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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 김작가 Nov 09. 2024

앞으로 어디에 투자할 거야?

금? 달러? 부동산? 비트코인?

치과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이안이 말했다.


"엄마 그거 알아?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거라는데 7년간 친구이면 그 우정은 평생 동안 이어진대. 그러니까 나랑 안토니오는 10년 동안 친구였으니까 이 우정은 영원한 거지."


"그래?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거야? 그러고 보니 엄마도 지금 친구들이 중학교부터 7년이 넘은 친구들이네."


"그러고 보면 난 안토니오랑 한 번도 안 싸웠어."


"한 번도? 왜 안 싸우는 거야?"


"안토니오가 차분해."


"그런데 너 안토니오랑 놀면 재미있어? 둘이 놀 때 보면 막 흥분해서 노는 것도 아니고. 둘이 보면 잘 맞는지도 잘 모르겠던데 참 신기해. 그냥 둘이 있으면 편한 건가? 그래도 그걸 보면 학교가 참 좋다. 그런 친구를 만나게 되잖아. 네 나이에 학교가 아니면 이렇게 친구를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까. 그런 점에서 학교는 소중하네.


요즘…
엄마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거든.
학교의 공부가 중요한가?
그런 생각.
엄마가 배웠던 것이 지금도 필요한가?
아닌 거 같아.


엄마가 학교에 다닐 때는 수학문제 빨리 풀고 잘 외워야 하고 그런 것을 배운 것 같은데, 살아가면서 거의 사용을 안 했어. 만화책에서 더 많이 배운 것 같아. 수학문제를 푸는 방법을 아는 것은 필요하지만, 요즘 그걸 직접 푸는 사람은 어디 있어? 계산기를 사용하지. 저번 달에 우리 집에 왔던 파리 이모 기억나? 그 이모의 딸이 프랑스 중학교를 다니는데, 이모가 수학을 가르쳐 줬대.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이모를 불러서 딸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지 말라고 했다는 거야. 딸이 수학 문제를 너무 빨리 푸는데 엄마가 가르쳐줘서 그런 것 같다고.


답을 빨리 찾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기까지 과정이
수학을 배우는 이유라는 거야.

그래서 딸의 수학에 엄마가 관여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해. 엄마의 시대 때 중요했던 것과 너의 시대에 중요한 것이  너무 다르고 앞으로는 더 달라질 거야. 그래서 엄마는 너에게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어. 수학문제를  빨리 푸는 것보다 세상이 어떤 말을 하는 것인지 읽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니까. 그래도 엄마가 살아가면서 공부한 것 중 가장 도움이 된 것이, 역사랑 미술이거든."


"그림 그리는 거?"


"그림 그리는 방법이 아니라 그림은 보는 안목, 엄마가 가이드하면서 역사랑 미술을 공부한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


네가 학교에서 미술 수업에서 배운 것을 이야기하면서 그랬잖아. 이건 미술 수업이 아니라 역사 수업이라고 왜 메소포타미아와 수메르가 나오냐고. 수메르인이 최초로 도시를 만들어 정착을 하고 살잖아. 정착을 하려면 농사를 지어야 하고 가축을 키워야 해. 그걸 이어가기 위해선 자식들에게 방법을 알려야 하지. 그 방법이 그림을 그려서 알려주었던 거야. 그림의 시작은 정보를 전하는 위함이었던 거지. 그림을 공부하기에 앞서 왜 인간이 그리기 시작했는지 가르쳐주는 거잖아. 과학을 공부하기 전에 우리가 왜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실험을 방법을 알려준 것처럼.


엄마는 지금 네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도 중요한 것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역사와 예술이 사람의 생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르친다고 느끼기 때문에 엄마는 네가 학교에서 역사와 예술에 대해 잘 배워나가길 바라."


"과학과 지리는?"


"그것도 결국은 역사야. 우주와 물질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니까. 저번에 네가 엄마에게 물어봤던 것 기억나? 물가가 왜 오르냐고. 엄마가 그 이유를 말해주었던 것도 기억나?"


"뭐라고 했지? 기억이 안 나."


"물가가 오르는 것은 돈을 계속 찍어내기 때문이야. 저번에 돈 전시 갔던 것 기억하지? 돈을 만들어내는 곳이 있잖아. 물가가 뭐야? 물가는 물건의 가치야. 아빠가 어릴 때 짜장면이 200원이었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만원이 있어야 짜장면을 사 먹을 수 있어. 짜장면의 가치가 200원에서 만원으로 오른 거야. 물가가 그만큼 오른 거야. 그런데 그걸 다른 말로 하면 어떻게 말할 수 있어?"


"어떻게 말할 수 있는데?"


"70년대엔 200원으로 짜장면 한 그릇을 바꿀 수 있었어. 2024년에는 만원으로 짜장면 한 그릇을 바꿀 수 있어.


짜장면이 비싸졌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돈의 가치가 낮아졌다는 거야.


왜냐면 세상에 돈의 양은 계속 더 많아지니까. 세상에 양이 많아지면 그 가치는 낮아져. 그러면 돈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가치가 낮아지겠지."


"가질 거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게 좋지 않겠어? 지구상에 사람들이 점점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사람의 수는 적어지겠지. 그러면 집 가격은 어떻게 될까?"


"사람은 적은데 집은 많으면 집 가격은 싸지겠지."


"그런데 서울에는 계속 사람들이 더 살려고 해. 서울에 직업이나 기회가 더 많으니까. 그러면 서울을 집 가격은 어떨까??"


"비싸겠지."


"대구는 사는 사람이 더 적어져 집 가격은 어떨까?"


"싸겠지."


"네가 집을 사야 하면 어디 집을 살 거야?"


"대구가 싸니까 대구에 사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당장 비싼데 앞으로 더 비쌀 집과 지금 당장 싼데 앞으로 더 싸게 될 집이면 어디 집을 사는 게 나을까?"


"흠...."


"너 비트코인이라고 알아?"


"그게 뭐야?"


"네가 브롤스타즈하면서 사는 게임머니처럼 온라인에서 쓰는 돈 이래. 그런데 이 돈은 양이 정해져 있어. 몇 년 전에 게임머니처럼 비트코인이 나왔어. 비트코인 하나에 100원이었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필요했으니 샀어. 게임을 안 하는 사람들은 그걸 왜 사냐고 했지. 그런데 비트코인이 실제 돈처럼 쓰게 될 거라고 믿은 사람들은 점점 사기 시작했고 점점 가격이 올랐어. 어디까지 올랐을 것 같아?"


"천만 원?"


"4년 전에  비트코인 하나가 3천만 원이었어. 너무 비싸잖아 그런데 엄마 친구가 그걸 샀어. 혜경이 이모 기억나? 그런데 하루아침에 2천만 원이 된 거야. 이것 봐, 이게 뭐냐고, 엄마는 이런 걸 왜 사나 싶었는데 혜경 이모는 또 사더라고. 그런데 어제 비트코인이 1억이 되었어. 생각해 봐, 그걸 처음 산 사람들은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잖아. 어차피 세상은 점점 더 온라인 세상으로 변해갈 텐데, 엄마는 게임을 싫어하니까 네가 아빠랑 이도랑 게임 이야기하면 한심해 보이고 이해가 가지 않아. 하지만 앞으로는 게임의 세상을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엄마는 너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어. 넌 어때? 1억이라도 비트코인을 살 거야?"


"난 살 거야. 지금 보기에 비싸도 오르는 거잖아. 그런데 이건 내가 1억이 어느 정도의 돈인지 몰라서 하는 말일 수도 있어. 그런데 이거 도박 아니야? 오를 것 같아서 산다는 건."


"안정적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이야기지. 도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는데 그 차이가 너무나 큰 거고.


그런데 나는 확신이 없는데
운을 기대하면서 산다면 도박이지만,
내가 확신을 가지고 샀다면
그것도 도박이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엄마가 말하고 싶은 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을 키우는 공부가 중요하다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볼 수 있는 것이 수학문제를 빨리 푸는 것보다 중요한 공부 같아. 그걸 볼 수 있는 눈을 키우려면 역사랑 예술을 공부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해야겠지.


이안,
넌 앞으로 어디에 투자할 거야?
네가 생각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는 것은 뭐야?
계속 더 비싸지는 거 말이야.


이안은 1초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그 답 속에 미래가 있었다.

세상은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 아니야?
나잖아.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잖아.

나는 계속 비싸지는 거지.
그렇네.
나에게 투자해야겠네,
최고네.
심지어 난 나를 이미 가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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