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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수첩 Sep 06. 2021

Pre. CPA 수험수기 연재에 앞서

 모 카페에 쓴 합격수기에 2년째 꾸준히 댓글이 달리고 있다. 수험생활이나 과목별 공부법에 관한 질문도 여전히 많다. 내가 수기를 쓴 날이 2019년 10월 8일인데 그 이후로 2년 간 올라온 수기가 고작 5개 정도다. 회계사 준비에 관한 정보와 경험이 가장 많이 공유되는 카페에서 겨우 그 정도니까 회시생들에게 전달되는 양질의 체험기가 상당히 적은 편이다.



나는 수기를 얼마나 갈망했던가


 수기 읽기는 거의 유일한 취미였다. 하루에 12시간씩 1평도 안되는 독서실 공간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다보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든다. 그럴 때 수기를 읽는 것이 큰 위로가 됐다. 독서실 컴퓨터로 인강을 듣는 시간 사이사이마다 나는 카페에 게시된 수기를 외울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그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 당시의 내게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시기가 20대라고 한다면, 20대의 수 년을 바쳐서 하는 회계사 공부는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거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중요한 시기를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 현재 공유되고 있는 경험의 양이 너무 적다. 퀄리티도 매우 낮은 편이다. 수 년 간의 경험을 겨우 카페 게시글 하나 정도로 요약, 압축해서 적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힘들었던 과거는 미화되고 잊혀진다


 2017년 12월 31일, 평소처럼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주로 기숙사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도서관에서 기숙사 식당까지는 언덕길을 오가야 했다. 전날 밤에 눈이 많이 와서 길거리가 얼어 있었고 나는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 종종걸음을 걸었다. 빠르게 혼밥을 하고 기숙사로 조심히 내려오는데, 그 찰나에 느꼈던 뼈저리는 외로움이 아직도 가끔 기억난다. 


 사랑할 것들이 많지 않은 타지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길거리에는 캐롤이 울리고 전구가 반짝이는 해의 마지막 날에 혼자 밥을 먹고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종종걸음을 걸으며 도서관으로 돌아가는 자신을 마주하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하고 외로운 일이었다. 전화기를 붙잡고 뜬금없이 고등학교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몹시... 몹시도....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날의 기억도 지금 나에게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사무치게 힘들었던 과거도 순식간에 미화되고 잊혀진다. 그래서 수기라는 것은 많이 생성되기 힘든 구조의 글이 아닌가 한다. 수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고통 속에 있지만 수기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은 달콤한 영광 속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 고통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또다른 나를 잊지 않고 싶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최대한 실감나는 수험기를 쓰고자 한다. 대략 20회에 걸친 연재가 될 것이다. 시간 순서대로 공부를 결심하던 순간부터 내가 겪었던 실패기, 각종 생활 에피소드, 과목별 공부 방법 등을 다양하게 담고 싶다. 수험생활을 하며 썼던 다이어리, 각종 사진들도 함께 올리고자 한다. 그리고 댓글을 통해 들어오는 질문에는 여건이 되는 한 최대한 상세하게 답변을 할 것을 약속한다.


 이런 저런 사유로 회계사 시험을 쳤고 금융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의 삶에 만족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삶은 서서히 타성에 젖어가고 있다. 이 글을 통해 나 또한 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누구인가


'12년부터 '17년까지는 각종 책만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17년 9월까지는 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를 했다.

'17년 9월~'19년 6월까지 회계사 공부를 했고 동차 합격을 하였다.

'19년 12월~'20년 12월까지 대형 회계법인 감사본부에서 근무했다.

'20년 12월부터 금융권으로 이직하여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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