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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is Kunwoo Kim Dec 20. 2023

사업장 폐쇄와 해고-내가 올 한 해 정리한 것들에 대해

변화가 필요할 땐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사업도 사랑도

사업장 폐쇄와 해고-내가 올 한 해 정리한 것들에 대해서

변화가 필요할 땐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사업도 사랑도 미련도


2023년을 회고하는 시기다. 이제 또 한 살 먹어야 하는 아쉬움과 지독하게 힘들었던 올 한 해를 버티고 넘어간다는 뿌듯함, 그리고 새롭게 기대되는 내년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작년 말, 23년도는 유독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직원들에게도 이야기했고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계속 이야기했던 주제다. 내가 주최했던 재테크 모임에서도 23년도는 정말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십수 년 사업을 하면서 정말 이렇게 어렵고 어지러웠던 한 해가 있었나 할 정도로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새해부터 불어닥친 챗GPT 와 같은 AI 열풍, 갑자기 시들어진 메타버스, 코로나 종식선언으로 만감이 교차한 산업들 등등 폭풍 같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무슨 자신감인가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내던지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기존의 사업에 변화를 준 것이다.


하던 거나 잘할걸이라는 후회가 밀려든 건 여름과 가을쯤이었다. 작년엔 너무나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일이 너무 안 풀려서 죽을 것 같았다. 이러다가 전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위기는 예측가능했다. 버틸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던 건 오판이었다. 그러니까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생각보다 잘 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최근 몇 년간은 수십억 대 결과를 기록하며, 매출이 주는 달콤함과 사업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누적된 손실과 기회비용은 보지 못했다. 매출보다 영업이익, 영업이익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이익이 중요한데도 규모와 확장으로 사업투자를 위해 무조건적인 선행투자가 이루어지다 보니까 실제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회사가 커지고 직원이 만족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이게 잘될 때는 괜찮은데 한번 휘청이기 시작하니까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꾸역꾸역 견디기는 했지만 정말 영혼을 갈아 넣고 한편으론 미친척하면서 운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운이 좋다, 돈복 있는 사람이다 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외치기도 했고, 근처 사주관상 보는데 가서 부적을 얻어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운을 믿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운만 믿으면서 기도만 한건 아니고 나름대로 하나 한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 올해 정리한 것을 솔직하게 풀어본다.


1. 직원 규모를 정리했다.

어찌 보면 가장 아쉽고 속상한 일인데, 수십 명? 정도 인력이 주는 북적거림이 그리워지는 중이다. 사무실은 활기가 돌았고 무언가 하나하나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사옥으로 이전할 때까지만 해도 우리 정말 잘될 거다, 잘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앞으로 정말 더 커지고 잘 될 줄만 알았다. 그리고 이 정도 규모에서 이제 공공기관 입찰사업은 하지 않고 직접 돌파구를 마련해서 종합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로 작년 초에 시작해서 올 연말이 되고 보니까 정말 신기루처럼 사라진 상황을 목도하는 중이다.


직원 한 명을 운영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간다. 급여 외에 돈에 대해서도 항상 생각해야 하는데, 우선 급여와 4대 보험료가 필요하며, 추가로 업무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업무환경에는 컴퓨터와 노트북 등이 있고 경우에 따라 아이패드도 있다. 업무환경에서 컴퓨터는 최소 사항이 있기도 하며, 영상 담당자의 경우 꽤나 비싼 환경이 필요하다. 거기다가 개별 피씨당 OS, 오피스 프로그램, 그래픽 프로그램 구독료 등 매달 나가는 비용이 꽤나 크다. 추가로 지출결의까지 있는 경우에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있다. 여기에 5인 이상 근무자 회사에는 연차수당 지급이 의무이며, 퇴직금은 항상 별도이다.


그러니까 1명이 생산해야 하는 매출은 정말 상상이상으로 큰데, 잘될 때는 마구잡이로 채용했던 상황들이 불경기가 시작되니까 비수처럼 날아와 꽂히기 시작했다. 결국 올 한 해 많은 인력들이 정말 아쉽게도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2. 매장 수를 정리했다.

스튜디오가 많을 땐 최대 7곳까지 운영했다. 공유스튜디오 비즈니스라고 생각하고 각 콘셉트에 맞춰 운영하게 된다면 앞으로 승승장구할 것이란 착각을 했다. 코로나 시국 전까지는 꾸역꾸역 성장했던 공간임대 사업이 코로나 시작부터 회복 불가한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 핑계만 댈 수는 없지만 여하튼 이후에 공공사업의 프로그램 일환이자 장소별 특화된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돌리면서 비용청구 형태로 겨우 연명했다.

결국 올해는 모든 공간을 정리했다. 심지어 11월에는 사옥까지도 정리했으니, 정말 큰 결심을 했다.

우선 가장 핵심이었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 스튜디오를 넘겼다. 70평 규모라 작지는 않았는데 여기서 나가는 고정 지출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후에 계약 종료된 용산 CGV 스튜디오, 여기는 추가 계약 의사를 물었지만 하지 않았다. 조기종료 요청을 받은 롯데시네마 스튜디오, 서대문 사옥 스튜디오 모두 다 정리하거나 철수를 결심했다. 더군다나 매출이 잘 안 나오는 카페 매장도 한 곳은 정리했다.

덕분에 운영 중인 다른 사업장과 창고는 짐이 산더미가 되었다.


이렇게 임대료, 이자, 관리비가 나가는 공간들을 정리하니까 숨통이 틔였다. 한 달에 나가는 지출만 해도 어마어마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딱 한고비만 넘기자 하고 있다.


3. 집기와 장비를 팔았다.

매장과 사무실을 정리하니까, 중복되는 물건들이 꽤나 많았다. 컴퓨터, 집기, 장비 등등 셀수없이 많은 집기들이 나왔고, 가구 또한 그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중고거래를 하면서 중고나라, 페이스북 등등으로 팔 수 있는 상황은 모두 확인해서 물건을 팔았다. 교육용으로 구매했던 맥북과 아이맥, 삼각대와 카메라, 조명, 마이크 등등 헐값에 넘겼다.

중고로 돈을 버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사를 앞두고 빠르게 부피를 줄여야하는 상황이었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욱 부피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매장 내에서도 안쓰는 집기를 팔았는데, 반죽기와 냉장고 등등 하나둘씩 정리했다. 여기서 깨달은게 있는데 환금성이 정말 중요한데, 가격이 안떨어지는 제품과 사람들이 안사는데는 이유가 있는것을 알았다. 내가 필요하지만 남은 정말 필요하지 않은 것도 부지기수인데, 앞으로 구매시 중고를 적극 검토하거나 환금성이 좋은 제품 중심으로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4. 고정비를 줄였다.



인건비와 임대료뿐만 아니라 새어나가는 모든 지출을 조사하고 정리하는 중이다. 의미 없이 빠져나가던 소프트웨어 구독료와 광고비, 전기세와 수도세, 구매 품의 및 청구비용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지금도 정리할게 산더미지만 신규로 구매하는 건 가능한 자제하고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중이다.

보통 찾다가 못 찾아서 구매하는 비용을 시발비용이라고 하는데, 에이 시발 하면서 구매하는 행위는 철저하게 멈추고 있다.


비상용, 예비용으로 사용하던 통신비 추가회선도 종료시켰고, 안 쓰는 업무용 폰 역시 잠시 중단해 둔 상태다. 구매를 요청하는 품의서도 상세하게 살펴보려고 노력 중이다. 어어어 하는 사이에 지출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조금은 까다롭게 체크하고 있다.

한 번에 많이 사야 할인되는 폭이 크기에, 서비스, 제조업에선 벌크로 구매하는 습관이 있는데, 가능한 최대한 이것도 하지 않도록 지시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박스나 종이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벌크구매도 하지 않는다.


잘 타고 다녔던 차도 팔았다.


내년에는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조금 내린다고는 하지만 실물경제 모든 것들이 다 오르는 중이라 어중간한 포지션에 있는 기업이나 개인은 정말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 나름대로 준비하는 것들이 있는데, 다음번에 나만의 내년도 사업 전략에 대해서 글을 써볼 계획이다.


지금은 매 순간을 버티는 중이다. 지금부터 몸집을 줄이고 흐르는 고정비를 틀어막고 다음 스텝을 통해 기회를 노려보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정말 좋았던 직원, 동료, 사람들을 거의 다 떠나보내고 거처를 옮기면서까지 치열하게 구르면서 버티는 상황이니 더 나은 미래가 다시 올 것을 믿는다.


미디어자몽 김건우



개인적으로는 미디어와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에 빠져 살고 있고, 음악을 좋아해 아이디는 20년째 위니스밴드입니다. 2017년 <1인미디어 당신의 콘텐츠를 캐스팅하라>를 집필했으며, 사회학 박사학위를 수료한 상태입니다. 최근까지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조직의 울타리도 경험했습니다. 최근에는 F&B에 빠져있고, 도시와 공간을 좋아하기에 부동산도 같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강의 및 제휴, 제안 문의 메일 : wenis@arptr.kr , 070-7766-8812

(사업/창업/콘텐츠/1인 미디어/F&B/사회학/지역지리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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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크니크 선유도점 은 선유도역 3번출구 초입에 위치

2. 피크니크 경의선숲길 점 은 서강대역 2번출구, 경의선숲길에 위치

3. 피크니크 판교점은 제2테크노벨리 파미어스몰 1층에 위치

4. 피크니크 시흥은행나무점은 금천구 시흥동 은행나무사거리에 위치

5. 피크니크 신도림점은 신도림역 거리공원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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