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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트밀니트 Jan 22. 2024

내 마음도 미니멀이 필요할 때


 주변 정리와 청소에 여념이 없는 요즘. 환경은 반짝반짝함에도 불구하고 내 속은 굉장히 복잡하다. 무언 지는 알 수 없지만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를 안고 가는 듯 찝찝하고 불편한 느낌. 그러면 주변 또한 이내 어지러운 내 마음이 투영되어 금방 다시 어지러워진다. 그럼 다시 비움 반복.. 정작 중요한 것을 비우지 않으니 주변을 정리해도 마음이 자꾸 편치 않다. 그래서 주변 비움에 더 열을 올리는 건지도.


 마치 잡동사니 물건 때문에 소화불량이던 집이 청소와 비움을 하면 뻥 뚫려 순환이 되듯 내 마음도 정리와 비움이 필요한 요즘이다. 왜 그럴까? 근본적인 이유에 집중해 본다.




 첫째, 바깥으로만 시선을 뺏기고 있다. 정작 내 머릿속과 마음은 전혀 바라보지 않고, 전혀 돌보지 않고, 소중히 여기지 않고.


남의 시선과 평가, 눈치, 내가 해야 할 일과 상황에 나를 끼워 넣기, 하기 싫은 것은 늘 그랬듯 당연한 듯이 참고 맞춰 주기, 그 사람이 싫어할까 봐 거절 못 하기, 내 입장보다 남의 입장 먼저 존중하기, 악세서리한 일에 시선을 뺏겨 정작 큰 방향성 잃기, 남이 날 오해하고 이상하게 보면 나도 날 이상하다 인지하기, 나를 오해할까 봐 구차한 변명하기, 나 자신과 아이의 단점에만 집중해 상황을 더 부정적으로 만들기, 남에게 인정받는 일에만 몰두하기, 하나의 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쓸데없는 걱정하기, 흘러가는 일상의 사건들에 맥없이 오롯이 다 타격 입기, 자꾸 날 낮춰 생각하기, 정작 나 자신은 뒷전으로 놓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내 안의 기준을 점점 잃어가고 외부 기준의 옳고 그름을 판단조차 하지 않은 채 날 거기에 그저 맞추려고만 한다. 이것도 사실 오랜 시간 단련된(?) 습성이자 관성이다. 요즘 말론 종특이랄까? 아마.. 18년 전부터 일 거다. 지금까지의 삶(간호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자신이 활활 타들어가도 필사적으로 지켜내야 할 덕목, 눈치와 일 잘하기. 


 내가 지금껏 쌓아온 커리어를 스스로 벗어나는 어려운 결정을 하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는 상황에 의해, 생계를 위해 꾸역꾸역 나를 그 틀에 맞췄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서다. 그게 내 마음의 병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나도 모르게 관성대로 흐름대로 돌아가고 있었구나.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잊지 말자. 더 이상 과거의 업적에 취해있지 말고, 과거의 관성에 어쩔 수 없다며 지지 말고, 이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새로 시작해야 한다.


 지금껏 해왔던 대로 해오던 나 말고 진짜 나다운 나, 새로운 나를 만드는데 집중하자. 그러므로 첫 번째로 비워야 할 것은 과도한 눈치와 의무감, 남겨야 할 것은 바람직한 이기심.



둘째, 상황에 떠밀려 내 중심과 기준을 잃는다.


물건 미니멀라이프를 할 때 첫 순서는 바로 분류다. 내가 진짜 남길 물건과 비울 물건을 구분하는 것. 물건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내 마음에 남기고 싶은 것들과 비우고 싶은 걸 분간을 못하고 뒤죽박죽 섞여있다. 당시엔 모르고 지나쳤지만 가만히 두고 보면 나는 명확히 불편하다. 그 사람이, 그 관계가, 그 시간이. 아이로 얽힌 모든 것엔 약한 엄마. 이렇게 해야 하나 줏대 없이 떠밀려 싫은 거 좋은 거 섞이게 두다 보니 뭐가 옳고 뭐가 그른 건 지도 희미해진다. 굳이 무턱대고 참아야만 하는 걸까? 다른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순하다. 내게 해롭고 싫은 건 너무 억지로 하지 말고, 담백하게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필요할 땐 내 고집을 밀고 나갈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 좋은 것을 하는 데엔 너무 등한시하진 않았나? 휴식과 운동도 너무 등한시하여 맨날 피곤하다만 입에 달고 살고, 외모도 방치하여 맨날 모자 쓰고 다니고, 열심히 한답시고 날 너무 혹사시키고 제대로 된 쉼을 안 주지 않았나?


 아, 글을 쓰다 보니 이제 알겠다. 비워야 할 것은 쓸데없는 관계, 불필요한 말과 행동. 필요한 것은 내 몸과 마음에 궁극적으로 좋은 걸 해주기.



셋째, 우선순위를 ‘나’로 두지 않는다.


앞선 두 가지 문제는 결국 우선순위를 ‘나’로 두지 않기 때문. 엄마로 살면서 우선순위를 ‘나’로 두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에 더더욱 모든 것 중 1순위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 나를 1순위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자녀도, 타인도 건강한 방법으로 사랑할 수 있고 아이를 바르게 키워낼 수 있다.잊지 말자. 내가 있어야 아이도 있다.




 글로 정리하다 보니 솔직한 내 마음과 마주할 수 있었고, 분류하여 비워낼 수 있었다. 의식해서라도 나 자신과 자주 대화하자.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과 모습, 마음 상태,  아이가 행복하고 바르게 성장한 모습, 행복하게 노후를 보낼 우리 부부의 모습을 상상하고 기대하며

결국은 잘 될 우리 모습을 자꾸 떠올리자.


도미니크 로로, <심플하게 산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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