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ew Oct 17. 2021

글을 시작하며

 ‘누구신지?’ 라는 질문에 먼저 대답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의학을 공부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마쳤고, 전문의가 되고자 전공의 수련과정을 지원했다.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동기들, 선배 전공의 및 교수님들께 정말 죄송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길은 나의 길이 아니었다.

이후 1년간 쉬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했고 스스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첫번 째 선택지 : 임상의사(환자를 보는 의사)로 일하는 것


 의학도 물론 공부할때는 재미있었다. 인간의 몸, 병, 치료에 관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로 타인을 직접 도울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멋지게 들린다. 하지만 의학을 공부하는 것과 임상의사로 일하는 것은 내가 느끼기엔 하늘과 땅 차이였다. 현대의학이라는 시스템은 이미 상당히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고, 의사들은 이를 따라야 한다. 생각의 자유가 많은 부분 제한된다. (첨언하자면, 아예 생각할 시간과 에너지가 없는 경우가 더 많아보인다…) 그런데 임상의사로서 이는 당연한 일이다. 방금 떠오른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해보고자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나는 주어진 지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보다, 마음껏 변형하고, 새롭게 생각하여 적용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두번 째 선택지 : 의학 연구자는 어떤가?


 임상의사로 일하는 것이 답답하고 어렵다면, 의학을 연구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임상 의사보다는 나에게 더 잘 맞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연구한 것이 실제 결과로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일단, 연구라는 자체가 원래 오래 걸리는 일임은 이해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이 어디 하루 아침에 될 일이겠는가? 특히나 의학 연구는 더하다. 신약개발과 같은 연구가 이를 잘 보여준다.

Figure 1. 신약개발 과정 (Source : Pharmaceutical Research and Manufacturers of America)


 신약개발은 크게 연구단계(신약후보물질 선정)와 개발단계 (제조, 시험, 시판까지의 과정)로 나뉜다. 단계별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Step 1) 신약후보물질 발견

Step 2) 전임상시험

Step 3) 임상시험(1,2,3상)

Step 4) FDA리뷰

Step 5) 시판후 안정성 평가


 단계별로 소요되는 시간은 Step 1, 2만 하는데 약 3~6년이 걸리고, Step 3는 약 6~7년, Step 4는 6개월~2년까지 걸린다.(content 1) 약 하나 개발하려면 최소 12~15년이 필요하다. 이래서는 내가 연구한 결과가 실제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저 세상에서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만큼의 인내심을 가질 용기가 아직은 없다. (단, 연구에도 여러 스펙트럼이 있고 짧은 시간 프레임으로 해볼 수 있는 연구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 여기서는 모두 다룰 수는 없으므로 논외로 하겠다.)


세번째 선택지 : 아예 다른 필드에서 일한다.


 도대체 어떤 필드 말인가? 이제껏 공부한 거라곤 의학밖에 없는데 다시 새로운 것을 익혀 과연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 많은 걱정들이 들었지만, 그래도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러던 중 시간이 남아 들었던 두 개의 수업에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 수업은 컴퓨터를 사용해 금융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일명 ‘Quantitative Analysis’ 요새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데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병원 인턴으로 처음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서 ‘돈은 어떻게 모으고 써야 효율적일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몰랐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다들 결론은 ‘잘 모르겠다 일단 예금에 넣어두자!’ 였다. 하지만 예금에 넣어두면, 왠지 모르게 나만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다(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손해이다).

 또 그렇다고 전문가나 펀드에 맡기기엔 마음이 불안했다. 그 사람이 미래에 실제 나에게 돈을 잘 벌어주는 전문가일지 확신할 수 없었고, 그런 확신도 없는데 수수료를 내야하는 것도 좀 아까운 기분이 들었다. 더 직접적으로는 2008년에 나의 펀드 계좌가 박살난 경험이 있어서 믿기가 좀 힘들었다.

그럼 내가 스스로 직접투자를 해볼까? 주식, 채권, 부동산, 파생상품…?

 처음부터 거액이 들 수 있는 부동산은 일단 패스. 채권이나 파생상품은 아직 생소한 느낌이다. 더군다나 파생상품은 초보자가 하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어디서 들은 것 같다. 내 지식이 확장되면 하기로 하고, 시작은 그럼 주식.


‘어떤 주식을 투자해야하는가?’
‘얼만큼 투자해야할까?’
‘기관투자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는걸까…?’


여러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던 중에 그 수업들을 듣게 된 것이다.

 수업에서 내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방향을 가르쳐 주었다. 컴퓨터로 금융 데이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분석은 어떤 툴을 사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어떤 책들이 도움을 주는지… 등

 무엇보다도 강사님이 해주셨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러분이 어렵게 느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실제로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익숙하지 않아서 입니다.”

 나도 이 말에 절실히 동의한다. 정보가 없어서,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수업을 들은 이후 혼자서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 어렵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떼보고 있는 중이다. 이 글을 시작으로 그 한 걸음들이 쌓여가는 모습을 보고싶다.


통계학
데이터사이언스
컴퓨터 프로그래밍
금융지식
투자(Investing), 트레이딩(Trading)


 내가 산의 각 봉우리 올라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글을 통해 남겨보고자 한다.

 하지만 ‘혼자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나는 현재 전문 프로그래머도, 금융 전공자도, 전문 데이터사이언티스트도 아니다(분명 될 수 있다고 믿고 그럴 날이 오게 되길 바라고 있다). 누굴 가르칠 입장이 아니고, 계속 배워나갈 뿐이다.

 산에서 지나가던 사람이 내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어 ! 거기로 가면 안되는데, 이렇게 가봐 !” 할수도 있겠다. 그런 의견이나 아이디어는 언제든 대환영이다. 나의 글들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서로 다른 의견들이 나오도록 촉발시켜주는 매개체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산의 멋진 경치를 함께 볼 수 있는 날이 오길바라며 글쓰기를 시작해 본다.


Reference


Contents 1) 신약개발 단계에 관한 내용 https://wespeakscience.com/drug-development-a-12-year-trip-form-laboratory-to-market/

Figure 1) https://www.phrma.org/graphic/the-biopharmaceutical-research-and-development-process

작가의 이전글 Reference Timelin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