핵심 타겟과 채널에 맞춰 집중화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이 영상이 난리가 나자 보름쯤 지나 유튜브 채널에 2번째 영상을 올린다. 그것은 바로 '소년점프'의 MR과 함께 새롭게 개척한 춤의 영역인 '엉거주춤'이었다. 그리고 그는 영상 설명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다. 

그리고 지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마미손을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패러디 콘텐츠가 즐비하게 된다. 마미손을 모르던 사람도 패러디 콘텐츠들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날라지기 시작하며 도대체 이게 뭔데 난리인것이냐고 관심을 갖게 된다. 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성공한 바이럴 사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OYs_JtTa6kA


https://www.youtube.com/watch?v=wLIOGMWJpEo



3) 콘텐츠 전략 관점

마미손의 '소년점프'가 이렇게 바이럴되고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게 된 것은 단순히 콘텐츠가 병맛이고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좋은 노래 가사의 첫번째 원칙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몰입되고 공감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미손은 이미 쇼미더머니에서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담아내어 사람들이 그 배경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쉽게 가사 내용을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가사 내용과 노래의 컨셉은 무엇인가 8,90년대 만화 주제가에서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다. 


기존 매드클라운의 노래는 20대 이상이 되어야 공감할 수 있는 처절하거나 찌질한 사랑 이야기가 주였다면, 제목과 컨셉, 가사에서 모두 8,90년대 만화를 모티브로 해서 현재 대중가요에 맞게 복각을하여 10대에서 30대까지 모두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노래를 만들었다. 즉 기존 자신의 음악을 주요하게 듣는 타겟을 2,30대에서 10대까지 새롭게 확장을 한 것이고, 이러한 타겟 전략에 맞춰 10대가 즐겨보는 쇼미더머니와 유튜브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완벽하게 성공하여 1년전의 10대들과 지금 10대들에게 매드클라운의 인지도와 이미지는 전혀 다른 것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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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은 모두 나의 뇌피셜이다.

매드클라운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단지 너무나 절묘하게 운이 맞아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매너리즘에 빠져있거나 노후화된 브랜드에 어떻게 생명력을 줄 수 있는지,

타겟과 커뮤니케이션 채널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이보다 더 생생하고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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