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말하려고 나도 노력했어...
강사 글쓰기 과정을 준비하다 괴짜 이외수 선생 글을 읽었다. 그가 산만하고 허술한 글을 예로 들었다.
“나는 사방에서 매미들이 주변의 나무들이 진저리를 칠 정도로 목청을 다해서 발악적으로 시끄럽게 울어대는,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면 비켜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비좁은 오솔길을 혼자 쓸쓸히 걷고 있었다.”
이런 글은 단문으로 끊으라 한다.
“나는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 혼자였다. 오솔길은 비좁아 보였다.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비켜설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매미들이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었다. 발악적이었다. 주변의 나무들이 진저를 치고 있었다.”
좋은 생각이다. 글은 짧고 간결할수록 전하려는 바가 분명하고 명쾌하다.
그런데 글맛이 사라졌다.
나는 사방에서 매미들이 주변의 나무들이 진저리를 칠 정도 목청을 다해서 발악적으로 시끄럽게 울어대는 분란한 곳에 서면 정신이 하도 없을 터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면 비켜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비좁은 오솔길을 혼자 쓸쓸히 걷고 있으면 대체 무슨 생각 따위가 날 것이며 그렇게 정신 사납고 꽉 맞혔고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분명하고 명쾌하게 전할 수 없으니 이렇게 장황하고 구차하게 앞뒤도 없고 치기로만 가득히 죽 쓰니 내 마음이 이렇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단문으로 쓰면 의미가 분명하고 명쾌해진다. 그런데 가끔 숨이 가쁘게 장문으로 말해야 할 때도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우리나라 헌법은 첫 문장에 무려 341글자나 써서 아득하게 멀리 시작해서 느닷없이 제1조 1항에 12글자로 탁 치고 들어오는 맛이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제 1장 총강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