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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Z Feb 22. 2022

수두와 대상포진

단편의 단편

나 서른 아홉.

작년 서른 여덟에 대상포진을 진단받고

약을 먹은 경험이 있음.


그런데 엊그제 갑자기 목덜미가 간지러워서

벅벅 긁다가 다발성 수포가 발생했는데,

아무래도 그 모습이 수상히 여겨져 병원으로 감.


그런데 병원에서 ‘수두’ 같다고 함.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께서

혹시 어릴 때 수두를 앓은 적 있냐고 물어보심.

그런데 엄마와 아빠 모두

그 여부를 ‘모르겠다’고 대답하심.

만약 수두를 앓은 적이 있었다면

부모님이 기억을 못하실리가 없다며

아무래도 수두가 맞는 것 같다고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음.


83년생… 나와 비슷한 연도에 태어난 사람들은

그 당시 지금만큼 체계적으로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 한 번씩

앓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심.


이전에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던 것이,

대상포진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말씀과 함께.

양상을 보았을 때 수두가 맞는 것 같다고 함.


듣는 순간 정말 당황함.

대상포진도 아니고 수두라니.

추후에 찾아보니 수두와 대상포진은

이르는 말이 다를 뿐

같은 바이러스로 발현되는 질병이었고.

수두를 앓은 뒤, 그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고

신경 등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 등이 떨어졌을 때 다시 발현되어

대상포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질병으로

나타나는 것이었음.


수두라는 것은.

결국 내가 전에 대상포진이라고 알고 지났던 그것이 대상포진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인데.


나는 왜 의사의 말과는 달리

전에 겪었던 대상포진이 대상포진이었던 것 같고, 지금의 수두는 수두같지 않은지. 응?


전염성이 강한 수두의 특성 상,

세 살과 여섯 살 두 아이와

나를 격리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하심.


아이들은 다행히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고,

그렇다면 걱정하지 않고

아이들을 원에 보내도 된다고 하심.

하지만 나는 아이들과 ‘당장’ 격리되어야 함.

결국 아이들이 원에서 돌아오기 전에

난 급히 마스크를 ‘쓴 채로’ 짐을 싸기 시작함.

다행인 것은 친정집이 같은 단지에 있다는 것.

난 그곳에서 한 방을 빌려쓰기로 하고

친정집으로 향함.


아이가 하나일 땐

정말 쿨하게 돌아설 수 있었는데

아이 둘을 남편에게 맡기고

쿨하게 발 뻗고 쉬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님.

그 둘을 종일 케어하는 것이

얼마나 진 빠지는 일인지 잘 알고 있기에,

아이들을 그렇게 일주일 혼자 보다가는,

남편 또한 대상포진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결국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이제야 좀 마음이 놓이는 중임.


대상포진이었던 그 때가 진짜인지,

수두인 지금이 진짜인지 알 수는 없으나,

정말 귀신같이 내가 쉬어야 할 타이밍 하나는 기막히게 알고 찾아오는 질병의 신통함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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