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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롱 Mar 26. 2020

갖고 싶다 너란 녀석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 구매를 실패한 자의 절규

나는 무언가에 잘 꽂힌다. 사람, 물건, 음식 할 것 없이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바라보는 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 때문인지 다양한 마스크의 종류에 빠졌고, 블랙, 블루, 화이트, 핑크 등 다양한 색, 다양한 브랜드의 마스크를 모두 모으고 나서야 이제 그만- 을 외치고 마켓팅에서 물러났다. 이런 나를 기다리고 있던 물건이 있으니 바로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이었다. 

이상하게 다른 전자기기엔 매우 관심이 많으면서 닌텐도에는 꽂힌 적이 없는데, 이번에 이 아름다운 외관에 꽂히고 말았다. 우선 무인도로 가서 힐링한다는 콘셉트(현실은 너구리의 노예가 되어 열심히 노동 착취를 당한다고는 하지만)의 게임이 너무 좋았고 그래,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봤자 뭐하나. 그냥 이뻐서 갖고 싶어 졌다. 그리고 지금 구하기 힘드니까, 더더욱 갖고 싶어 진다.


이 아름다운 아이는 3월 20일에 판매를 시작했는데 오프라인은 이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24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고, 온라인에서는 마켓팅 (마스크 티켓팅) 보다 빠르게 품절됐다고 한다. 직장인이라 줄을 못서고, 뒤늦게 빠져 온라인 구매를 하지 못했던 나는 이제야 이 아름다운 기계를 보며 시름시름 앓고 있다. 당장 내일 연차를 쓰고 집에 있을 예정이었던 나는, 내일 집콕이 아니라 온갖 게임센터를 돌아다니며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이 친구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나 있을 예정이다. 


사실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은 한정판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지나면 쉽게 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 19의 여파로 중국의 닌텐도 공장들 가동이 중단되었었고, 이 아름다운 디자인과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아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점점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추이다. 우리 모두 학창 시절에 배우지 않았던가. 수요와 공급 곡선, 그리고 그 곡선이 마주하는 곳에서 가격이 정해진다. 그러니까 지금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은 수요가 많으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닌텐도 스위치 본사에서는 4월 상순에는 물량이 풀릴 예정이니 모두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하지 말라고 그런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이 들리지 않는다. 지금 당장 저 아름다운 물건을 갖고 싶을 뿐이다. 


예전부터 나는 어떤 물건을 갖고 싶으면 하루 온종일 그 물건에 대한 생각만 하곤 했는데, '쉽게 구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물건' 일수록 쉽게 매료되는 것 같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 중에 특히 애정을 가하고 있는 라이카 필름 카메라나, 방콕의 한 디자이너의 핸드메이드 스티커, 올 화이트 컬러의 프라이탁이나 모두 세상에 하나밖에 없거나 아주 오래전에 단종되어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이다. 나는 이런 물건들을 왜 사랑하는가, 이들의 쓰임을 좋아하는 것인가 아니면 탐미적인 부분을 좋아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쉽게 구하지 못하는 것을 구한 나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는 걸까? 


이 닌텐도 스위치를 바라보면서도 이중적인 마음이 생겨난다. 내가 정말로 동물의 숲을 하고 싶어서 이 닌텐도 스위치가 갖고 싶은 건지, 아니면 아름다운데 현재 쉽게 구할 수 없어서 이렇게 안달이난 건지, 물론 이런 고민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냉정하고 인내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고 그냥 물량이 풀릴 때까지 '존버'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성격이 원래 이런 걸 어째, 돈도 없는 주제에 갖고 싶은 건 반드시 가지고 말아야 하는, 현재만 살아가는 성격인 걸 어떡할까. 지금 중요한 건, 당장 이 친구를 갖고 싶다는 것.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꽂혀 있는 것이고, 그에 대한 투자는 돈이 아깝지 않다는 것. 그리고 지금 내가 꽂힌 게 바로 이 조악한 작은 게임기라는 것. 그것뿐이다. 그러니 제발, 혹시라도 이 물건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알고 있다면 연락을 주길 바란다. 내 연락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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