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를 읽고서...
엄마가 선물로 주신 책 '미움받을 용기'를 드디어 오늘 다 읽었다. 2개월 정도 걸린걸까? 게으름 때문인지... 머릿속에 되새김해서인지...꽤 오래 걸린 편이다. 스무살 중반을 지나가고 있는 나에게 참 고마운 책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해서 고민을 하고있다면, 지금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작게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불안했던 이유는 `지금 여기'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고 진지하게 살지 않아서 였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생의 과정을 춤, 여행 과 비슷하다고 한다.
[인생이란 지금 이 찰나를 뱅글뱅글 춤추듯이 사는, 찰나의 연속이라고. 그러다가 문득 주위를 돌아봤을때 "여기까지 왔다니! 하고 깨닫게 될걸세.]303p
여행을 하게 되면 그 마지막 종착지만 여행이 되는 것이 아니다.여행은 순간순간의 여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기차표를 사고,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뜻밖의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되고, 기차안 창밖으로 무지개를 보고, 밤에는 하늘에 수놓아진 별들을 보고... 여행의 순간들이 하나하나가 모여 좋은 여행이 된 것이다. 인생도 여행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지나가는 이 하루도 나의 인생속에 있다.
[먼 장래에 이룰 목표를 설정하고 지금은 그 준비 기간이라고 생각한다,'솔직히 이걸 하고 싶은데 아직 때가 아니니 그때가 되면 생각하자'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인생을 뒤로 미루는 한 우리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단색으로 칠해진 (monochrome)따분한 나날을 보내게 될 걸세. '지금, 여기'는 준비 기간이고 참는 시기라고 여기고 있으니까. 그런데 먼 장래에 있을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하는 '지금, 여기'도 이미 내 삶의 일부라네]-311p
[인생 최대의 거짓말, 그것은 '지금, 여기'를 살지 않는 것이라네. 과거를 보고, 미래를 보고, 인생 전체에 흐릿한 빛을 비추면서 뭔가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져있는 거지. 자네는 지금까지 '지금, 여기'를 외면하고 있지도 않은 과거와 미래에만 빛을 비춰왔어. 자신의 인생에 더없이 소중한 찰나에 엄청난 거짓말을 했던 거야.]-313p
[그리고 찰나인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춤추고,진지하게 사는 걸세. 과거도 보지 말고, 미래도 보지말고, 완결된 찰나를 춤추듯 사는거야.
누구와 경쟁할 필요도 없고 목적지도 필요 없네. 춤추다 보면 어딘가에 도착하게 될 테니까.] -318p
나는 과거 혹은 아직 오지않은 미래에 얽매여 현재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과거의 내가 이런 선택을 해서...지금 내가 이런건가? 혹은 내가 이런 직업을 가지고 싶은데 잘 안되면 어떡하지?돈을 많이 벌지 못하면 어떡하지?희미한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불안해하며 걱정을 안고서 말이다. 차라리 걱정하고 불안해할 순간들 대신에 'How' 어떻게 원하는 바를 이룰것인가를 고민하고 하루하루 진지하게 살다보면 그것이 어느 순간 어떠한 모습이 되어있을 것이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전에 가장 열심히 했을 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2,3 학년때가 생각난다.
디자인 입시를 했던 당시에 나는 성적이 그리좋지 않았다. 하루는 입시학원 원장님과 상담을 했는데 그 분이 해 주셨던 한 마디가 아직까지 기억에 선명히 남는다. "네가 미래에 과거의 너를 돌아보았을때 후회 없을만큼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그 결과에 후회가 없을거야." 그 말을 매일매일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았고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데로 믿고 행동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길을 잃었다. 학교에서는 내가 상상했던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고 나의 성향과 잘 맞지 않았었다. 그 당시에는 산더미 같은 과제에 깔려 힘들어만 했다. 그때부턴 '하루하루 열심히 후회없이 지금, 여기'를 살았다기보단 그저 주어진 과제를 하느라 바빴던 것 같다. 전공에서 가르쳐주는 것보다 다른 것에 흥미가 갔지만 이건 지금 할때가 아니야 라고 생각하며 나중에..나중에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진로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하게 되고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과제를 열심히 했지만 왜 더 최선을 다하지 못했나 라는 아쉬움이 남았고 과제를 하느라 못한것들에 대한 아쉬움들이 나를 따라다녔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공을 공부한 시간들이 아까워지고 내가 나중이라고 생각한 것들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작년, 졸업전시를 준비하던 어느날 피부병에 걸렸었다. 병원에서는 면역력이 떨어져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고 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해봤지만 병원에서는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얼굴부터 발까지 붉은 반점이 생겼었는데 너무 놀랐고 날이 갈수록 심해졌지만 결과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몇 주가 지나서야 이유를 알수 있었는데 면역력이 떨어지고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라고 했다. 보통 나이 많으신 분들한테 간혹 나타나는 증상이라고했다. 언제 나을지도 알 수 없는 질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 밖을 나오는데 너무 속상했던 기억이난다.
그리고 몇 주 후 졸업전시가 마감된 저녁 기적같이 피부의 붉은 반점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 든 생각은 '아, 내가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나 보다..억지로 잘하려고 좋아하려고 하다보니 나는 내가 생각한것보다 더 많이 힘들어 하고 있었구나.' 그런 일이 있고 난 이후. 내가 좋아하고 관심 가졌던 것들을 차근차근 조금씩 하고 있다. 어쩌면 조금 긴 여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미움받을 용기'를 읽으며 용기를 얻었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걷는 것에 대한 용기를! 하루하루 '지금, 여기'를 살아 갈 용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