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공부하기 10
사람은 역시 모로 가도
자기가 갈 곳을 가게 돼있다고,
돌고 돌고 돌고 돌았지만
난 역시 글쓰기다.
나에게 글쓰기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
그냥
나 그 자체
내 숨구멍
뭐가 이리 비장하냐고?
음
내겐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글쓰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반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비극의 사고도 글쓰기 때문에 일어났다.
작가로도 활동해 본 그 선생님은
일기에 쓴 내 글이 좋아서
내게 먼저 호의를 베풀었고,
내 반성문이 건방져서
내게 평생 잊지 못할 생채기를 남겼다.
13살 때 1시간 동안 겪었던 교사 폭력과
선생님 주도의 반 전체 왕따 경험은
내가 썼던 반성문 한 장 때문에
일어났다.
글쓰기 하나로 천국과 지옥을 맛봤다.
교통사고와 같은 마음의 재난을 겪었다.
그때 그 사건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바로 ‘글쓰기’였다.
그래서 그때 이후론
글쓰기에 대한 심적 장벽이 높아졌다.
잘할 수 있는 게 글쓰기 밖에 없었지만
할 때마다 가슴이 쿵쾅대고 두려웠다.
‘글쓰기’는 곧 ‘나’였기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한 혐오만큼
글쓰기도 혐오했었다.
성인이 되어 직장에 다닐 때까지.
그런데 정말 징허기도 하지.
돌아 돌아 돌아 돌고 돌고 돌고
돌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글쓰기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일까.
그 선생에 대한 증오와
나에 대한 혐오가 뒤섞인
글쓰기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이제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확신할 수 있는 건
글을 쓸 때의 내가
가장 자유롭다는 것.
그래서 요즘 행복하다.
글로써 내 마음을 표현할 땐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그리고 자연스레 알게 됐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이끌림에 의한
본능이자 필연
결국 25년 전 그때처럼
여전히
작가가 되고 싶다.
한번 해보자.
그래 매일 하나씩 써보자.
뭐라도.
Just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