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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Nov 15. 2023

행복 대신 만족을 추구하자

경쟁 / 비교 / 원숭이 / 착각

성공과 성취에 무관하게 살면서 대단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은 아주 가치 있는 일이다.  
_인간 본성의 법칙(로버트 그린)





인간은 대개 공통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다. 인종이나 지역, 시대를 불문하고 공통적인 정서가 있다. 왜 그럴까? 공통적인 정서의 뿌리가 같기 때문이다. 정서의 뿌리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


인간이나 동물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는 생존과 번식이다.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생존과 번식 본능을 '인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채운다. 인간은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하면 무리에서 쫓겨나거나 보호받지 못할 수 있고, 이를 생존의 위협으로 느낀다.


본능이 충족되지 않으면 어떻게든 채우려 한다. 채워지지 않는 감정의 공백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 잡는다. 인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아 시시때때로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든다면, 감정이 독성에 물든 상태이다.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게 만드는 감정의 독은 '경쟁'과 '비교'이다.


경쟁과 비교는 필요악


인간은 원하는 것을 무한정 생산하고 배분할 수 없다. 인간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투는 존재이다. 인간 사회에서 경쟁과 비교는 필요악이다. 절대 없어지지 않을 사회적 자원이다.


인간은 경쟁하고 비교하면서 더 나은 생각, 방법, 도구들을 찾아낸다. 경쟁과 비교를 통해 인간은 진화하고 발전한다. 경쟁과 비교의 열매는 성취이다. 성취를 통해 기쁨과 만족을 얻는다.


경쟁이나 비교의 부작용은, 이를 감당하지 못할 때 생긴다.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남과 비교해서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자책하거나 수치스러워할 때, 경쟁과 비교는 유용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병들게 하는 독이 된다.


독일의 심리학자 레온 빈샤이트는 <<감정이라는 세계>>에서 원숭이 실험을 소개한다.


>> 종종 우리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우리의 마음은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고, 거기서부터 비교가 시작된다. 이는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욕구이기는 하지만 마음의 평정을 깨트리는 역할을 한다. 2003년 에모리 대학에서 진행한 원숭이 실험을 통해 우리는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두 마리의 흰 목꼬리 감기 원숭이가 분리된 유리 상자에 나란히 앉아 있고, 한 연구원이 그들에게 간단한 교환 방식을 가르친다. 원숭이들이 상자에 난 구멍으로 작은 돌을 건네주면, 연구원은 원숭이들에게 보상으로 오이 하나를 주는 것이다. 여러 번 교환이 이루어졌고, 원숭이들은 나란히 앉아서 평화롭게 오이를 먹었다.


그런 다음, 포도 한 접시를 가지고 다른 실험을 해보았다. 1번 원숭이가 흥분한 채 돌을 구멍으로 건네자, 연구원은 원숭이에게 포도 한 송이를 건넸다. 2번 원숭이도 역시 돌을 연구원에게 건넸지만, 이번에는 포도가 아니라 오이를 받았다. 그러자 화가 난 원숭이는 오이를 연구원에게 던지며 화가 나서 펄펄 뛰기 시작했다. >>


원숭이도 비교는 참지 못한다. 인간도 동물로서 본능은 원숭이와 같다. 인간의 뇌는 원숭이보다 진화했다. 인간이 원숭이와 공유하는 본능과 감정은 뇌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편도체가 담당한다.


편도체를 둘러싸고 있는 대뇌피질라는 부위는 인간의 뇌가 원숭이보다 진화해서 발달한 영역이다. 대뇌피질은 해마, 전두엽과 같은 부위에서 기억이나 의식, 이성을 담당한다. 인간은 극단적인 위협 상황이 아니면, 전두엽의 도움을 받아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 인간이 원숭이와 다른 점이다.


행복 대신 만족


'경쟁'과 '비교'라는 필요악에 대해, 원시적인 뇌인 편도체(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진화한 뇌인 전두엽(이성)을 활용하려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 레온 빈샤이트는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만족을 느껴라'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행복감은 지속적이지 않다. 행복감은 어떤 것을 성취했을 때 도파민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느끼는 감정으로 학습받거나 적응해 왔다. 호르몬은 익숙해지면 더 이상 같은 활동이나 자극에는 분비되지 않는다. 즉 행복감은 지속력이 없다.


행복감은 자극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감정이다. 그래서 행복감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 아주 큰 행복감을 한 번 크게 느끼는 것보다, 사소한 행복감을 자주 느끼는 것이 행복감을 늘리는 방법이다.


행복감은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공통적인 혹은 학습된 감정일 가능성이 높다. 방송이나 광고는 경쟁이나 비교 통해 얻을 수 있는 상품을 행복감으로 포장해서 인간을 유혹한다. 인간을 유혹하는 상품은 대개 한정되어 있고, 한정된 자원은 소수만 취득할 수 있다.


만족감은 어떤가? 만족감은 개별적이고 주관적이다. 굳이 경쟁이나 비교하지 않고서도 자신만의 만족을 추구할 수 있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비교가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행복감은 제로섬이고, 만족감은 제로섬이 아니란 말이다. 우리는 매스컴이나 SNS의 영향으로, 경쟁으로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착각은 풍요의 시대에 사는 인간을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만든다.


내가 아무리 대단한 인간일지라도 지구상 어디에든 나보다 나은 인간이 존재한다. 인간은 대개 나보다 나은 존재와 비교하면서 욕망을 만들어 내고 채우려 한다. 인간은 결코 채워지지 않을 욕망을 갈구하는 존재이다.


'경쟁'이나 '비교'는 감정의 독성이다. 인간은 전두엽이라는 뇌에 주어진 선물로 행복대신 만족을 선택할 수 있다. 가끔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남의 접시를 살피느라 내 접시에 놓인 음식에 고마움을 잊고 지내는 건 아닌가?'


우리는 '만족'이라는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정서를 '행복'이라는 단어로 포장한 상대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으로 착각하고, 이 모호하고 독성에 물든 감정을 느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교는 우리가 가장 빨리 불행해지는 방법이다."  _감정이라는 세계(레온 빈샤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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